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말로 시키는 생활”이 자연스럽게 늘었죠. 손에 물 묻어 있는 주방에서 “타이머 10분”, 리모컨이 안 보일 때 “TV 켜줘”, 운전 중에 “다른 경로로 바꿔줘” 같은 순간들요.
이런 장면이 쌓이다 보면 어느 날부터 음성 AI가 ‘편의 기능’이 아니라, 새로운 인터페이스이자 플랫폼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는 음성 AI 시장을 볼 때마다 “다음 승부처는 화면이 아니라 접점(거실·차·스마트홈)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오늘은 음성 AI 시장이 왜 커지고 있는지, 그리고 기업 입장에서 어떤 비즈니스 기회가 열리는지 제 관점으로 정리해볼게요. (정확한 시장 규모 숫자는 기관마다 차이가 있어 단정하지 않고, 흐름과 구조 중심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오늘도 ‘말로’ 일을 시켜봤나요?
사실 음성 인터페이스는 ‘새로운 기술’이라기보다, 손이 불편한 상황을 해결해 주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 설거지하다가 휴대폰 만질 수 없을 때
- 아이가 잠든 밤에 조용히 불을 끄고 싶을 때
- 운전 중에 화면 터치가 부담될 때
이런 순간에는 터치보다 음성이 더 직관적이에요. 그래서 음성 AI는 스마트폰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스마트 스피커·스마트TV·커넥티드카로 빠르게 퍼졌습니다. 그리고 접점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음성 AI 시장은 ‘플랫폼 경쟁’ 형태로 바뀝니다.
음성 AI가 커지는 3가지 이유
1) 기술: 인식 정확도가 ‘사용 가능한 수준’으로 올라왔다
음성 인식이 예전엔 답답했던 이유가 단순해요. 잘 못 알아들었거든요.
그런데 딥러닝 기반 학습이 본격화되면서 음성 인식 정확도가 크게 개선됐고, 한때 80% 아래에 머물던 정확도가 사람 수준(약 95%)까지 올라갔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정확도가 올라가면 사용이 늘고, 사용이 늘면 데이터가 쌓이고, 데이터가 쌓이면 다시 성능이 좋아지는 선순환이 생기죠.
2) 단말: ‘손이 불편한 곳’으로 들어갔다
음성 AI는 스마트폰에서 끝나는 기술이 아니에요. 스마트 스피커는 거실·주방으로, 스마트TV는 거실의 허브로, 커넥티드카는 운전 중 안전한 조작 방식으로 들어갑니다.
특히 TV나 차처럼 “항상 켜져 있거나 자주 쓰는 기기”에 음성이 붙으면, 그 기기는 단순 가전이 아니라 서비스 소비의 출입구가 됩니다.
3) 행동 변화: ‘말로 명령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처음엔 혼잣말처럼 명령하는 게 어색했는데, 스마트 스피커 보급과 함께 TV·차량까지 음성이 확장되면서 거부감이 많이 줄었어요. 아직 모든 사람이 능숙한 건 아니지만, “말로 시키는 행동” 자체는 일상으로 들어온 흐름입니다.
음성 AI는 어떻게 돌아가고, 어디서 돈이 나는가
기술 요소를 간단히 쪼개면 이렇게 이해하면 됩니다.
- 음성 인식(STT): 말 → 텍스트
- 자연어 처리(NLP)·의도 파악: “무엇을 원하는지” 해석
- 시맨틱 분석: 문맥·상황·의미를 더 정확히 잡는 단계
- 음성 합성(TTS): 텍스트 → 말(응답)
비즈니스는 더 단순해요. 가치사슬을 이렇게 보면 머리가 정리됩니다.
- 기반 기술 → 2) 플랫폼 → 3) 하드웨어(단말) → 4) 서비스(콘텐츠·커머스·확장 기능)
여기서 핵심은 플랫폼이 가운데를 잡는다는 점입니다. 플랫폼을 잡으면 하드웨어가 붙고, 서비스가 붙고, 개발자와 파트너가 몰리면서 생태계가 커져요. 그래서 음성 AI 시장의 경쟁은 결국 “누가 기본값이 되느냐” 싸움으로 흘러갑니다.
플랫폼 전쟁: 누가 ‘기본값’이 될 것인가
해외에서는 빅테크가 일찍부터 움직였습니다.
애플은 아이폰에 음성 비서를 탑재하며 경쟁을 시작했고, 구글은 검색과 사용자 데이터 기반으로 어시스턴트를 키웠고, 아마존은 알렉사를 중심으로 스마트 스피커(에코)와 확장 기능(스킬)을 크게 만들었죠.
여기서 제가 특히 주목하는 건 “확장 기능” 전략이에요.
스마트폰이 앱 생태계로 폭발했듯이, 음성 AI도 스킬/액션 같은 확장 기능이 늘어날수록 사용 이유가 늘어납니다. 레시피 안내, 뉴스 청취, 키즈 스토리, 퀴즈 게임, 차량 호출 같은 서비스들이 붙으면서 “기기가 좋아서”가 아니라 “쓸 게 많아서” 계속 쓰게 만들거든요.
