방콕의 맛집과 카페를 소개하는 블로그

맥주 클라우드(Kloud)의 성공요인


1) 출시 초기부터 대량 판촉보다 ‘브랜드 구축’과 관리에 주력했다.


2) 생산자 중심이 아닌 소비자 중심의 생산공정을 선택했다.


3) ‘청량감’ ‘시원함’의 이미지를 버려 ‘사용상황 확장’을 가져왔다. 겨울 마케팅도 가능해졌다.


4) 30대 세련된 (기혼)여성 모델링을 통해 ‘사용자 확장’에도 성공했다.


5) 브랜드네임 ‘클라우드’가 ‘독일’을 떠올리게 만들면서 2차적 연상효과를 일으켰다.


6) 제한된 생산량이 오히려 ‘비의도성 희소성효과’를 가져왔다. 입소문이 증폭됐다.


직장인 A (37)는 지난 9월 추석연휴 자신의 집으로 25년 지기 친구들을 초대했다추석이라고는 하지만 추석이 유난히 일렀던 탓에 아직 여름 더위가 채 가시지 않았던 상황초대에 대한 감사표시로 A씨를 제외한 4명의 친구가 각자 맥주를 사들고 들어왔다사전에 어떤 교감이 없었음에도그들 모두가 가져온 맥주는 롯데에서 올해 4월 새로 출시한 맥주 ‘클라우드였다사실 A 씨가 혹시나 술이 부족할 때를 대비해 냉장고에 넣어뒀던 맥주도 역시 클라우드였다.

 

자타가 공인하는 ‘맥주 마니아들인 5명 모두는 “함께 술을 마신 지 약 20년 만에 맥주 입맛이 통일됐다고 웃었다그리고 그들은 그날, ‘소맥을 마시지 않고 맥주만 마셨다.

 

‘오비와 하이트 80년 된 국내 맥주 시장 양강 체제에 금이 가고 있다.(‘80년 맥주 양강 체제의 기원과 형성’ 참조.) 출시된 지 이제 막 7개월째 들어선 롯데 클라우드의 무서운 성장속도 때문이다.

클라우드는 지난 4월 말 시장에 첫선을 보인 이후 약 6개월 만이었던 지난 10월 말 6000만 병을 파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1) 롯데주류에 따르면 이는 하루 평균 33만 병이 팔려나간 것으로, 1초당 4병이 판매된 것으로 추산된다.

 

인지도도 매우 높아져 9월에 클라우드에 대한 인지도는 80%를 넘어섰으며 최근 소비자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응답자 중 약 60% “풍부한 맛 때문에 클라우드를 마신다고 답변했다식음료/주류가 일단 ‘에서 합격점을 받았다는 건 이 같은 클라우드 열풍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클라우드는 실제 출시 이후 현재까지 매달 평균 3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현재 생산가능 라인 전체를 다 돌리고 있음에도 물량을 대기 힘들 정도다. 15% 비싼 가격에도 출시 6개월 만에 돌풍을 일으키며 맥주 시장 양강 체제에 균열을 내고 있는 롯데주류 클라우드의 성공비결과 시사점을 취재했다.


 

 

80년 맥주 양강 체제의 기원과 형성

일제 강점기였던 1930년대 중반 대일본맥주 주식회사가 군수품으로 맥주를 공급하기 위해 조선맥주 주식회사를기린맥주 주식회사가 소화기린맥주 주식회사를 설립했다조선맥주 주식회사가 바로 하이트의 전신이고 소화기린맥주 주식회사는 동양맥주 주식회사를 거쳐 OB맥주로 이어진다그 후 오랜 시간 국내 맥주시장은 동양맥주 OB맥주에 의해 주도된다사실상 OB맥주가 절대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이 같은 절대 우위는 그러나 1993년 하이트맥주의 ‘하이트’ 브랜드 출시로 반전된다. 1991년 두산전자의 낙동강 페놀유출 사건으로 시작된 두산 계열사 제품 불매운동의 불똥은 계열사였던 동양맥주로 튄 상황이었다수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이때 하이트맥주가‘100% 천연암반수로 만든 비열처리맥주라는 콘셉트로 하이트를 출시하면서 시장의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이후 하이트는 2011년까지 시장 1위 맥주로 군림하다가 다시 OB맥주에 1위 자리를 내주게 된다.

