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가 바꾼 부동산 판: 콘텐츠 스튜디오가 뜨는 진짜 이유
OTT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콘텐츠 스튜디오’는 단순 촬영장이 아니라 새로운 부동산 자산이 됩니다.
지금 스튜디오가 왜 뜨는지, 국내 개발 트렌드와 투자 포인트를 한 번에 정리해볼게요.
요즘 부동산 이야기하면 아직도 아파트, 상가, 오피스 얘기가 대부분이죠.
그런데 업계에서는 은근히 다른 단어가 자주 튀어나옵니다. 바로 “콘텐츠 스튜디오”예요.
처음엔 저도 “촬영장이 무슨 부동산이야?” 싶었습니다.
그런데 흐름을 하나씩 뜯어보면, 이게 생각보다 ‘인프라’가 맞더라고요. 예전에 물류센터, 데이터센터가 한 번씩 시장의 시선을 싹 가져갔던 것처럼, 콘텐츠 스튜디오도 비슷한 결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오늘 글은 어렵게 쓰지 않을게요.
온라인에서 이야기하듯이, “왜 콘텐츠 스튜디오가 부동산 판을 흔드는지”를 현실적인 언어로 풀어보겠습니다.

■ 스튜디오 전성기, 숫자부터 보면 감이 온다
OTT 시장이 커졌다는 건 다들 체감하잖아요. 그런데 숫자로 보면 더 선명해요.
글로벌 OTT 시장은 2010년 61억 달러 수준에서 2021년 1,351억 달러까지 커졌고, 2028년에는 2,429억 달러 수준을 바라본다는 전망이 있어요.
국내 시장도 비슷합니다. 2017년 5억 달러대에서 2021년 약 12억 달러 수준까지 올라왔고요.
이 정도면 “콘텐츠를 찍는 공간”이 부족해지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딱 하나예요.
OTT는 결국 ‘구독을 유지시키는 힘’이 콘텐츠에서 나오고, 콘텐츠는 결국 콘텐츠 스튜디오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만들어진다는 것.
즉, 콘텐츠 스튜디오가 부족하면 제작 자체가 꼬이기 시작합니다.
■ 넷플릭스가 한국을 먼저 찍은 이유: 스튜디오는 ‘전략 자산’이다
넷플릭스 얘기를 빼고는 이 흐름을 설명하기가 어려워요.
넷플릭스는 스튜디오를 “그때그때 빌리는 공간” 정도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작 거점을 장기적으로 확보해서, 콘텐츠 공급 능력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쪽에 가깝습니다.
유럽에선 스페인 마드리드에 제작 허브를 만들고 스튜디오를 확장해 왔고, 영국에서는 대형 스튜디오를 최소 10년 단위로 장기 임차하기도 했죠.
미국에서는 옛 군부대 부지에 대규모 스튜디오 조성 계획을 밝히면서, “제2의 할리우드”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스케일을 키웠습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에요.
경기도 파주·연천 일대의 스튜디오를 장기 임차해 제작 기반을 다지고, 서울에는 VFX(시각특수효과) 중심의 스튜디오 계획까지 내놓는 식으로요.
이게 의미하는 바는 단순합니다.
콘텐츠 경쟁이 심해질수록, 콘텐츠 스튜디오는 ‘임대차 계약’이 아니라 ‘전략 자산’이 됩니다.