국내도 비슷한 방향으로 경쟁합니다.
네이버는 클로바 기반으로 검색·번역·음악 같은 자사 서비스를 음성으로 묶고, 카카오는 카카오i를 통해 메신저·모빌리티·콘텐츠 접점에 음성을 붙였죠. 통신사는 셋톱박스형 기기와 결합해 TV 조작까지 묶으며 거실을 선점하려 했고요.
다만 국내에서는 사용 경험이 아직 100점 만점이라고 말하긴 어려워요. 예전에 진행된 소비자 조사에서는 스마트 스피커 사용 경험률이 10%대 초반이었고, 만족률도 절반을 넘지 못했습니다. 불만족 이유로 “음성 명령이 잘 안 된다”, “자연스러운 대화가 어렵다”, “소음을 명령으로 오인한다” 같은 항목이 높았고요. 이건 결국 한국어 데이터 축적, 문맥 이해, 그리고 ‘꼭 써야 하는 서비스’가 더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하드웨어 확산: 스마트 스피커 → 스마트TV → 커넥티드카
음성 AI가 본격 시장이 되는 지점은, 하드웨어가 확산되면서부터입니다.
1) 스마트 스피커: 보급형부터 디스플레이형까지
스마트 스피커는 기본 원통형 모델에서 미니형, 디스플레이 탑재형까지 빠르게 다양해졌습니다. 특히 중국 시장은 가격을 낮추고 공격적으로 보급하며 출하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던 시기가 있었죠. 2018년 주요 기업 출하량이 1,960만 대 수준이었는데, 2019년에는 4,820만 대까지 늘며 전년 대비 146% 성장했다는 수치도 있습니다.
이건 단순히 스피커가 많이 팔렸다는 얘기가 아니라, 음성 AI 단말이 ‘플랫폼 단말’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어요.
2) 스마트TV: 거실의 ‘스마트홈 허브’가 되려는 경쟁
스마트TV에 음성 AI가 붙으면, TV는 단순 영상 기기가 아니라 집 안 기기를 연결하는 허브 후보가 됩니다. 리모컨 없이 켜고 끄고, 채널/볼륨 조작하고, 프로그램 검색도 말로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TV 제조사들은 자체 음성 AI를 탑재하면서도, 외부 플랫폼(알렉사·구글 어시스턴트 등)과 연동을 열어두는 방식으로 고객을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3) 커넥티드카: 운전 중엔 음성이 사실상 최적의 인터페이스
운전 중 화면 터치는 위험하죠. 그래서 차량 내에서는 음성 AI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내비게이션 길 안내·목적지 변경, 음악/팟캐스트 재생, 주유소·교통 상황 확인, 식당 예약 같은 작업은 결국 손을 떼지 않고 해야 하니까요. 실제로 차량용 음성 기기(스마트폰과 연결해 차에서 음성 비서를 쓰게 해주는 장치)도 등장했고, 플랫폼 기업과 자동차 제조사의 제휴도 점점 늘었습니다.
진짜 돈 되는 서비스 3가지: 보이스 커머스·차량 서비스·확장 기능
기기 보급만으로는 시장이 커지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그래서 이걸 왜 써야 하지?”에 답이 나와야 해요.
1) 보이스 커머스: ‘재구매’에 특히 강하다
보이스 커머스는 음성으로 주문하는 쇼핑이에요. 처음엔 “말로 쇼핑을 한다고?” 싶은데, 실제로는 정기구매·반복구매에서 힘을 발휘합니다.
생수, 세제, 화장지 같은 생필품이나 치킨·피자 같은 음식 주문처럼 “늘 사는 것”은 음성으로 재주문하기가 정말 편하거든요.
해외 설문(5천명 규모)에서는 사람들이 음성 비서를 쓰는 이유로 편리성(52%), 손 조작 없이 멀티태스킹 가능(48%), 반복 업무 자동 처리(41%), 개인화(41%)가 높게 나타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 전망치에서는 스마트 스피커를 이용한 쇼핑 사용자(검색·장바구니 포함)가 2018년 2,360만 명에서 2019년 3,100만 명, 2020년 3,47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봤고, 실제 음성 구매 사용자도 2019년 2,100만 명 수준으로 추정했습니다.
이 숫자들이 말해주는 건 간단해요. 보이스 커머스는 ‘검색/추가’부터 습관을 만들고, 그 다음에 결제로 확장된다는 겁니다.
국내에서도 “음성으로 생필품 주문 → 결제 확인” 방식, “음성으로 메뉴 선택 → 결제는 메신저에서 마무리” 같은 형태로 여러 시도가 나왔고요.