본 박스의 내용은 <머니위크김일태 객원필진의 2008 130일자 기사 ‘맥주전쟁의 최후승자는?’과 박선지 선임연구원이 작성한 NICE CREDIT Special Report ‘맥주시장 시장점유율 변동 원인분석을 참고했다.

 

1) 비슷한 시기에 나온 ‘프리미엄을 표방한 OB의 에일스톤은 출시 후 50일간 약 100만 병 정도가 판매돼 ‘6개월 환산으로 360만 병 정도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하이트진로에서 몇 년 전 내놓은 야심작인 드라이피니시D와 맥스 등의 출시 후 6개월간의 판매 추정량도 각각 4100만 병, 2500만 병 정도다클라우드의 성적이 얼마나 뛰어난 것인지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다.


1. 한국 맥주시장의 위기와 롯데의 맥주사업 진출

클라우드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하기 전인 최근 2∼3년간 한국 맥주시장은 큰 위기에 처해 있었다해외에서 다양한 맛의 맥주를 맛본 이들이 국내에서도 각자 자신이 선호하는 수입맥주를 찾으면서 ‘가정용 맥주시장에서부터 서서히 오비·하이트 양강 체제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그림 1> 2003년과 2013년 수입 주류 중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준다. 10년 만에 전체 수입 주류 중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3.3%에서 12.5%로 크게 증가했다.

 

 

<그림 2> 2006년 이후부터 집계된 수입 맥주의 양이다. 2006 26912t 에 불과하던 수입량이 지난해에는 95211t으로 4배 이상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홈플러스에 따르면 2009 12%에 불과했던 수입 맥주의 매출 비중은 2012 22%로 올라섰고올해 10월까지는 무려 32%까지 증가했다.국산 맥주는 역으로 2009 88%에서 올해 10월 현재 기준 68%로 떨어진 상태다.

 

또한 최근에는 ‘수제맥주’ 열풍이 불어닥치면서 맥주 시장은 또 한번 변화했다지난해부터 이태원 일대를 중심으로 확산된 수제맥주 ‘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밖에서는 수제맥주집에서는 수입 맥주라는 공식이 퍼져나갔다.2)

 

정리해보면 ‘밍밍한’ 기존의 한국 맥주는 회식자리에서 ‘소맥(소주+맥주)’으로 마시는 B급맥주라는 인식이 점차 형성되기 시작했다여기에 한 영국 저널리스트가 2012년 말에 쓴 ‘한국 맥주가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는 내용의 기사는 국내에서도 큰 화제를 모으며 많은 애주가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이 와중에 ‘하우스비어’ ‘수제맥주를 파는 가게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기존 양강 체제에 또 다른 한국 맥주를 들고 나오는 롯데가 과연 승산이 있겠냐는 회의론까지 생겨났다롯데가 맥주사업 인가를 받은 것이 2011공장을 짓고제품을 만들고브랜드를 결정하며전략을 짜던2012∼2013 2년간은 한국 맥주 시장은 말 그대로 요동치고 있었던 셈이다혹자에게는 위기였겠지만 롯데는 이를 기회로 봤다.

 

1) 변화한 소비자그들의 니즈를 잡아라

분명 맥주 소비자들의 니즈는 변화하고 있었다. 1980년대에 양강 체제를 이끌었고 1990년대에 국내 맥주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하이트와 카스는 둘 다 ‘라이트 한 맛이다당시에는 해외 유학해외여행 등의 경험자가 적었고 맥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세계 요리도 국내에 지금처럼 많지 않은 상황이었다수입 맥주도 밀러나 버드와이저 등 몇 개에 불과한 상황획일화된 음식문화와 제한된 정보 속에서 그저 맥주는 ‘시원한 맛으로 마시는 술일 뿐이었다. 2000년대가 되자 상황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한국 사회는 급격하게 글로벌화됐고 외국에서 다양한 맥주를 접했던 사람들이 풍부한 맛과 거품의 매력을 알게 됐다그런 후에 국산 맥주를 마시니 당연히 싱겁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같은 소비자의 변화를 정확하게 검증하기 위해 2012년부터 롯데주류는 철저한 정량조사에 착수했다수천 명의 소비자를 상대로 한 여러 차례의 조사에서 실제 소비자들의 생각을 검증했다국내 소비자들은 기존의 한국 맥주에 대한 질문에 ‘개성이 없고 독특한 맛이 없다’ ‘풍부하고 깊은 맛이 없다’ ‘밍밍하다’ ‘세련된 이미지가 없다고 답변했다총족되지 않은 니즈(unmet needs)를 구체적으로 찾아낸 것이다맥주의 핵심 구매요인(key buying factor)도 찾아야 했다맥주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첫 번째는 ‘브랜드’, 두 번째는 ‘정통 맥주라는 이미지라고 답했다예전에는 하이트의 영향으로 ‘깨끗한 물이라는 답변이 많았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지점이었다조사과정에서 수입 맥주의 인기요인에 대한 해답도 자연스레 얻을 수 있었다소비자들이 수입 맥주를 선택하는 이유는 ‘맛의 다양성’ ‘풍부한 거품’ ‘고급 이미지였다.

