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산업 전망 2026: 디지털·임베디드보험이 답일까? | 전략대장 이팀장

포화된 시장, 금리 변동성, 인구구조 변화, 빅테크·인슈어테크, IFRS17·K-ICS, ESG까지. 보험산업이 왜 ‘회색 코뿔소’ 국면인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현실적인 관점에서 풀어봅니다.

 

솔직히 요즘 보험 얘기 나오면 분위기가 한 번 가라앉죠. 실손 갱신 안내 문자 하나만 와도 “또 올랐네…” 하면서 한숨부터 나오고, 막상 청구하려고 하면 서류가 뭐가 이렇게 많은지, 앱으로 된다고 해도 어디서부터 눌러야 할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소비자가 불편하다’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보험사 입장에서는 생존전략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라고 봐야 해요. 지금 보험산업은 성장의 공식이 완전히 달라지는 구간에 들어왔습니다.

 

오늘은 보험산업이 왜 기로에 섰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돌파구가 어디에 있는지를 제 관점에서 정리해볼게요. 어렵게 쓰지 않고, 현실에서 체감되는 이야기 중심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성장 한계에 부딪힌 국내 보험산업

예전엔 보험사가 성장하는 방식이 비교적 단순했습니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을 찾아서 신규 계약을 늘리는 방식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미 대부분의 가구가 보험을 가지고 있고, 개인 기준으로도 보험 가입이 거의 ‘기본값’처럼 돼버렸어요.

그래서 보험산업이 외형적으로는 커 보이는데, 막상 신규 수요를 키우는 건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여기서부터 게임 룰이 바뀝니다. “신규 계약 수 = 성장”이 아니라는 거죠.

 

이 시점에서 보험산업이 겪는 가장 큰 변화는 “성장”의 정의가 바뀐다는 것입니다.

  • 신규 계약을 많이 따오면 끝이 아니라
  • 계약을 오래 유지시키고(유지율)
  • 고객이 불만 없이 잘 쓰게 만들고(고객경험)
  • 위험과 자본을 관리하면서(건전성)
  • 장기적으로 남는 장사를 해야(장기 수익성)
    비로소 ‘좋은 성장’이 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비슷합니다. 예전에는 “보험은 많이 들어둘수록 든든하다”가 정답처럼 느껴졌다면, 요즘은 “내가 가진 보험이 지금 라이프스타일에 맞나?”를 먼저 보게 되죠. 가족 구성도 바뀌고, 건강 리스크도 달라지고, 돈을 쓰는 방식도 달라졌으니까요. 보험산업이 더 이상 ‘양으로 밀어붙이는 시장’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보험산업 지형을 흔드는 위기·변화요인

보험산업을 흔드는 요인은 여러 개가 동시에 밀려옵니다. 하나만 대응해도 벅찬데, 지금은 ‘여러 파도가 한 번에’ 들어오는 느낌이에요. 저는 크게 여섯 가지로 정리해봅니다.

1) 인구구조 변화: 저출산·초고령화, 그리고 MZ의 거리감

저출산·고령화는 이제 “뉴스에서만 보는 단어”가 아니죠. 보험사 입장에서는 수요의 중심축이 이동한다는 뜻입니다. 은퇴 이후를 준비하는 연금, 간병, 유병자 보장 같은 영역은 커지는데, 전통적인 형태의 종신보험 같은 상품은 예전 같은 성장 탄력을 받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MZ세대는 보험을 ‘필수’로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투자나 재테크로 노후를 준비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보험은 “복잡하고 불신이 생기기 쉬운 상품”이라는 인식도 있죠. 보험산업이 젊은 세대에게 선택받으려면, 상품 구조부터 설명 방식까지 완전히 달라져야 합니다.

2) 금리 변동성: 자산이 흔들리면 보험도 흔들린다

금리가 오르면 예·적금 이자가 올라서 좋다고만 생각하기 쉬운데, 보험사는 이야기가 더 복잡합니다. 보험사는 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장기 자산을 굴리는 산업이라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 자산·부채 관리(ALM)가 어려워지고, 손익 변동성도 커집니다.

 

결국 보험산업은 “상품을 잘 팔아도 자산운용에서 흔들리면 힘들어지는 구조”를 더 강하게 마주하게 됩니다.

3) 신기술과 인슈어테크: 보험의 ‘프로세스 산업’ 성격이 더 강해진다

보험은 금융상품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프로세스’가 경쟁력인 산업입니다. 가입, 심사, 청구, 지급, 사후관리까지 과정이 길고 복잡하죠. 그래서 기술이 들어오는 순간, 체감되는 변화가 큽니다.