■ 스튜디오가 부족하면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쯤 되면 이런 질문이 나와요.
“그럼 스튜디오가 부족하다는 게 체감이 될 정도야?”
결론부터 말하면, 체감이 됩니다.
대표적으로, 어떤 작품이 대전의 대형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배경에는 다른 지역 스튜디오들이 예약으로 이미 꽉 차 있었던 사정이 얽혀 있었다는 사례가 알려져 있죠.
이런 일이 생기면 지역은 꽤 복잡해집니다. 한 작품이 대박 나면 ‘촬영지가 곧 관광지가 되고’, 지역은 그 한 번의 기회를 놓치면 두고두고 아쉬워하거든요.
국내 주요 스튜디오들의 가동률이나 촬영일수도 분위기를 보여줘요.
어떤 대형 스튜디오는 연간 가동률이 100%를 훌쩍 넘는 수준으로 집계되기도 했고, 부산의 영화촬영 스튜디오는 상반기 촬영일수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늘었다는 흐름도 확인됩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는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스튜디오 대관료는 “평당 얼마”로 단정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작품 규모, 장비, 세트 구성, 전기·냉난방 조건, 계약 기간에 따라 천차만별이라서요.
그래서 저는 숫자 하나로 결론 내기보다, 구조(수요가 어떻게 생기고 어떤 공간이 선호되는지)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 국내 콘텐츠 스튜디오 개발 트렌드 4가지 (이거 모르고 보면 계속 놓친다)
요즘 새로 추진되는 콘텐츠 스튜디오를 보면 공통된 패턴이 있습니다. 저는 크게 4가지로 정리해요.
- 지역: ‘수도권 인근’이 뜬다
촬영팀은 생각보다 이동에 엄청난 에너지를 씁니다. 주 52시간 제도가 자리 잡으면서, 이동시간이 곧 리스크가 됐어요.
그래서 서울·상암 같은 제작 거점에서 1시간 내 접근 가능한 경기권, 인천권 스튜디오 수요가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인천에 신규 스튜디오가 생기고, 파주에 추가 개발이 이어지는 흐름이 뚜렷합니다. - 유형: 버추얼 스튜디오(가상 제작)가 급부상
요즘 스튜디오를 말할 때 “LED 월(대형 스크린)”, “XR”, “실시간 렌더링” 같은 단어가 같이 붙습니다.
실감형 콘텐츠 시장이 커지면서, 버추얼 스튜디오는 ‘특수촬영’이 아니라 ‘표준 옵션’처럼 되어 가요. 실내에서 날씨 영향을 덜 받고, 배경을 바꾸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제작사 입장에서는 꽤 매력적이거든요. - 규모: 실내+야외+특수촬영 ‘복합형’이 강하다
예전에는 야외 세트장 따로, 실내 스튜디오 따로였는데요. 요즘은 한 곳에서 원스톱으로 찍고 싶은 니즈가 큽니다.
수중촬영 스튜디오가 실내 수조까지 갖추기 위해 수십억을 투자해 리모델링하고, 테마파크형 야외 세트장이 실내 스튜디오를 추가로 조성하는 움직임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 부지: 폐부지·유휴부지의 ‘환골탈태’
이게 부동산 관점에서 제일 흥미로운 포인트예요.
폐정수장, 폐기물 부지, 오래된 공장 부지 같은 곳이 콘텐츠 스튜디오로 바뀌는 사례가 실제로 나옵니다. 유지관리비만 먹던 시설이 촬영 인프라로 바뀌면서 지역에는 일자리와 방문객이 생기고, 기업 입장에선 ESG 효과까지 챙길 수도 있죠.
“버려진 땅이 콘텐츠로 돈을 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닙니다.
■ 콘텐츠 스튜디오 수익모델: ‘대관료’만 보면 반쪽이다
많은 분들이 콘텐츠 스튜디오 수익을 “대관료=끝”으로 생각하는데, 이게 반만 맞아요.
기본은 당연히 스튜디오 대관(임대) 수익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여기서 갈려요.
- 관광/체험형으로 확장
유명 작품이 나오면 촬영지가 곧 관광 상품이 됩니다. 세트 투어, 체험 시설, 굿즈, 지역 먹거리까지 엮이면 방문객 지갑이 열리죠. - 제작지원 기능 강화
분장실, 의상실, 편집·후반 작업 공간, 장비 창고까지 갖추면 ‘대관료 단가’가 올라갈 여지도 생깁니다. - 다만 과욕은 금물
한때 작품 인기에 기대 관광시설을 과하게 늘렸다가, 작품 열기가 식으면서 운영이 흔들린 사례도 있습니다. 스튜디오는 결국 ‘촬영이 본업’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스튜디오 사업을 볼 때 늘 이렇게 봅니다.
“이 부지는 촬영 수요가 꾸준히 발생할 구조인가?” + “부가 수익은 어디까지가 적정선인가?”

■ 왜 투자자들이 스튜디오에 몰리나: ‘미디어 부동산’의 탄생
재미있는 건, 이 시장이 제작사만의 리그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해외에서는 사모펀드(PEF)나 대형 투자사가 콘텐츠 스튜디오에 본격적으로 들어옵니다.
- 어떤 부동산 투자사는 콘텐츠 스튜디오에 누적 8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며 포트폴리오를 만들었고,
- 또 다른 글로벌 운용사는 대형 미디어 자산 포트폴리오 지분을 16억 달러대에 매입하기도 했습니다.
- “주요 스튜디오의 가동률이 95%를 넘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급이 부족하니, 신규 개발에 수억 달러 단위 투자가 붙는 거죠.
이 흐름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콘텐츠 스튜디오는 ‘제작비’가 아니라 ‘임대료’로 회수되는 인프라가 되기 시작했다.
■ 앞으로의 승부처: “어디에, 어떤 스튜디오를, 어떻게 운영할까”
그럼 우리 입장(국내 시장)에서는 뭘 봐야 할까요? 저는 체크포인트를 세 가지로 잡습니다.
- 개발
수도권 접근성, 버추얼/특수촬영 수요, 복합형 동선까지 ‘요즘 제작 방식’에 맞춰 설계할 것 - 운영
대관 중심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고, 관광·체험은 ‘확장 가능한 옵션’으로만 둘 것 - 투자
이미 해외에서 검증된 자산군이니, 국내도 수익성·리스크를 숫자로 검증하는 단계로 들어갈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 하나 있어요.
부동산은 늘 “사람이 모이는 곳”을 따라가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사람이 ‘영상’으로 모입니다.
그 영상이 만들어지는 공간이 바로 콘텐츠 스튜디오고요.
아파트만 보던 시야에서 한 번만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생각보다 큰 시장이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