 

제품의 방향이 잡혔다풍부하고 부드러운 맛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만들었다오리지널 그래비티(Original Gravity) 공법을 채택했다.3) 양대 맥주회사가 맥주를 생산하던 ‘하이 그래비티(High Gra-vity)’ 방식은 높은 도수로 발효해 물을 타야 하지만 오리지널 그래비티는 물을 타지 않기 때문에 거품도 풍부하고 맛도 진할 수밖에 없다. 4월 초제품 출시 직전 광고를 내보내면서 ‘물을 타지 않았다라는 카피를 전면에 내세웠다 20년 전, ‘100% 천연 암반수라는 하이트의 카피 이후 물과 맥주를 연결했던 고리를 끊은 셈이다.

 

2) 2014 104일자 이데일리, ‘블루오션’ 수제맥주 시장이 뜬다

3) 이 공법은 정통 독일식 맥주 제조법으로 알콜 도수 5도로 처음부터 발효시켜서 그대로 제품으로 내는 방식이다반면 90년대부터 한국의 맥주회사들이 주로 써온 공법은 미국식 하이 그래비티 공법이었다하이 그래비티는6∼7도로 발효시켜 숙성을 한 뒤 여과 전에 물을 부어 4.5로 통일시키는 방법이다오리지널 그래비티는 발효과정에서 5도를 못 맞추면 버려야 하는 일이 많은데 하이그래비티는 어차피 물을 타서 균일한 알콜 도수를 맞출 수 있기 때문에 대량 생산 시 여러모로 편리하지만 어쩔 수 없이 ‘물 맛이 난다.


 2) “무너져 내리는 산이 아니라 새롭게 솟고 있는 산으로 가자”

<그림 3>은 롯데주류와 주류 전문가들에 대한 취재를 통해 그려 본 국내에서 팔리는 맥주의 특성에 대한 간략한 ‘포지션 맵이다.

 

 

1990년대 시장을 양분했던 하이트와 카스는 가벼운 맛에 강한 청량감을 갖고 있고 최근 하이트와OB가 각각 출시한 맥스와 골든라거는 정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아사히하이네켄 등의 수입 맥주는 맛이 진하고 청량감이 있는 반면 독일 등지에서 수입된 정통 맥주류는 거품이 풍부하고 맛이 진하다.클라우드는 바로 1/4분면즉 우측상단 지역이 점점 커지고 있는 시장이라고 봤고 자사 맥주 클라우드를 그 지점에 위치시키고자 했다.

 

자연스레 광고전략이미지 전략도 ‘거품’ ‘진한 맛’ 등을 강조하게 됐다.

하이트/카스가 차지하고 있는 좌측하단 시장은 ‘소맥’ ‘치맥(치킨과 맥주를 곁들이는 걸 일컬음)’이라는 조합으로 맥주시장의 가장 큰 부분을 갖고 있지만 롯데주류가 보기에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 산이었다우측상단 지점이야 말로 새롭게 솟아나는 산이었다무너지는 산그것도 두 절대강자가 있는 곳이 아니라 새롭게 솟아나고 있는 산으로 가자는 것이 롯데의 전략이었다.

 


‘새로운 산은 국산 맥주업체에는 말 그대로 ‘무주공산이었다독일과 유럽 수입 맥주처럼 ‘프리미엄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또한 실제로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 자체가 비용이 좀 더 드는 걸 감안해 다른 국산 맥주보다 가격을 15% 정도 높게 책정했다어차피 거품이 풍부하고 맛이 진한 맥주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더 비싼 수입 맥주를 거부감 없이 사 마시고 있었기 때문에 이 같은 가격전략도 큰 문제가 될 것이라 보지 않았다.