 

해외 인슈어테크 기업들은 AI 챗봇을 통해 청구를 몇 분 안에 처리하고, 데이터로 보험사기 징후까지 잡아냅니다. 이건 단순히 “편리하다”를 넘어서, 보험산업의 비용 구조와 신뢰 구조를 동시에 바꾸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4) 전통 채널의 재편: GA 중심화, 그리고 빅테크·핀테크의 진입

요즘 보험을 가입하는 경로도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전속 설계사 중심에서 GA(법인대리점)로 판매 주도권이 넘어가는 흐름이 뚜렷해요. 여기에 플랫폼 기업들이 보험 비교·중개 영역에 들어오면서 “고객 접점”의 권력이 바뀌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히 ‘판매채널이 바뀐다’가 아니라,

  • 누가 고객 데이터를 갖고
  • 누가 고객 경험을 설계하고
  • 누가 가격·상품을 비교하는 기준을 장악하느냐
    이 싸움이 된다는 점입니다. 보험산업 입장에서는 채널 전략이 곧 생존전략이 됩니다.

5) IFRS17·K-ICS: 숫자와 경영의 언어가 바뀐다

2023년부터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 그리고 새로운 지급여력 제도(K-ICS)가 전면 적용되면서 보험사의 재무제표와 경영 방식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장부상 이익”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남는 이익(마진)”을 더 엄격하게 보게 된 거예요.

 

그래서 단기 실적을 예쁘게 만드는 것보다, 계약서비스마진(CSM)과 유지율 중심으로 장기 수익을 관리하는 방향이 중요해졌습니다.

6) ESG: 선택이 아니라 ‘신뢰의 조건’이 된다

예전에는 ESG가 ‘좋은 일’ 정도로 인식됐다면, 지금은 보험산업에서 거의 필수 조건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보험사는 위험을 인수하는 주체이면서 동시에 거대한 기관투자자이기도 해서, 기후·사회·지배구조 리스크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됩니다.

 

결국 ESG는 보험산업에서 “브랜딩”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와 신뢰”의 문제로 들어옵니다.


회색 코뿔소와 마주한 보험업계, 돌파구를 찾아라

‘회색 코뿔소’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멀리서부터 위험이 보이는데도, 다들 바쁘고 익숙하다는 이유로 대응을 미루다가, 어느 순간 피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을 말하죠. 지금 보험산업이 딱 그런 느낌입니다. 인구구조 변화도, 금리 변동성도, 기술 변화도 이미 충분히 예고됐는데… “당장 급한 불”에 가려져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돌파구는 어디에 있을까요? 저는 ‘상품-디지털-채널-자본-ESG’ 다섯 축에서 동시에 답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1) 상품 포트폴리오: ‘많이 파는 상품’에서 ‘오래 남는 상품’으로

IFRS17·K-ICS 환경에서는 저축성보다 보장성 중심으로 무게가 옮겨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인구구조 변화까지 겹치면, 연금·간병·실버 관련 보장처럼 노후 리스크를 정면으로 다루는 상품이 더 중요해집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상품을 만들었다”가 아니라, 소비자가 이해하고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했느냐입니다.

2) 디지털 밸류체인: 가입보다 ‘청구 경험’이 브랜드를 만든다

보험은 가입할 때는 다들 친절한데, 사고 났을 때 불친절하면 그 순간 신뢰가 무너집니다. 그래서 요즘은 “가입 전환율”보다 “청구·지급 경험”이 더 강한 마케팅이 되기도 해요.
AI, 자동화, 데이터 분석은 결국 여기에 쓰여야 합니다. 심사·청구·콜센터가 조금이라도 빨라지면 비용도 줄고 민원도 줄고, 무엇보다 고객이 남습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국내 보험사들은 레거시 시스템이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죠. 유지보수 비용이 커지고, 상품 개발이 느려지고, API 연동도 쉽지 않은 구조가 흔합니다. 그래서 디지털 전환은 “앱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백엔드부터 정비하는 체력전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채널 전략: GA·플랫폼과 싸우기보다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

GA와 플랫폼이 커질수록 보험사는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무작정 수수료를 올려서 물량으로 버티면, 결국 출혈 경쟁이 되고요. 반대로 채널을 닫아버리면 고객을 잃습니다.

 

그래서 저는 보험산업이 채널을 ‘적’으로 보기보다, 자사가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더 명확히 해야 한다고 봐요.

  • 복잡한 장기 상품은 여전히 인간 상담과 설계가 강점일 수 있고
  • 단순·소액·단기 상품은 디지털과 임베디드가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걸 제품 라인업과 채널 라인업으로 같이 설계해야 합니다.

