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 - 전략,HR
이나모리 가즈오 일본 교세라 회장이 제시한 불황을 성장의 기회로 바꾸는 방법 1. 직원들과의 유대관계를 강화하라. 2. 모든 비용을 절감하라. 3. 임직원 모두 함께 영업전선에 뛰어들라. 4. 신제품 개발에 힘쓰라. 5. 어떤 난관도 뚫을 불요불굴(不撓不屈)의 정신이 필요하다. |
한국 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지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한반도의 바로 옆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라고 한탄하며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일본에서 장기 불황을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바꾼 사람이 바로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회장이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세계적 명문 대기업 교세라의 창업자로 적자에 허덕이다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일본항공(JAL)을 살려내기도 했다. 현대 일본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경영자이기도 하다. 또 스스로 독립채산형 회계관리 방식인 ‘아메바 경영’을 창안한 경영전문가이기도 하다. 이나모리 회장은 저서 <불타는 투혼(양준호 옮김, 한국경제신문, 2014)>에서‘불황을 성장의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방법’으로 4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직원들과 유대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경영자는 불황일수록 직원들과의 끈을 더 튼튼히 묶어야 한다. 불황의 국면에서 성과가 악화되면 경영자와 직원의 관계는 말할 것도 없고 부서들의 관계도 파편화되기 마련이다. 각자 제 살길을 찾는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이 직면한 불황을 장기화로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불황일 때 직원들과 유대를 오히려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현실에서 보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기업에서 진정한 힘을 살펴볼 수 있다. 호황기에는 노사관계가 양호해도 불황기에 접어들면 경영자는 직원에게 좋은 말만 할 수 없게 된다. 임금 삭감 등의 조치를 직원에게 요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직원들이 반발하기 마련이다.
불타는 투혼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양준호 옮김, 한국경제신문, 2014
이런 시기에 괴로움과 즐거움을 함께할 수 있는 인간관계와 직장의 풍토가 만들어져 있는가를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불황은 ‘노사관계의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할 수 있다. 불황을 직장의 인간관계를 직시하고 재구축하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러므로 기업이 어려울 때 직원들과 일과 삶의 본질에 대한 소통에 힘써야 한다. 어떤 조직이든 사람들이 함께 고생하는 시기를 겪으면서 전우애가 다져지는 법이다.
둘째, 모든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 먼저 모든 임직원은 비용절감에 대한 의식을 철저히 가져야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비용을 줄일 때 예외 사항을 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출과 관련한 항목을 세부적으로 나눠서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지출하는 비용을 알아내야 한다. 이나모리 회장은 불황이 닥칠 때마다 모든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철저히 노력했다. 구태의연한 제조방법을 수정하거나 불필요한 조직을 통합하는 등 근본적인 부분에서 합리화를 추구했고 철저한 원가절감을 단행했다. 이나모리 회장은 불황을 적절한 기회로 삼아 경비를 절감하면 경기가 회복될 때 기업은 단번에 고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체질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일본항공(JAL)의 경우 비용절감을 위해서 조종사가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전용 컵을 가지고 다녔다. 항공기 정비사는 지금까지 버려온 기름때가 묻은 장갑을 빨아서 다시 사용했다. 이런 방법은 단순하게 치부할 ‘자린고비 작전’이 아니다. 이런 작은 방법이라도 회사의 수지 개선에 도움이 됐을 때 조종사와 정비사도 ‘나도 JAL의 재건에 공헌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모든 경비는 예외를 두지 않고 줄여야 한다.
셋째, 불황에는 모든 임직원이 영업에 직접 나서야 한다. 영업은 영업을 담당하는 부서의 전유물이라는 공식을 깨고 모든 직원들이 직무를 막론하고 영업에 대한 마음가짐을 가질 때 매출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제1차 오일쇼크가 닥쳤을 때 당시 교세라가 판매하는 제품은 공업용 세라믹 재료와 부품이 전부였다. 일반적인 유통경로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물건을 납품하던 거래처에서 영업사원들이 머리를 숙이고 세라믹의 특징과 장점을 설명하고 신제품의 구입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판매했다. 이나모리 회장은 당시 “임직원 전원이 제품을 팔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영업 경험이 전혀 없는 생산 현장의 근로자들까지도 제품 판매에 나서자고 한 것이다. 당시부터 실제 고객에게 인사조차 해본 적 없는 공장 근로자까지 영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임직원들은 땀을 흘리며 거래처를 방문했고 “뭐든 시켜주십시오.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주문을 받으러 다녔다.