 

 

2. 위기를 돌파한 차별화의 힘

1) 다른 국산 맥주와의 차별화프리미엄 이미지 획득에 성공하다

‘리얼맥주’ ‘물 탄 맥주는 안녕’ ‘정통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으로 맥주 본연의 깊고 부드러운 맛’ 등을 내세우고 ‘새롭게 솟아나고 있는 산으로 간 롯데주류의 전략은 적중했다.

 

각종 시음행사에서부터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클라우드를 맛본 소비자들은 ‘수입맥주 같다’ ‘맛이 깊다’ ‘부드러운 거품이 많아 독일맥주를 마시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소주 타먹기에는 아깝다는 평도 많이 나왔다어차피 ‘소맥시장은 클라우드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었기에 그 같은 평가는 클라우드에 사실상 칭찬이었다브랜드명 자체도 호평을 받았다구름과 같은 형상의 풍부한 거품을 강조하기 위한 cloud라는 단어에 Korea의 첫 글자 K를 넣었는데 모양이나 어감은 맥주 본고장 독일의 느낌을 줬다.

 

당연히 광고전략도 기존의 국산 맥주와 차별화할 수 있었다기존 국내 맥주 광고는 천편일률적이었다젊은이들의 축제가 나오고 사람들이 땀을 흘리다가 갈증을 느끼고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키는 식이다. <그림 3>에서 봤듯 그동안의 국산 맥주가 갖고 있던 포지셔닝이 ‘가벼운 맛 ‘청량감의 조합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클라우드는 고급 정통 독일식 맥주가 갖고 있는 시장을 선택했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광고 전략을 짤 수 있었다공식 론칭 전에는 ‘오리지널 그래비티’ ‘물 타지 않은 맥주’ ‘풍부한 거품’ 등 속성을 광고했고 모델은 등장하지 않았다하지만 본격적인 맥주 성수기를 앞둔 5월 말에 전파를 탄 광고에서는 ‘고급’ ‘세련의 이미지를 가진 배우 전지현 씨를 모델로 내세웠다물론 춤을 추고 땀을 흘린 뒤 시원하게 마시는 따위의 장면은 없었다아주 고급스러운 파티장에 골드 드레스를 입고 모델이 우아하게 등장하는 장면이다전지현이 등장하자마자 모든 시선을 받고 파티의 주인공이 되듯 맥주 시장에 우아하게 등장한 클라우드가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고 감히 다른 맥주들이 넘볼 수 없는 위치를 갖게 된다는 상징이었다.

 

그리고 가을이 지난 이후 나온 두 번째 광고는 역시 우아하고 세련되게 꾸며진 집에 친구들을 부른 배우 전지현 씨가 친구들과 ‘클라우드라고 외치며 건배를 하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는 설정이었다. ‘아저씨의 상징인 ‘소맥과는 거리가 먼, 30대 여성들이 집에서 우아하게 즐기는 맥주라는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집에서 맥주를 즐기는 남성들은 물론 여성들까지 공략하는 내용이었다.

 

제품이 공략하는 시장특성이 기존 국산 맥주와는 다르다 보니 또 다른 장점도 생겼다. ‘시원함이라는 콘셉트가 없다 보니 ‘겨울 마케팅이 가능해진 것이다마치 산토리나 삿포로 같은 일본 맥주가 추운 겨울의 이자카야 주점을 연상시키는 ‘따뜻함이 있듯 클라우드 역시 크리스마스 파티에 등장시킬 수도 있고, ‘추운 겨울 속 따뜻함을 이미지화할 수 있다실제로 12월부터 전파를 타는 세 번째 광고의 주제는 ‘크리스마스 파티.

2) 예상치 못한 상황과 위기 대응

클라우드는 출시 초기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 4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클라우드는 올해 48제품을 ‘프리(pre) 론칭하고 첫 ‘속성’ 광고도 내보낸 상태였다그리고 422일에 배우 전지현 씨를 모델로 한 광고를 내보낼 계획이었다이 중간에 바로 끔찍한 참사가 일어났다그 어떤 콘셉트나 포지션이미지를 갖더라도 기본적으로 맥주는 ‘즐거움’ ‘기쁨과 연결되는 술이다대부분의 맥주 신제품 출시 기자간담회나 고객 초청 행사는 맥주를 즐기면서 웃고 떠드는 파티형식으로 진행될 정도다.