4) 임베디드 보험(IaaS): “보험을 팔지 말고, 서비스에 붙여라”

앞으로 보험산업에서 가장 흥미로운 성장 영역 중 하나가 임베디드 보험, 즉 서비스형 보험(IaaS) 모델이라고 봅니다. 여행 예약할 때 항공 지연 보험이 ‘옵션’으로 뜨고, 자동차를 구독할 때 운전 습관 기반 보험이 붙고, 반려동물 앱에서 진료·보험이 한 번에 연결되는 식이죠.

 

이 모델은 판매·유통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고, 신규 고객을 한 번에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신 보험사 입장에서는 API 기반으로 외부 시스템과 매끄럽게 붙는 IT 체력이 전제조건입니다. 레거시를 방치한 상태에서는 임베디드 보험이 ‘좋은 아이디어’에서 멈출 가능성이 큽니다.

5) 자본·리스크: ‘자본을 늘리는 것’보다 ‘요구자본을 줄이는 것’이 먼저다

요즘 보험사들이 자본 확충을 계속 이야기하지만, 현실적으로 증자나 자본성 증권만으로 버티는 건 부담이 큽니다. 그래서 듀레이션 미스매치 관리, 내부모형 고도화, 리스크 기반 의사결정 체계 같은 방식으로 **‘요구자본을 줄이는 노력’**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결국 보험산업은 “리스크를 어떻게 가격으로, 자본으로, 상품 구조로 반영하느냐”가 경쟁력인 시대가 됐습니다.

6) ESG: 보험의 본업과 연결해야 ‘진짜’가 된다

ESG는 보고서용 슬로건으로는 오래 못 갑니다. 보험산업에서 ESG가 의미 있으려면, 결국 본업과 연결돼야 합니다.

  • 기후 리스크가 커지면 어떤 보험료 구조가 바뀌는지
  • 취약계층 보장을 어떻게 확장할지
  • 불완전판매를 줄이기 위해 어떤 프로세스를 고칠지
    이런 질문에 답이 나와야 합니다.


보험산업의 내일을 위한 대응 방향성

정리하면, 보험산업은 “포화된 내수 + 구조적 변화 + 규제·회계 변화 + 기술 혁신”이 한 번에 겹친 구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이럴 때는 거창한 구호보다 우선순위가 중요하더라고요. 저는 보험사가 다음 순서로 준비하면 현실적인 성과가 나온다고 봅니다.

 

첫째, 수요 변화에 맞춰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야 합니다. 연금·간병·실버·유병자 등 고령화 수요를 잡는 상품을 늘리는 동시에, 젊은 세대가 거부감 없이 들어올 수 있는 단순하고 투명한 구조의 상품도 함께 필요합니다.

 

둘째, 디지털은 프론트보다 백엔드부터입니다. 고객 앱 UI를 예쁘게 바꾸는 건 눈에 잘 띄지만, 진짜 성과는 ‘심사·청구·지급·콜센터’ 같은 밸류체인에서 나옵니다. 업무 자동화, 데이터 품질, API 기반 연동, 보안과 개인정보 관리까지 한 세트로 봐야 합니다.

 

셋째, 채널은 ‘혼합 전략’이 답입니다. 대면이 강한 영역과 언택트가 강한 영역을 나눠서, 상품-채널 매칭을 정교하게 해야 합니다. 플랫폼과의 제휴는 필요하지만, 고객 접점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균형이 핵심입니다.

 

넷째, IFRS17·K-ICS 환경에서는 장기 가치 중심의 경영이 필요합니다. 단기 실적에 흔들리기보다, 유지율과 CSM 기반으로 장기 손익을 관리하는 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합니다. 여기서부터 상품 전략과 자산운용, 리스크 관리가 한 몸처럼 움직이게 됩니다.

 

다섯째, ESG는 신뢰의 언어입니다. 보험산업은 결국 ‘약속’으로 먹고사는 산업입니다. 약속을 지키는 능력은 재무건전성만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로도 평가받는 시대가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도 체크할 포인트가 있습니다. 보험을 새로 가입하기 전에 “내가 정말 필요한 보장인지”, “청구가 얼마나 편한지”, “유지 조건이 현실적인지”를 꼭 보세요. 보험산업이 바뀌는 시기일수록, 소비자의 선택 기준도 더 똑똑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보험산업은 지금 분명히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런 전환기에는 늘 ‘판을 다시 짜는 플레이어’가 나옵니다. 상품을 잘 팔던 회사가 아니라, 고객 경험과 리스크, 그리고 디지털 체력까지 같이 갖춘 회사가 앞으로의 보험산업을 다시 정의할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