언뜻 생각하기엔 생산과 판매는 대립관계다. 예를 들어 생산 부서는 영업 부서에 대해 ‘영업 부서가 주문을 받아오지 않아서 만들 물건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고 반대로 영업 부서는 생산 부서에 대해 ‘생산 부서가 잘 팔릴 수 있는 물건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팔 물건이 없다’고 판단하기 마련이다. 태생적으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상대의 입장에서 살피면 서로의 노고를 잘 알 수 있다. 생산 부서 직원이 영업 부서 직원의 노고를 체험하면 생산 부서와 영업 부서가 융화될 수 있다. 서로의 마음을 이해해서 마음속부터 협력하게 된다. 전원이 영업에 나선 것은 생산과 판매가 융화하는 데 커다란 플러스 요인이 됐다.
또 명문대를 졸업하고 우수한 능력을 가진 대기업 임원은 매장에서 고객에게 머리를 숙이고 인사하는 것이 어색하다. 하지만 판매에서는 손을 비비며 주문을 받는, 말하자면 하인과 같은 서비스 정신이 필요하다. 불황은 이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된다. 임원을 시작으로 전 직원이 고객에게 머리를 숙여 주문을 받는 노고를 체험하고 주문받는 일의 어려움과 경영의 냉엄함을 실감할 수 있다.
과거 불경기에서는 가전 업체들이 임직원들에게 지급하는 보너스 대신 자사 제품을 현물로 지급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보너스 대신 자사의 창고에 쌓인 제품을 처리해서 재고를 없앨 뿐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다. 임직원 전원이 영업해서 재고를 없애려고 머리를 숙여가며 판매하면 영업의 어려움도 알 수 있다. 생산과 연구개발 부서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고객이 바라는 것을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다. 더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강조해야 할 게 하나 더 있다. 불황기에는 경영자 자신부터 세일즈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이나모리 회장 자신도 불황기에 주문이 감소하면 세계를 돌아다니며 제품 영업을 했다. 영업사원들과 생산 부서 직원들에게만 영업을 시키는 게 아니라 자신이 솔선수범해 작은 주문이라도 받아야 한다고 믿었다.
마지막은 불황기에 오히려 신제품 개발에 힘써야 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불황에 직면하면 근시안적인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불황일수록 의식적으로 중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신제품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불황으로 주문이 줄어들기 때문에 기존 제품으로는 매출을 늘릴 수 없다. 그러나 불황이라도 시장이 요구하는 물건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고객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시장이 요구하는 물건이 무엇인지 찾아가면서 신제품 개발에도 매진해야 한다. 현장의 기술 부서에는 항상 다양한 신제품에 대해 아이디어를 내놓는 사람이 있다. 불황기에는 특별히 이런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객의 니즈를 적극적으로 불러일으켜야 한다.
신제품 개발은 다음 도약을 준비한다는 의미에서 더없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사례로 교세라가 불황기에 탄생시킨 신제품인 세라믹으로 만든 낚싯대 가이드링을 들 수 있다. 현재 대부분 낚싯대 가이드링은 교세라 제품이다. 이 제품은 불경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매출을 증가시켜야 한다’라는 한 영업사원의 생각에서 출발했다. 제1차 오일쇼크가 발발한 이후 섬유기계가 전혀 팔리지 않았다. 여기에 사용되던 세라믹 부품의 주문도 끊겼다. 교세라의 섬유기계 담당 영업사원은 시즈오카(靜岡)현의 한 낚시기구 업체를 방문했다. 당시까지도 던지기 낚시용 장대에서 사용되는 낚싯줄이 감기는 가이드링은 금속으로 만들었다.그러나 금속 가이드링은 낚싯줄과 마찰이 크게 일어나서 낚싯줄이 잘 미끄러지지 않고 큰 물고기가 걸렸을 때는 마찰열이 발생해서 줄이 끊어지기도 했다. 영업사원은 이런 점에 주목했다.
세라믹은 잘 마모되지 않는데다 낚싯줄이 잘 미끄러졌다. 섬유기계에서 줄이 고속으로 감겨 마모되기 쉬운 부분에 세라믹 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영업사원은 낚싯대 가이드링의 재료를 금속에서 세라믹으로 바꿔서 낚싯줄이 잘 미끄러지고 쉽게 끊어지지도 않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낚시기구 업체에 이렇게 제안했다. “교세라는 세라믹 제조업체입니다. 섬유기계에는 줄이 고속으로 감겨서 마모되기 쉬운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이 쉽게 마모되지 않도록 세라믹 재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귀사의 낚싯대를 구해서 확인해봤는데 실이 감기는 부분에 금속으로 만든 가이드링이 사용되고 있었습니다.이 부분을 세라믹으로 만든 가이드링으로 바꿔보시는 게 어떤가요. 아주 잘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낚싯대의 가이드링은 섬유기계처럼 실이 항상 고속으로 감겨 마모되는 것은 아니다. 마모의 우려가 있는 건 낚싯대를 던질 때가 전부다. 낚시기구 업체는 “재료를 세라믹으로 바꾸면 가격이 오를 것입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습니다”라며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영업사원은 포기하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아닙니다. 세라믹으로 바꾸면 가이드링이 마모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낚싯줄과 마찰도 줄어듭니다. 줄이 쉽게 끊어지지 않지요. 낚시에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 아닐까요?”