 

그런데 전 국민이 비탄에 빠진 상황에서 ‘즐거운 맥주 론칭쇼를 할 수도새로운 맥주가 나왔다고 방송에 광고를 내보낼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클라우드의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모든 것을 총괄했던 롯데주류의 우창균 이사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맥주는 출시 이후 3개월 안에 인지도를 올리고 소비자들을 사로잡지 않으면 실패하는 게 일반적이다딱히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자신이 기획하고 만들어 낸 클라우드의 제품력차별화 요소깊은 맛을 믿기로 했다.

 

우선 모든 영업직원들에게 어려워진 상황을 설명했다평소보다 2배 이상 뛰어서 주류 도매상과 마트를 비롯한 유통업체들을 일일이 만나 클라우드를 알려달라고 부탁했다새로운 맥주 출시에 기대감을 갖고 있던 롯데의 영업직원들 역시 우 이사의 말을 따르는 것이 유일한 방법임을 알고 있었다.사력을 다해 뛰었다마트백화점편의점 등을 두루 갖춘 롯데그룹의 유통망도 큰 힘이 됐다좋은 자리에서 ‘시음행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물론 유통업체가 해줄 수 있는 배려는 거기까지였다시음을 한 뒤 구매하는 건 결국 소비자다맛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위치의 매대에 올려두고아무리 오랜 기간 시음행사를 진행해도 팔리지 않는다우 이사는 클라우드의 제품력을 믿었다제대로 된 출시 행사도, TV광고도 할 수 없었던 시간이 지나갔다. 5월 말 전지현 씨를 모델로 세운 첫 광고를 내보냈다요란하지 않게 발로 뛰면서 보낸 한 달은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우 이사의 예상대로 소비자들은 반응했다한번 맛본 소비자들은 계속 클라우드를 찾았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던 7월 초에는 잠실 롯데호텔에 클라우드 생맥주를 마실 수 있는 ‘클라우드 홍보관을 만들었다소비자들은 클라우드에 대해 ‘조금 비싸지만 진하고 깊은 맛을 가진 고급 맥주’ ‘페트병에 넣어서는 팔지 않는 프리미엄 맥주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9월이 되자 대형마트에서도 점유율이 10%를 넘기 시작했다카스/하이트 양강 체제 성립 이후 그 어떤 국산 맥주도 깨지 못했던 벽을 넘어서면서 일부에서는 국산 맥주 3강 체제를 예고하는 분석도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클라우드가 가진 유일한 약점은 ‘생산량이다현재 롯데주류가 가진 맥주 생산능력은 연간 5kl로 국내 전체 맥주 생산량의 2.7% 정도다클라우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공장을 ‘풀가동’ 중이다.물론 이로 인한 장점도 있다재고가 쌓이지 않아 소비자들은 항상 신선한 맥주를 마실 수 있다하지만 현재의 생산능력으로는 더 빠른 성장은 부담이 될 정도다현재 클라우드 생맥주를 롯데호텔 클라우드 홍보관 등 몇 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생산량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물론 내년 1월부터는 새로운 생산라인이 완성돼 국내 맥주시장 전체의 5.2% 정도에 이르는 맥주 생산을 감당할 수 있게 되고 2017년 이후에는 20% 정도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3. 성공요인 분석 및 시사점

클라우드의 성공 이면에는 체계적 브랜드 관리가 숨어 있다브랜드 이미지 포지셔닝에서부터제품관리네이밍가격설정광고전략 등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브랜드마케팅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1) 판촉보다는 브랜드를 먼저 생각하는 마케팅

클라우드를 보면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한자 성어가 떠오른다처음엔 힘들지만 잘 참아내면 큰 성공이 온다는 뜻인데 브랜드 관리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많은 식음료 회사를 비롯한 저관여제품소비재 회사들은 초기 시장장악을 위해 저가의 판촉 중심 마케팅을 펼친다이는 단기 실적에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에 독이 된다브랜드를 장기간 가져가고 싶다면 프리미엄 이미지가 필요하다비록 가격이 높아 초기에 고전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프리미엄 이미지가 형성되면 브랜드 충성도애착으로 이어지며 롱런 브랜드로서의 자산 구축이 가능해진다.