2) 차량 내 음성 서비스: 내비를 넘어 결제·예약으로
차량 내 음성 AI는 내비게이션 조작이 시작점이지만, 그 다음이 더 큽니다. 주행 중 정보 검색, 결제 정보 확인, 식당·숙박 예약처럼 ‘차 안에서 해결되는 일’이 늘어나면 자동차는 단순 이동 수단을 넘어 서비스 소비 공간이 돼요. 이 영역은 한 번 잡히면 바꾸기 어려워서, 기업 입장에선 초반 선점이 중요합니다.
3) 확장 기능(스킬/액션): 생태계 확장의 핵심 장치
확장 기능은 스마트폰의 앱과 비슷합니다. 플랫폼사가 개발 도구를 열어두고, 서드파티가 서비스를 붙이게 만드는 구조죠. 레시피, 뉴스, 키즈, 게임, 차량 호출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고요.
기업 입장에서는 여기서 기회가 생깁니다.
- 내 서비스를 “음성으로도 쓰이게” 만들어 접점을 넓히거나
- 아예 음성 전용 서비스를 빠르게 테스트(MVP)할 수 있어요.

기업이 잡을 수 있는 비즈니스 기회 5가지
여기서부터는 “우리 회사는 뭘 해야 하지?” 관점으로 현실적으로 정리해볼게요.
- 자사 서비스의 음성화
조회·예약·주문·변경처럼 고객이 반복하는 행동을 음성으로 단축시키면 이탈이 줄어듭니다. - 보이스 커머스 재구매 시나리오 설계
보이스 커머스는 첫 구매보다 재구매에 강합니다. 정기구매, 구독, 장바구니 리마인드 같은 구조로 설계하는 게 효율적이에요. - 차량 내 음성 UX 선점
내비·콘텐츠·결제·멤버십이 차 안에서 묶이면 고객 락인이 강해집니다. 파트너십은 빠르게 움직이는 쪽이 유리합니다. - 확장 기능으로 가볍게 테스트
큰 개발 전에 스킬/액션 형태로 MVP를 만들어 “정말 음성으로 쓰는지”부터 검증하는 게 좋습니다. - 제휴·협력·M&A를 전제로 한 로드맵
음성 AI는 가치사슬이 길어서 혼자 다 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들은 음성 인식·음성 합성·자연어 처리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역량을 빠르게 채워 왔죠. 이 시장에서 협력은 옵션이 아니라 전략입니다.
넘어야 할 벽: 프라이버시·문맥 이해·Must-use 서비스
1) 보안과 프라이버시
스마트 스피커는 “항상 대기”한다는 특성 때문에 프라이버시 논란이 반복됩니다. 성능을 올리려면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사용자는 불안하죠. 그래서 앞으로는 “데이터를 어떻게 최소로, 안전하게, 투명하게 쓰는가”가 시장 확장의 전제 조건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2) 문맥 이해(멀티턴 대화)
정확도가 높아져도 불만은 종종 “문맥을 못 알아듣는다”로 모입니다.
“아까 말한 거 다시”, “그거 말고 다른 거”, “그 다음 단계로” 같은 대화는 인간에게 쉬워도 AI에게 어렵거든요. 이 부분이 개선되면 체감 품질은 확 올라갈 겁니다. 다만 단기간에 완벽해지긴 어렵고, 꾸준한 연구개발이 필요한 영역이에요.
3) 꼭 쓰게 되는 ‘킬러 서비스’
확장 기능이 늘어도 사람들은 결국 몇 가지 기능만 반복해서 씁니다. 음악, 날씨, 타이머, 뉴스… 여기서 한 단계 더 넘어가려면 “음성으로 해야 편한 서비스”, 즉 Must-use가 필요합니다. 저는 그 후보가 보이스 커머스(재구매), 차량 내 음성 서비스(안전), 스마트홈 허브(항시성)라고 봅니다.
마무리: 음성 AI는 ‘목소리’가 아니라 ‘고객 락인’이다
정리하자면, 음성 AI는 단순한 음성 인식 기능이 아닙니다. 플랫폼-단말-서비스가 연결되면서 고객을 붙잡는 락인 장치에 가깝고, 그래서 빅테크부터 가전·자동차 기업까지 모두 뛰어드는 거예요. 앞으로 스마트 스피커·스마트TV·커넥티드카가 더 촘촘히 연결될수록 “우리 집과 우리 차의 허브를 누가 잡느냐”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겁니다.
기업 입장에서 이 시장을 본다면, 거창하게 시작하기보다 이렇게 권하고 싶어요.
- 고객이 ‘말로’ 해결하고 싶어 하는 순간이 어디인지부터 찾기
- 확장 기능(스킬/액션)으로 빠르게 테스트해보기
- 보안/프라이버시, 결제 신뢰(사기 방지) 같은 기본기를 초기에 설계하기
음성 AI는 아직 완성형이 아니지만, 그래서 더 기회가 있습니다. 누가 먼저 고객의 습관을 선점하느냐가 승부가 되는 시장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