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대장 이팀장] K-음료 Zero or More: 제로슈거 이후 전략

들어가며: 냉장고 앞에서 느껴지는 ‘Zero or More’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음료 코너를 한 번만 둘러봐도, 요즘 시장이 어디로 가는지 감이 오죠. 예전에는 “신상 탄산” “신상 커피” 정도가 눈에 띄었다면, 요즘은 제품 이름부터가 다릅니다. 제로, 디카페인, 무알코올… ‘뺀 것(Zero)’이 전면에 나오고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동시에 ‘더한 것(More)’도 같이 커졌다는 점이에요.

단백질, 수면 케어, 스트레스 케어, 식이섬유, 심지어 처음 듣는 성분 이름까지요.

저는 이 흐름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K-음료, Zero or More”라고 보고 있어요. 당을 빼고 칼로리를 낮추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기능을 더하고, 취향을 더하고, 친환경까지 더해지는 방향으로요. 오늘은 이 변화가 왜 생겼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이야기로 풀어볼게요.


K-음료 시장이 다시 성장하는 이유

“국내 음료 시장은 성숙기라 성장 어렵다”는 말을 오래 들어왔는데, 최근 흐름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아요.

웰니스(건강·균형) 트렌드가 커지면서, 음료가 단순한 ‘갈증 해소’에서 ‘하루 루틴을 만드는 소비재’로 역할이 바뀌고 있거든요.

숫자로 보면 더 선명해집니다.

국내 음료류 시장은 2023년에 11조 536억 원 규모까지 커졌고, 전년 대비로는 +7.2% 성장한 걸로 정리돼요.

2019~2020년에는 성장률이 1% 안팎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2022년에는 RTD(바로 마시는) 음료가 다양해지고 저칼로리·제로 음료가 크게 확산되면서 +11.6%를 기록했죠.

2018~2023년 연평균 성장률(CAGR)도 +5.5% 수준이라서, “완전 정체”라고 보기는 어려운 시장이에요.

게다가 음료 제조업 생산액만 봐도 2023년 약 8.7조 원 수준으로, 식품 제조업 안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유통 구조도 같이 보면 흐름이 더 이해돼요. 음료는 최종 소비자(B2C)로 가는 비중이 대략 75~80%로 크고, 외식업체나 군납 같은 B2B가 20~25% 정도를 차지하는 구조로 알려져 있죠. 그래서 “소비자 트렌드가 바뀌면 바로 매출이 움직이는” 특징이 강합니다.

광고나 판촉의 영향도 크고요. 결국 누가 먼저 소비자 욕구를 읽고 빠르게 제품을 바꾸느냐가 승부가 됩니다.


3無 트렌드 1: 제로칼로리·제로슈거, 이제 ‘대세’가 됐다

요즘 제로 음료는 선택지가 아니라 기본 메뉴처럼 보입니다.

제로 음료는 설탕 대신 감미료를 써서 단맛을 내고, 제로슈거·제로칼로리를 내세우는 제품군을 말하죠.

여기서 중요한 건 “맛 장벽이 많이 낮아졌다”는 점이에요. 예전 제로 제품이 특유의 감미료 맛 때문에 호불호가 강했다면, 최근에는 감미료 조합이 다양해지면서 체감 맛이 훨씬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헬시플레저(건강하지만 즐겁게)’를 찾는 20~30대를 중심으로 구매가 확 늘었고요.

제로 탄산만 놓고 보면, 2022년 기준 소매점 매출이 약 3,683억 원까지 올라가면서 탄산음료 시장의 약 25%를 차지한 것으로 정리됩니다. 숫자만 보면 “이 정도면 이미 판이 바뀐 거 아닌가?” 싶은 수준이에요.

또 하나 재미있는 포인트는, 제로 라인업이 커지면서 오히려 기존 제품 판매가 같이 늘거나, 단종됐던 제품이 ‘제로 버전’으로 다시 나오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에요. 즉, 제로는 기존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 흥행 위험을 낮추는 전략으로도 잘 맞습니다.

최근에는 ‘제로=칼로리만 0’이 아니라, 카페인·색소·당류까지 여러 요소를 동시에 ‘제로’로 잡는 제품도 나오고, 혈당·배변활동 같은 기능을 더한 탄산도 보이기 시작했죠. 이제 K-음료 시장에서 제로는 “빼는 기술”이 아니라 “다시 설계하는 기술”로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3無 트렌드 2: 디카페인과 식물성 커피, ‘부담 없는 카페’가 열린다

커피는 여전히 시장의 가장 큰 축인데요, 그 안에서도 변화가 뚜렷합니다. 디카페인 커피는 일반 커피에서 카페인을 95~99% 정도 제거한 제품으로, 카페인에 민감한 분들도 비교적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게 핵심이에요.

