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건강 얘기하다 보면 꼭 이런 말이 나와요. “예전엔 아프면 병원 갔는데, 이제는 아프기 전에 뭔가를 알아낼 수 없을까?” 스마트워치로 심박수 보고, 앱으로 수면 점수 확인하고, 식단도 기록하는 사람이 늘었잖아요. 그런데 막상 병원은 여전히 ‘증상’이 생긴 뒤에야 움직이는 구조가 강해요. 이 간극을 메우는 키워드가 바로 예측의료라고 생각해요.
예측의료는 단순히 “AI가 다 해준다” 같은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에요. 내가 가진 유전적·생활습관·의료 기록·측정 데이터를 모아서, 앞으로 생길 가능성이 높은 위험을 ‘미리’ 찾아내고, 그에 맞춰 예방하고, 개인별로 관리 방법을 바꾸는 흐름이죠. 말은 쉬운데, 실제로는 기술·제도·돈·신뢰라는 네 가지 벽을 같이 넘어야 해서 더 흥미롭고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좀 현실적으로 풀어볼게요.
(참고로 이 글은 의료 조언이 아니라, 트렌드와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정보 공유예요.)

I. 디지털 헬스케어, 변화의 파도 위에 서다
한동안 디지털 헬스케어는 ‘병원 예약 앱’ 정도로만 생각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범위가 엄청 넓어졌죠. 크게 나누면 디지털 기기(웨어러블·센서), 디지털 솔루션(AI 분석·디지털 치료), 디지털 플랫폼(원격 모니터링·병원 O2O), 그리고 이런 걸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데이터 분석 시스템, 운영 시스템)까지 한 덩어리로 움직여요.
흥미로운 건, 전 세계적으로 질병 진단·치료 중심(Illness)뿐 아니라 예방·건강증진 중심(Wellness) 영역이 더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사용자 기준으로는 웰니스 쪽이 연평균 14%대까지 보고되고, 질병 영역도 9%대 수준으로 꾸준히 올라가요. 매출 기준으로는 둘 다 14% 안팎 성장이 예상되는 흐름이라 “사람이 쓰는 쪽(웰니스) 먼저 커지고, 돈이 따라온다” 같은 그림이 그려져요.
국내도 비슷한 움직임이 보여요. 전체 시장은 완만하지만(연평균 3%대) 구성은 빠르게 바뀌고 있어요. 진단 관련 기기 비중이 커지는 건 물론이고, 특히 건강관리 서비스 플랫폼이 눈에 띄게 확장되는 흐름이 잡혀요. 예전엔 “기기 팔기”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를 모으고 해석해서 생활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이 변화가 예측의료로 넘어가는 ‘전초전’이라고 봐요.
II. 예측형 헬스케어, 데이터가 여는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
여기서 말하는 예측형 헬스케어(예측의료)는 흔히 4P로 설명돼요.
- Predictive(예측): 개인별 질병 위험을 더 이르게 찾아내는 것
- Preventive(예방): 위험 신호가 보일 때 생활·의학적 개입으로 진행을 막는 것
- Personalized(맞춤): 사람마다 다른 특성에 맞춰 관리·치료를 바꾸는 것
- Participatory(참여): 환자가 수동적인 대상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관리에 참여하는 것
중요한 건 “데이터를 모으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데이터는 도구고, 목적은 결국 ‘결정의 질’을 올리는 거예요. 진료실에서 의사가 판단할 때도 그렇고, 병원 운영(병상·인력·동선)을 관리할 때도 그렇죠.
예측의료가 작동하는 흐름을 아주 간단히 그리면 이래요.
- 데이터가 생긴다: 병원 기록(EHR/EMR), 검사 결과, 유전 정보, 웨어러블 생체신호, 생활 습관, 사회경제적 정보 등
- 데이터가 정리된다: 표준화·품질관리·보안·거버넌스
- 모델이 만든다: 현재 상태를 설명(Descriptive)하고, 위험을 예측(Predictive)하고, 최적 행동을 추천(Prescriptive)
- 서비스로 연결한다: 개인 맞춤 관리, 고위험군 케어, 병원 운영 최적화, 보험·복지 연계
여기서 “그럼 데이터는 어떻게 모으는데?”가 궁금해지죠. 요즘은 손목에 찬 시계 하나로 끝나지 않아요. 카메라로 혈류 변화를 읽는 비접촉 방식(rPPG), 레이더로 심박을 감지하는 방식, 피부에 붙이는 패치(ECG/PPG), 연속혈당측정기 같은 의료기기, 수면·스트레스·자세·보행을 읽는 센서까지… 데이터의 문이 사실상 다 열려 있어요. 다만, 이 데이터가 ‘의료’가 되려면 다음 장에서 이야기할 신뢰성 장벽을 넘어야 해요.