 

단기적 매출 중심의 판촉마케팅은 저가 싸구려 브랜드라는 독을 품은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비록 시작은 화려하지 않지만 서서히 힘을 내면서 이미지의 저력을 발휘하는 브랜드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

 

2) 가격을 뛰어넘는 맛으로 진정한 가치 이끌어내

‘오리지널 그래비티는 클라우드를 진정성 브랜드로 만든 원천에 해당된다생산과 관리가 쉬워 대량 생산이 가능한 하이 그래비티는 생산자중심(supplier centric)의 접근이다반면공정이 까다롭고 힘들지만 고객이 원하는 맥주 맛을 내는 오리지널 그래비티는 고객중심(customer centric) 접근이다.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는 무엇일까원가를 낮추고 생산하기 쉽게 가는 것을 원할까?

고객이 어떤 대상에 느끼는 가치(value)는 고객이 경험하는 혜택(benefit)에서 비용(cost)을 뺀 나머지다가격이 높아 비용지각이 크더라도 그보다 더 큰 혜택을 느낀다면 고객은 지갑을 열 것이다소위 명품이라는 브랜드에 왜 소비자는 지갑을 여는가비록 가격은 높지만 그 브랜드를 통해 얻는 혜택이 가격 이상이기에 지갑을 여는 것이다주변보다 값이 비싼데도 줄을 서는 가게는 비록 가격이라는 문턱이 높기는 하지만 그 문턱을 뛰어넘는 혜택(예를 들어고품질의 음식 맛그 가게만의 독창적 맛요리법재료 등)이 있기에 줄을 서는 것이다.

 

불황저성장 시대에 무조건 싸게 가야 한다는 분위기에 클라우드의 성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비록 소비심리가 위축되더라도 가격을 뛰어넘는 ‘깊고 풍부한 맛과 같은 혜택이 있다면 고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가끔은 기업이 스스로 제공자 관점에서 고객을 바라보고 있지 않은지 질문해봐야 한다생산자제공자 관점의 쉽고 편함을 따지기에 앞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고 충족시키는 본원적 마케팅 개념에 주목해야 한다너무나 당연한 것인데도 그동안 간과해온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3) 사용상황 확장을 가져다 준 ‘깊고 풍부한 맛’ 포지셔닝

그동안 우리나라 맥주는 시원함청량감을 맥주의 포지셔닝으로 강조해왔다하지만 시원함은 더운 여름갈증 나는 상황과 같은 특정 상황에 강하게 고착되는 특징이 있다일종의 계절특화성(seasonality)을 가지다 보니 다양한 사용 상황으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클라우드는 ‘깊고 풍부한 맛을 브랜드의 핵심 제안으로 가져갔는데 사용상황 확장성(usage-situation extendibility)을 넓혔다는 면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사용상황 확장성은 매출 증대브랜드 인지도 및 선호 증가에 따른 브랜드 자산 확대와 연결되기에 매우 중요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깊고 풍부한 맛이다 보니 사계절 모두 통할 것이며어떤 음식 상황이나 이벤트 상황에서도 잘 어울릴 것이며더구나 깊고 풍부하다는 이미지는 프리미엄 장소나 상황과도 연관성이 있기에 그 확장성이 크다 할 수 있다그만큼 브랜드가 알려질 기회선택될 기회가 많아진다는 의미다.

 

겨울에도 잘 팔리는 맥주어떤 상황에서도 잘 어울리는 그야말로 전천후 맥주가 됨으로써 맥주 사용상황을 넓히고 이로 인해 브랜드 인지도 확대와 더불어 브랜드 자산 가치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4) 사용자 확장을 가져온 ‘30대 여성 상징화’ 커뮤니케이션

클라우드는 맥주 음용의 모델링 대상으로 30대 중반의 배우 전지현 씨를 선택했다이는 사용자 확대를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그동안 맥주 마케팅커뮤니케이션에서 모델링의 주된 대상은 20대 젊은층 또는 30∼40대 중년 남성이었다. 20대 사용자는 브랜드에 라이트하다는 느낌을 준다면 중년 남성 소비자는 브랜드에 올드하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30대 여성은 그 가운데에서 전후 연령대와 남녀 성별을 아우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30대 젊은 이미지의 기혼 여성 연예인의 모델링 효과는 다음과 같이 해석해 볼 수 있다요즘은 미혼 30대가 많아지면서 젊은 이미지의 30대는 20대와 어우러질 수 있다. 2030세대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 이유인데 20대를 묶는 커버링효과가 나온다. 30대 기혼 여성은 가정에서 30대뿐만 아니라 40대 이상의 중년 남성과도 연결된다자연스레 3040남성뿐만 아니라 4050남성까지 묶을 수 있는 커버링 효과가 나타난다.