최근에는 디카페인 수요가 전체 커피 수요보다 더 빠르게 커지는 흐름이 관측되고, 동시에 식물성(비건) 커피 같은 선택지도 늘고 있습니다. 우유 대신 현미·완두 단백질을 섞거나, 동물성 원료를 배제해 인증을 받는 방식이죠.

이건 단순히 “카페인을 빼서 좋다”가 아니라, 소비자가 ‘내 몸에 맞는 음료’를 스스로 조합하는 시대가 왔다는 신호 같아요.

K-음료가 “취향 맞춤형”으로 진화한다는 걸 커피 카테고리가 가장 먼저 보여주는 느낌입니다.


3無 트렌드 3: 무알코올, ‘가볍게 즐기는 문화’가 시장을 키운다

무알코올 시장도 생각보다 빠르게 커지고 있어요. 맥주, 와인, 샴페인 같은 주류 카테고리에서 무알코올 제품이 다양해지면서 “분위기는 즐기되 부담은 줄이자”는 수요가 확실히 생겼습니다.

국내 무알코올·논알코올 시장은 2021년 기준 약 200억 원 규모로 정리되고, 2025년에는 2,000억 원 수준까지 커질 수 있다는 추정치도 있어요. 숫자만 보면 ‘작아 보이는데?’ 싶을 수 있지만, 성장률과 확장 속도를 보면 눈여겨볼 만합니다. 특히 식당·유흥 채널로 유통이 넓어지면 체감 시장은 더 빨리 커질 가능성이 큽니다.


3有 트렌드 1: 기능성 음료, ‘성분이 브랜드’가 된다

이제는 음료도 성분을 보고 고르는 시대죠. 과거엔 비타민 음료, 에너지 드링크, 숙취해소 정도가 대표 기능성이었다면, 요즘은 한 단계 더 들어갑니다. 테아닌, 아쉬아간다, 클로로겐산 같은 성분이 들어간 제품이 등장하고, ‘멘탈 케어’나 ‘수면 케어’처럼 목적이 더 구체화돼요.

코로나 이후 스트레스·정신적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이야기는 이제 너무 흔한데, 음료가 그 틈을 파고든 겁니다. 물론 개인차가 크니 “마시면 바로 해결” 같은 과장은 경계해야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하루 한 병 루틴’으로 접근하기 쉬운 게 음료의 강점이죠.

특히 단백질 쪽은 성장 속도가 굉장히 빨라요. 국내 단백질 식품 시장은 2018년 813억 원에서 2023년 4,500억 원으로 약 6배 커진 것으로 추정되고, 2026년에는 8,000억 원까지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분말을 타 먹는 번거로움을 줄인 RTD 단백질 음료가 시장을 넓혔고, 대형마트 기준으로도 유통되는 단백질 음료 종류가 50종이 넘는 수준까지 왔다고 해요. “선택지가 많아졌다”는 건 곧 경쟁도 치열해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K-음료에서 “맛”만으로 승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내가 왜 이걸 마셔야 하는지(기능/효과/루틴)”가 더 중요해지는 흐름이라고 봐야 합니다.


3有 트렌드 2: 다양화·세분화, 맛과 패키지와 채널이 동시에 바뀐다

요즘 음료는 맛만 다양해진 게 아니에요. 패키지 용량이 더 세분화되고, 마시는 상황(운동 전/후, 식후, 밤 시간, 출근길)에 맞춘 콘셉트가 촘촘해졌습니다. 브랜드들은 신제품을 계속 내는 동시에, 기존 제품을 리뉴얼하거나 ‘버전 다양화’로 포트폴리오를 늘리기도 하죠.

여기에 판매 경로도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오프라인 편의점·마트가 핵심이었다면, 지금은 이커머스와 해외 채널까지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옵니다. 특히 K-음료는 해외에서 “K-콘텐츠를 통해 먼저 접하고, 그 다음 실제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온라인 확산력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해외에서 잘 나가는 제품은 현지 취향을 아주 집요하게 파고들어요. 예를 들어 특정 탄산음료가 중국에서는 ‘우유가 들어간 탄산’이라는 포인트로 젊은 층의 웰빙 니즈를 잡고, 현지에서 선호하는 맛을 여러 개로 넓혀가거나, 현지 SNS 채널에서 공격적으로 노출을 만들기도 하죠. 러시아처럼 과일이 다양하지만 음료로 다양한 맛을 즐기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오리지널 외에 딸기·멜론·복숭아·망고·포도·바나나 같은 맛을 여러 개 깔아 두는 전략이 효과를 보기도 합니다. 이런 사례를 보면, K-음료의 해외 성과는 ‘운’이 아니라 ‘현지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3有 트렌드 3: 친환경, 포장재가 브랜드 신뢰를 만든다

‘그린슈머’라는 단어가 이제 낯설지 않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성을 높인 포장으로의 전환은 음료 업계에서 점점 기본값이 되고 있어요. 무라벨, 재생 페트 활용, 용기 경량화 같은 방향이 대표적입니다.

