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도 항공도 ‘정비’에서 돈이 난다
메타 설명: 제조업이 성숙기에 접어든 지금, “한 번 팔고 끝”이 아니라 “운영·정비로 오래 벌기”가 핵심이 됐습니다.
조선 MRO와 항공 MRO를 중심으로, MRO 산업이 왜 한국의 다음 먹거리가 될 수 있는지 현실적인 관점에서 풀어봅니다.
솔직히 말해서, 예전엔 “정비”라는 단어가 이렇게 섹시하게 느껴질 줄 몰랐어요.
저도 20대 후반~30대 초반에는 뭔가 ‘새로 만드는 것’이 더 멋있어 보였거든요.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특히 경기 출렁일 때), 진짜 강한 회사는 팔고 끝나는 회사가 아니라, 팔고 나서도 계속 연결되는 회사더라고요.
자동차만 봐도 그래요. 차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지보수·부품·보험·중고·리스까지 운영 생태계를 잡는 쪽이 결국 수익 구조가 단단합니다.
조선과 항공은 그 규모가 훨씬 크고요. 그래서 요즘 제가 가장 눈여겨보는 키워드가 바로 MRO 산업입니다.

I. MRO 산업 왜 중요한가?
MRO는 Maintenance(유지보수), Repair(수리), Operation/Overhaul(운영/정비·개조까지 포함) 같은 개념을 묶어 부르는 말이에요. 한마디로 “안전하게 굴리기 위한 모든 관리 산업”이라고 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두 가지예요.
- 제조업이 저성장으로 들어가면, ‘판매’보다 ‘운영’이 돈이 된다
새 제품/신규 선박/신규 항공기 발주가 줄어들면 매출이 흔들리잖아요. 그런데 기존 자산은 계속 굴러가야 합니다. 굴러가는 순간부터 정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죠. 그래서 MRO 산업은 경기 사이클을 상대적으로 덜 타는 편입니다. - 규제와 안전 기준이 강화될수록, 정비는 ‘비용’이 아니라 ‘경쟁력’이 된다
친환경 규제, 안전 기준, 품질 인증… 이런 것들이 늘어날수록 “싸게 대충”이 안 됩니다. 정비도 기술이 들어가요. 결국 MRO 산업은 점점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으로 성격이 바뀌는 흐름입니다.
제가 예전에 제조업 고객사랑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꼈던 게 있어요.
“기술력”이라는 게 꼭 제품 스펙에만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고장 나기 전에 미리 잡아내고, 멈추는 시간을 줄이고, 부품 수급을 안정화시키는 능력. 그게 쌓이면 고객이 떠나질 않습니다. MRO는 그걸 제일 크게 만들 수 있는 영역이에요.

II. 조선산업의 새로운 기회, MRO 산업
조선 쪽은 요즘 분위기가 딱 이렇습니다.
“신조(새로 건조)는 한국이 잘한다. 그런데 운영 단계에서 돈을 더 벌 수 있는 구조는 아직 약하다.”
여기서 조선 MRO가 등장합니다.
1) 조선 MRO는 왜 다시 뜨나: 노후 선박 + 지정학 + 규제
지금 글로벌 선대에서 노후 선박 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얘기가 계속 나와요. 배는 오래 굴릴수록 정비 수요가 늘 수밖에 없고, 특히 탱커·컨테이너 같은 특정 선종은 노후화 압력이 더 큽니다.
게다가 국제 정세가 흔들릴수록 “어디서 정비 받을지”가 민감해지죠. 공급망이 정치랑 묶이는 시대니까요.
그리고 결정타가 친환경입니다.
예전에는 연료 바꾸거나(저유황유) 장치 하나 달아(스크러버) 버티는 방식이 통하던 구간이 있었는데, 지금은 규제가 강화되면서 엔진 개조, 이중 연료 시스템, 추진체계 전환, 효율 최적화 같은 쪽으로 요구 수준이 올라가고 있어요.
이건 그냥 ‘수리’가 아니라 조선 MRO의 고도화입니다.
그래서 저는 조선 MRO를 “조선업의 2막”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신조에서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면, 이제는 운영 단계에서 수익을 길게 뽑는 구조로 넘어가야 합니다.
2) 수익 구조 관점에서 조선 MRO가 매력적인 이유
조선은 신조 시장이 호황/불황을 크게 타잖아요. 반면 수리는 상대적으로 “급락”이 덜한 편입니다.
그리고 현장 얘기 들어보면 조선 MRO는 인력·기술·납기 관리가 동시에 들어가서, 제대로 해내는 회사가 프리미엄을 받을 여지가 있어요. “급한 배”, “특수 선종”, “규제 대응 개조”는 결국 믿을 만한 곳을 찾거든요.
제가 부산 쪽 출장을 갔을 때 선박 수리 일정표를 잠깐 본 적이 있는데, 그 촘촘함이 장난 아니더라고요.
‘정해진 기간 안에’ 선박을 다시 바다로 내보내야 하니까, 작업이 늦어지면 고객 손실이 커져요. 결국 조선 MRO는 공정·자재·인력·안전이 한 덩어리로 돌아가는 산업이고, 그래서 한 번 신뢰를 잡으면 관계가 길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3) 조선 MRO에서 한국이 잡아야 할 3가지 전략
제가 보기엔 방향이 명확합니다.
- (1) 친환경 개조 패키지화
“이 선박은 어떤 운항 패턴이니 어떤 옵션이 최적” 같은 식으로, 기술을 ‘상품’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엔진 효율 최적화 같은 서비스형 모델도 더 커질 거고요.