 

브랜드의 연령 커버력과 성별 커버력은 광고 커뮤니케이션에 등장하는 모델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어떤 모델이 나오느냐에 따라 모델링효과가 달라지는데 연령과 성별을 아우르는 모델일수록 파급력이 커진다전지현이라는 모델 선정은 젊은 층에서 중장년에 이르기까지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에 이르기까지 사용자층을 넓히는 확장효과 측면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30대 젊은 기혼 여성 연예인에 의한 모델링이 맥주의 음용층으로 여성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20대에서 4050세대까지 아우르는 사용자 확장 효과를 낳은 셈이다처음엔 광고모델에 의한 모델링 효과로 시작했지만 점차 다양한 계층의 사용자들이 사용함에 따라 이들을 보고 따라 하는 2차적 모델링 승수효과까지 나타나는 것이다.

 

 

5) 브랜드네임이 일으키는 2차적 연상 효과

클라우드는 표기와 발음에 있어 독일이라는 장소를 연상케 하는 2차적 연상효과(secondary asso-ciation effect)의 성공 사례로 볼 수 있다제품 자체에서 일어나는 1차적 연상(맛좋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장소와 같은 2차적 개체를 떠올림에 따라 일어나는 2차적 연상(독일식 네이밍을 보니 독일이 떠오르면서 맛좋은 맥주로 연상효과의 예로 볼 수 있다브랜드네이밍이나 광고커뮤니케이션 등을 통해 특정 장소브랜드사람행사 등을 떠올리게 하고 그로부터 긍정적 연상 전이를 받는 효과인 셈이다.

비슷한 예로 하겐다즈(Hagen-Dazs)를 들 수 있다베스킨라빈스 같은 대중 아이스크림보다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의 대명사로 자리 잡고 있는데 그 이면에는 유럽식 네이밍에 의한 연상 전이효과가 숨어 있다미국 브랜드임에도 유럽식 움라우트(ä) 표기로 유럽이라는 장소를 상징화해 깊고 풍부한 맛이라는 2차적 연상이 일어나는 것이다일종의 긍정적 편향(bias)이 일어나는 것이다호프 가게는 독일피자와 파스타가게는 이탈리아빵 가게는 프랑스라는 장소를 상징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어쩌면 클라우드의 깊고 풍부한 맛 지각은 제품 본연의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에 의한 효과에다 독일식 네이밍에 의한 2차적 연상 효과까지 더해졌을 가능성이 있다.

 

6) 제한된 생산량이 가져온 희소성효과

클라우드가 소비자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는 데는 희소성효과도 자리하고 있다예상을 뛰어넘는 수요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이것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더 찾게 만드는 일종의 ‘비의도성 희소성효과(unintentional scarcity effect)’가 나타난 것이다최근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열풍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예상 밖 초과수요는 미리 준비를 못한 탓에 생산 한계로 인한 품절을 가져오고 이러한 품절은 입소문과 함께 ‘앰프효과(amplifier effect, 삽시간에 퍼져나가는 모습이 마치 증폭기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를 낳게 된다.

 

품절에 대한 직간접 경험은 일종의 ‘심리적 반발효과(psychological reactance, 제한을 하면 그 대상이 매력적으로 보이면서 더 찾게 되는 효과)’도 가져오는데 브랜드에 대한 매력도를 높이고 브랜드에 대한 초기 인상 형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품절에 의한 각인 효과는 그 브랜드에 대한 프리미엄 인식에도 큰 영향을 주는데 많은 명품 브랜드들이 의도적계획적 한정 생산을 통해 고품격 이미지 유지에 활용하고 있다.

 

물론 클라우드는 허니버터칩처럼 품귀 현상을 빚어내진 않았다그러나 ‘생맥주를 흔히 접할 수 없고페트병으로 대용량을 사마실 수 없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희소성 효과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당분간 제약된 생산 능력을 뛰어넘는 지속적 초과수요가 일어난다면 클라우드 브랜드 이미지 형성에는 희소성 기반의 프리미엄 연상 효과가 이어질 수 있다.

 

겨울에도 잘 팔리는 맥주어떤 상황에서도

잘 어울리는 그야말로 전천후 맥주가 됨으로써

맥주 사용상황을 넓히고 이로 인해 브랜드 인지도

확대와 더불어 브랜드 자산 가치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marnia@dongguk.edu

여준상 교수는 고려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실었다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 33> <역발상 마케팅등이 있다.


반응형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