III. 예측형 헬스케어는 왜 지금 주목받는가?
솔직히 말하면, 예측의료가 “멋져 보여서” 뜨는 건 아니에요. 필요해서 뜨는 거예요.
첫째, 소비자 행동이 이미 바뀌었어요. 스마트 헬스케어 경험률이 59% 수준까지 올라가고, 사람들이 실제로 많이 쓰는 건 진료 예약·관리 같은 실용 서비스예요. 만족도도 꽤 높은 편(예약·관리 77%, 비대면 진료 75%, 의약품 배송 74% 등)이라 “써보니 괜찮네?”가 누적되고 있어요. 반면 디지털 치료 같은 영역은 아직 만족도가 낮게 나오기도 해서(50%대) ‘기술은 있어도 체감 가치는 더 다듬어야 한다’는 신호로 읽혀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전반적으로 앞으로 이용 의향은 80%대까지 높게 잡힌다는 점이에요. 수요 쪽 문은 이미 열렸어요.
둘째, 공급이 버티기 힘든 구조예요. 의료 수요는 늘어나는데, 의료진은 부족하고, 병원은 적자 압박이 커져요. 실제로 상급종합병원들 다수가 큰 폭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사례가 나오고, 회복까지 5~10년이 걸릴 거라는 전망도 있어요. 이 상황에서 “사람을 더 뽑자”만으로는 답이 안 나옵니다. 결국 같은 인력으로 더 많은 환자를 안전하게 보려면, 운영 효율을 높이고, 고위험 환자를 선별해 집중하는 방식으로 가야 해요. 예측의료가 바로 그 역할을 하죠.
셋째, 국가 재정과 의료비 부담이 너무 빠르게 커지고 있어요. GDP 대비 경상의료비 비중이 2015년 6.5%에서 2024년 8.4%로 올라가고, 총 의료비 규모는 같은 기간에 거의 2배로 커진 흐름이 잡혀요. 여기서 포인트는 “치료 중심으로만 가면 비용은 계속 누적된다”는 현실이에요. 그래서 만성질환을 미리 관리했을 때 비용이 줄어드는 시뮬레이션이 자꾸 주목받아요. 당장 전부를 절감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방향은 분명해요. 예방과 관리가 커지고, 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장기적으로 내려가는 쪽으로요.
넷째, 해외에선 이미 ‘성과’ 사례가 쌓이고 있어요.
- 어떤 조기 스크리닝 서비스는 30분 정도의 스캔으로 약 100만 개 수준의 데이터를 수집해 위험 신호를 찾아내고, 추가 검사·의료 연계를 붙여요. “검진은 귀찮아서 미루는 사람”에게는 꽤 설득력 있는 포맷이죠.
- 대형 의료기관은 퇴원 후 30일 재입원 위험을 예측해서 고위험군에게 집중 케어를 붙였고, 재입원 감소 같은 결과를 만들었어요.
- 또 다른 곳은 병상 배정, 수술·이송 대기, 구급차 도착 시간 같은 병원 운영 지표를 AI로 최적화해 병상 여력을 늘리고(추가 병상 확보 효과), 배정 시간을 줄이고, 대기 시간을 크게 단축한 사례가 있어요.
이런 사례를 보면, 예측의료는 ‘환자 경험’과 ‘의료 시스템 운영’이라는 두 축에서 동시에 이익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줘요.
IV. 예측형 헬스케어를 가로막는 장벽들
여기까지 읽으면 “그럼 내일 당장 예측의료가 일상이 되겠네?” 싶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 크게 네 가지 벽이 있어요.