낚시기구 업체는 영업사원의 끈질긴 설득에 실제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보기로 했다. 우선 기존 금속제 가이드링에 낚싯줄을 연결하고 힘을 줘서 당겼다. 그러자 마찰열 때문에 줄이 쉽게 끊어졌다. 같은 실험을 세라믹제 가이드링으로도 해봤다. 영업사원이 말한 것처럼 낚싯줄은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낚시에서 큰 물고기가 걸렸을 때 줄이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큰 장점이다.
낚시기구 업체는 “바로 이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세라믹제 가이드링을 사용하기로 했다. 현재는 모든 고급 낚싯대에는 세라믹제 가이드링이 탑재돼 있다. 시즈오카의 낚시기구 업체를 시작으로 전 세계에 퍼진 세라믹 가이드링은 오일쇼크 이후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매달 수백만 개가 판매되고 있다.불황일 때 신제품을 개발하라는 말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만들어오던 제품을 약간 다른 각도에서 연구해도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현 제품의 연장선에 있는 제품이라도 경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신제품 개발이야말로 불황기에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것이다.
이나모리 회장은 이런 4가지 전략보다 더 중요한 방법이 하나 더 있다고 말한다. 바로 ‘휘지도 않고 굽히지도 않는다’는 뜻의 불요불굴(不撓不屈)의 정신이다. 불황기에는 특히 어떤 난관도 꿋꿋이 견디고 앞으로 나가는 의지가 필요하다. 어떤 일이나 장애가 있어도 그것을 극복해나가고자 하는 강한 의지와 용기가 요구된다. 불요불굴의 정신이 부족했기 때문에 현재 우리 사회에 절망감이 만연한 것은 아닐까. 이나모리 가즈오는 기업의 실적 저하가 지속되는 이유를 경제 환경이나 시장 동향 등에서 찾으려는 경영자가 많다고 한탄한다. ‘육중고(환율, 높은 법인세, 전력난, 노동규제 강화 등 제조업체가 처한 6가지 어려움)’등을 탓하며 실적 부진의 이유를 다른 곳에 전가하고자 하는 경영자들도 많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이런 견해에 반대한다. 경제의 회생에는 정부 정책보다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이 변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경영자는 불황을 기업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신이 준 기회라고 이해하고 경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경영자가 솔선해서 불황에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기백, 즉 불타는 투혼을 가져야 한다. 현재 우리는 침체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을 막론하고 모든 경영자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회사를 더욱 발전시키고 직원의 행복을 실현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다면 기업은 성장을 거듭하고 경제는 반드시 빛을 되찾을 수 있다. 불요불굴의 의지를 갖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어쩌면 우리가 그 ‘투지’를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불황일 때 신제품을 개발하라는 말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만들어오던 제품을 약간 다른 각도에서 연구해도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불황기를 극복해나가기 위해서는 투혼이 필요하다. 기업 경영과 비즈니스는 진검승부를 펼쳐야 한다. 냉엄한 경쟁에서 일상적으로 노출된다. 리더는 아무리 심각한 상황에 처해도 ‘절대 지지 않겠다’는 투쟁심을 불사르고 그런 모습을 임직원에게 보여줘야 한다. 조직원들이 투쟁하는 리더의 뒷모습을 보면 사기는 높아진다. 거꾸로 리더가 조금이라도 약한 모습을 보이면 그 기운이 눈 깜짝할 사이에 조직 곳곳으로 스며들어 회사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만다. 냉엄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경영자는 격투기 선수에게도 뒤지지 않을 기백과 투혼을 가져야 한다. 경영자에게는 ‘목숨을 걸고 직원들과 기업을 지킨다’는 기백과 책임감이 반드시 필요하다. 불황에 울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불황을 도약하는 기회로 삼을 것인가.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어렵다. 그래서 오히려 기회가 많다. 불황에 기회를 찾는 것은 눈이 아니라 마음, 불타는 투혼이 아닐까? 다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서야 한다. 불황을 이겨내기 위한 지혜와 정신을 얻기 위해 꼭 한번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성균관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이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