최근에는 폐플라스틱을 다시 식품 용기로 되돌리는 ‘보틀 투 보틀’ 같은 재활용 기술이나, 원료 자체를 재활용 페트로 바꾸는 흐름도 나옵니다. 물병만 봐도 유색에서 무색으로, 절취선 적용으로, 무라벨로 계속 진화해 왔죠. 앞으로는 생분해성 소재까지 더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시고 버릴 때 마음이 덜 불편한가”도 구매 결정에 영향을 주니까요. 친환경은 이미지가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비용 구조와 브랜드 신뢰를 함께 좌우하는 요소가 될 거예요.


K-음료 수출이 커지는 이유, 그리고 ‘잘 팔리는 포인트’

국내 음료 수출은 꾸준히 커지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수출액은 약 7억 8,450만 달러 수준으로 정리되고, 전년 대비로도 증가했어요. 수출 비중도 시장 대비 꾸준히 올라가는 흐름이고요.

주요 수출국을 보면 중국 비중이 가장 크고, 그 다음이 미국, 베트남, 캄보디아, 러시아 순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두 가지예요.

첫째, K-콘텐츠가 ‘첫 노출’을 만들어 준다는 점. 드라마나 영화에서 스쳐 지나간 음료가 “어? 저거 뭐지?”로 이어지는 순간이 생깁니다.
둘째, 한국 음료가 가진 ‘건강한 이미지’가 글로벌 웰니스 트렌드와 맞물린다는 점.

인삼·홍삼 음료 같은 카테고리가 대표적이고, 제로·기능성 흐름도 해외 소비자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어요.


브랜드/사업자가 지금 준비해야 할 전략 5가지

여기부터는 조금 실전적인 이야기로 갈게요. 시장이 이렇게 움직이면, 결국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냐”가 남잖아요.

  1. ‘3無’는 기본 옵션으로 깔고, 차별점은 ‘3有’에서 만든다
    제로·디카페인·무알코올은 이미 메인 스트림으로 들어왔어요. 이제는 기능성(성분), 다양화(상황별/취향별), 친환경(패키지)에서 브랜드의 얼굴이 갈릴 가능성이 큽니다.
  2. 신제품 속도를 올리되, 생산은 다품종 체제로 준비한다
    이 시장은 한 번 뜬 트렌드가 오래 가기도 하지만, 미세하게는 계속 바뀝니다. 소품종 대량생산만으로는 따라가기 힘들 수 있어요. 다품종(대량/소량 혼합) 생산과 빠른 리뉴얼 체계를 갖춘 쪽이 유리합니다.
  3. 오프라인은 ‘체험’, 온라인은 ‘확산’으로 역할을 나눈다
    편의점·마트는 여전히 강력한 체험 채널이에요. 대신 온라인은 리뷰와 바이럴이 쌓이면 속도가 붙습니다. 두 채널을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기보다, 역할을 나눠 설계하는 게 효율적입니다.
  4. 해외는 ‘한 방 수출’보다 ‘현지화 포트폴리오’가 답이다
    한 제품으로 모든 나라를 뚫는 시대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요. 맛, 패키지, 메시지를 지역별로 쪼개고, 현지 SNS 채널까지 엮는 방식이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5. 필요하면 제휴·투자·M&A로 시간을 산다
    기능성 원료, 친환경 소재, 생산 인프라, 해외 유통망… 내부에서 다 만들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빠르게 판을 따라가려면 외부 파트너십이나 투자, 인수 전략이 더 자연스러운 선택이 될 수 있어요.

마무리: Zero는 시작, More가 승부다

정리해 보면, K-음료 시장은 ‘3無(제로칼로리/설탕, 디카페인, 무알코올)’이 이미 자리 잡았고, 이제 ‘3有(기능성, 다양화/세분화, 친환경)’이 본격적으로 커지는 구간에 들어왔습니다.
결국 소비자는 더 깐깐해지고, 브랜드는 더 빨리 움직여야 하는 시장이 된 거죠.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작은 브랜드라도 명확한 콘셉트 하나만 잡으면 파고들 틈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금 음료 시장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하나예요. “제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
다음 신제품을 기획하는 분들이든, 신규 사업을 고민하는 분들이든, 이 ‘Zero or More’ 흐름을 기준점으로 잡아보면 방향이 조금 더 선명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