조선 MRO는 결국 “정비+컨설팅+기술”이 묶여야 돈이 됩니다. - (2) 부품 표준화·모듈화로 ‘정비 시간을 돈으로 바꾸기’
정비에서 가장 비싼 건 부품값도 있지만, 실제로는 멈춰 있는 시간이에요. 표준화·모듈화는 고객의 다운타임을 줄이고, 그게 곧 가격 협상력으로 이어집니다. - (3) 글로벌 네트워크/파트너십
요즘은 “우리 조선소 안에서만”으로 끝내기 어렵습니다. 지역별 거점, 파트너, 공급망을 묶어서 국제 MRO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커집니다.
정리하면, MRO 산업을 조선에서 키우려면 “수리 잘하는 회사”에서 멈추면 안 되고, “운영 솔루션 제공자”로 포지셔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이게 조선 MRO의 핵심입니다.
III. 차세대 항공산업의 미래, MRO 산업
항공은 더 직관적이에요.
비행기 정비는 안전이 전부고, 인증/표준/매뉴얼이 촘촘합니다. 그래서 항공 분야에서 항공 MRO는 “그냥 정비업”이 아니라, 산업 전체의 신뢰를 떠받치는 기반이죠.
1) 항공 MRO가 커지는 이유: 엔진이 ‘돈의 중심’
글로벌 시장에서 항공 정비는 기체, 엔진, 부품, 운항 정비 등으로 나뉘는데요. 여기서 엔진 정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구조가 계속 유지되는 흐름이에요.
그 말은 즉, 항공 MRO에서 경쟁력을 만들려면 “격납고 크게 지었다”만으로는 부족하고, 엔진/부품 쪽 기술과 파트너십이 핵심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요즘 항공사들 상황이 이렇잖아요.
- 항공 수요는 회복/성장
- 신규 항공기 도입은 지연(공급망 문제, 납기)
- 노후 기재는 계속 굴려야 함
- 여객기를 화물기로 바꾸는(P2F) 흐름도 커짐
이 조합이면 자연스럽게 항공 MRO 수요가 늘 수밖에 없습니다.
2) 아시아로 쏠리는 항공 MRO, 한국은 어디쯤인가
요즘 항공 MRO는 아시아가 빠르게 커지고 있어요. 이유도 단순합니다.
지리적으로 동선이 좋고, 비용 경쟁력이 있고, 국가 단위 투자·육성이 붙으니까요. 싱가포르, 중국, 말레이시아 같은 곳이 허브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한국은 솔직히 항공 MRO에서 “아직은 성장 여지”가 큰 쪽에 가깝다고 봐요.
국내 수요도 있고 인프라도 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가 커질수록, 정비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 역량이 따라가는 속도는 더디게 느껴질 수 있죠.
저도 출장이 잦다 보니 체감하는 게 있어요.
비행 지연이 날 때 사유를 보면 ‘기상’ 다음으로 체감되는 게 결국 정비 관련 이슈더라고요. 이게 반복되면 소비자는 항공사를 탓하지만, 산업적으로는 메시지가 명확합니다.
“정비 역량이 곧 서비스 품질이다.” 그래서 항공 MRO가 비용센터에서 프로핏센터로 재평가되는 흐름이 생깁니다.
3) 항공 MRO에서 현실적으로 필요한 3가지
- (1) 대형 허브 중심 생태계 구축 + 중소 협력사 동반 구조
항공 MRO는 인증·품질·안전 기준 때문에 생태계가 필요해요. 리딩 기업이 인프라를 만들고, 협력사가 전문 영역을 맡는 구조가 현실적입니다. - (2) LCC 정비 수요의 ‘국내 흡수’
LCC는 기단이 늘면 정비도 늘어요. 그런데 자체 역량이 약하면 해외 의존도가 커지고 비용이 불어나죠. 이 간극을 메우는 게 국내 항공 MRO 시장 확대의 핵심입니다. - (3) 방산 수출과 MRO의 패키지화
군용기 수출은 “납품”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운영 기간이 길어요. 그래서 장기 MRO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수출=정비=부품=교육까지 패키지로 가면, MRO 산업 자체가 새로운 수익모델이 됩니다. 
IV. 결론 및 시사점
여기까지 쭉 보면 결론은 하나예요.
MRO 산업은 ‘뒷단’이 아니라 ‘본게임’이다.
특히 저는 조선 MRO와 항공 MRO를 같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산업 모두 한국이 “제조 역량”은 강한데, 저성장 국면에서는 그 역량을 서비스·운영 가치로 확장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제가 현업 관점에서 정리해보는 실행 포인트는 이렇습니다.
- 기업 입장: “정비”를 생산의 연장선이 아니라 고객 락인(재구매/재계약)의 장치로 보자
- 투자/전략 입장: MRO는 단순 외주가 아니라 데이터·부품·인력·인증이 묶인 진입장벽 산업이다
- 정책/산업 생태계 입장: 인력 양성, 인증 체계, 규제 정합성(관세/부품 수급 포함) 같은 기반이 없으면 속도가 안 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런 질문을 계속 던져보면 좋겠어요.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더 많이 만들까?”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더 오래, 더 안전하게, 더 효율적으로 굴릴까?”
이 질문의 답이 MRO 산업이고, 그 안에서 조선 MRO, 항공 MRO는 꽤 큰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