- 기술 신뢰성의 벽
병원에서 잰 데이터는 통제된 환경에서, 인증된 장비로, 의료진 검증까지 거쳐요. 반면 집에서 잰 데이터는 빛·자세·센서 오차 같은 변수에 영향을 받아요. 그래서 의료진 입장에서는 “이걸 근거로 판단했다가 문제 생기면 책임은 누가 지지?”가 먼저 떠오르죠. 결국 웰니스 데이터가 의료현장에서 ‘참고’ 수준에 머무르기 쉬워요. 이 벽을 넘으려면 임상 데이터 기반 검증, 표준화된 평가가 필수예요. - 상호운용성과 플랫폼의 벽
병원마다 EMR 구조가 다르고, 코드 체계도 다르고, 기록은 텍스트(비정형)로 남는 경우가 많아요. 웨어러블 데이터는 또 따로 놀고요. 데이터가 ‘연결’되지 않으면 예측은 한쪽 눈 가린 채 달리는 거예요. 데이터가 조각나면 모델 학습도 어렵고, 서비스가 환자 여정을 끝까지 커버하기 힘들어요. - 제도·규제의 벽
개인정보보호, 의료법, 보험·수가 체계가 얽혀 있어요. “어디까지가 의료고, 어디부터가 웰니스냐”도 여전히 논쟁거리죠. 특히 B2C(개인 대상) 서비스는 법적 불확실성이 커서 기업 입장에선 투자 회수 계획을 짜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결국 웰니스 중심으로만 커지거나, 기술 판매(솔루션 납품) 쪽으로만 머무르는 경우가 생겨요. - 수익성의 벽
예측의료가 만들어낸 ‘절감 효과’를 누가 가져가느냐가 핵심이에요. 병원은 환자가 줄면 매출이 줄 수 있고, 보험자는 비용이 줄면 이익이 늘죠. 그런데 솔루션 제공자에게 그 절감분이 합리적으로 돌아오는 구조(성과 기반 계약)가 없으면 시장이 커지기 어렵습니다. 예측 → 행동 변화 → 비용 절감 → 절감분 공유라는 선순환이 없으면, 좋은 기술도 “데모에서 끝”나기 쉬워요.
V. 다가올 시대를 위한 우리의 준비
그럼 답이 없느냐? 저는 오히려 지금이 ‘준비하면 기회가 되는 구간’이라고 봐요. 방향이 꽤 선명하거든요.
- 병원-민간 협력으로 ‘검증’부터 쌓기
예측의료는 데이터 품질과 검증 과정에서 신뢰가 결정돼요. 기업이 혼자 임상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다면, 의료기관과 협력해 골드 스탠다드 수준의 검증을 해야 해요. 검증된 모델은 산업 표준(인증)과 제도 편입의 출발점이 됩니다. - 데이터 상호운용성 개선: 표준화·통합 플랫폼·거버넌스
환자 중심 통합 진료를 하려면 진료 데이터 + 생활/행동 데이터가 연결돼야 해요. 이를 위해선 EMR/FHIR 같은 표준 기반 연계, 국가 단위의 데이터 허브, 접근권한과 품질관리 가이드라인이 필요해요. 그리고 중요한 건, 환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주도적으로 통제·활용할 수 있는 MyData 기반 신뢰 체계예요. “내 데이터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는 불안이 줄어야 참여가 늘거든요. - ‘보건의료 경제성’으로 시장 진입 전략 세우기
AI 헬스케어는 기술만으로 승부가 안 나요. 급여(수가) 편입을 목표로 한다면 사회 전체 비용효과성을 입증해야 하고, 비급여라면 병원 운영 효율과 진료 질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증명해야 해요. 그래서 초기 단계부터 “임상적 유효성(효과) + 소요 비용(절감)”을 같이 설계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 과정이 솔루션 스펙(정확도 목표), 가격, 임상시험 설계까지 연결돼요. - 산업화 선순환 구조 만들기: ‘도입’이 먼저다
의료기관이 디지털 헬스케어를 도입해야 임상데이터가 쌓이고, 제품이 고도화되고, R&D가 지속되고, 시장이 커져요. 도입이 막히면 데이터도 막히고, 데이터가 막히면 고도화가 막히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결국 초기에는 도입을 촉진하는 지원과 제도 설계가 필요해요.
마지막으로, 개인 입장에서 예측의료 시대를 준비하는 방법도 한 가지 덧붙이고 싶어요.
“내가 쓰는 건강 앱/기기 데이터가 의료적으로 얼마나 검증됐는지”, “의료진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 “개인정보와 데이터 이동은 어떻게 관리되는지” 이 세 가지를 체크해보세요. 예측의료는 편리함만큼 신뢰가 중요하거든요.
정리해보면, 예측의료는 이미 시작됐고, 수요도 커지고 있고, 의료 시스템도 더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 방향은 분명해요. 다만 신뢰·표준·제도·수익 구조를 같이 설계해야 ‘유행’이 아니라 ‘일상’이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병원에서 “증상부터 말해보세요” 대신 “최근 3개월 데이터에서 이런 위험 신호가 보였어요”라는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면 좋겠네요. 그때의 의료는 아마 지금보다 훨씬 덜 불안하고, 훨씬 덜 늦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