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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은 왜 목이 길까? 
남들은 엄두도 못 내는 높은 곳의 잎을 따먹을 수 있게끔 목을 늘인 덕분이다. 
목뼈가 많은 게 아니다. 7개로 우리와 같지만 
그들만 아는 노력으로 세상에서 가장 긴 목을 만들었다. 
  
그러면 토끼는 왜 앞다리보다 뒷다리가 훨씬 길까? 
토끼는 포식자를 만났을 때 그들보다 더 잘하는 게 있어야 살 수 있다. 
포식자들은 대체로 덩치도 크고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까지 있는데 더 잘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있다. 장점의 뒷면은 단점이라 무게 때문에 가파른 비탈길에 약하다. 
토끼는 포식자의 이 단점을 자신의 장점으로 만들었다. 
뒷다리를 키워 오르막길을 가뿐하게 올라 순식간에 바람처럼 사라지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에 살아있다. 
우리가 즐기는 커피는 커피콩에서 추출한 것인데 커피콩은 말 그대로 콩알만 하다. 
그런데 같은 열대식물인데도 카카오는 어른이 두 손으로 잡아도 넘쳐날 만큼 큰 열매를 만든다. 왜 그럴까? 
카카오가 사는 곳은 제 아무리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빛도 2% 정도만 숲 바닥에 도달하는 열대 우림의 정글이다. 
정성을 들여 씨앗을 만들었다고 해도 땅에 떨어진 씨앗은 햇빛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들다. 
‘노오력’이 아니라 그 제곱을 해도 마찬가지다. 방법은 하나,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도록 크고 충분한 생존 배낭을 씨앗 속에 만들다 보니 커졌다. 
덕분에 몇 년을 캄캄한 어둠 속에 있어도 햇빛이 들기만 하면 싹을 틔울 수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다를까? 
축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남미 선수들이 뛰어난 개인기를 가졌다는 걸 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마라도나가 대표적인데 왜 남미 선수들만 그런 능력을 가졌을까? 
그들만 가진 색다른 유전자라도 있는 걸까? 
사실 이 화려한 능력에는 아픈 과거가 서려 있다. 
알다시피 남미는 유럽의 오랜 식민지 지배로 고생을 했다. 
‘공은 둥글어서 평등하다’고 하지만 20세기 초까지도 이들 ‘노예의 후손들’은 백인들과 동등하게 뛸 수 없었다. 
몸을 부딪치기라도 하면 거의 무조건이다시피 이들에게 반칙이 선언되는 게 관례였다. 
그렇다고 질 수는 없는 일. 어떻게든 몸싸움을 피하면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현란하게 움직이는 드리블이 그것이었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덕분에 축구 강국이 되었고 많은 선수들이 유럽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세상에 이유가 없는 건 없다.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오늘 우리가 서 있는 현실도 마찬가지다. 

 

부처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지금 왜 이러는가 궁금하면 과거를 보라. 앞으로 잘될 수 있을까 궁금하면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지를 보라.”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어제를 되짚어 보고 오늘을 둘러보며 내일을 바라보는 시간이다.

(출처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세상에 이유가 없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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