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동차 이야기하다 보면, 예전이랑 질문 자체가 달라졌다는 걸 금방 체감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연비 어때요?”, “승차감 어때요?”, “옵션 뭐 넣었어요?”가 메인이었다면, 이제는 “내비는 얼마나 쓸만해요?”, “업데이트는 자주 돼요?”, “차 안에서 음악이랑 앱 쓰기 편해요?” 같은 질문이 훨씬 많아졌죠.
이 변화의 중심에 있는 키워드가 바로 SDV예요. 말 그대로 ‘소프트웨어로 달리는 자동차’ 시대가 온다는 뜻인데, 이게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완성차 업계의 경쟁 룰을 바꿔버리는 큰 흐름이라서 오늘은 조금 길게, 하지만 최대한 쉽게 풀어볼게요.
(오늘 글에서 핵심 키워드는 SDV입니다. 문맥 속에서 자연스럽게 계속 등장할 거예요.)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견인하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SDV(Software Defined Vehicle)는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거예요.
차량의 주요 기능이 소프트웨어로 구동되고, 자동차의 가치와 경쟁력이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서 결정되는 자동차.
이 말을 “차가 컴퓨터가 된다는 얘기냐?”라고 받아들이면 거의 맞습니다. 특히 전기차·자율주행차로 갈수록 차 안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요. 센서 데이터, 안전 제어, 주행 보조, 인포테인먼트, 커넥티드 서비스… 다 소프트웨어로 움직이죠. 그러다 보니 ‘이 기능은 이 ECU, 저 기능은 저 ECU’처럼 분산된 구조로는 복잡도를 감당하기가 어려워지고, 통합 제어가 필요해집니다.
여기서 은근 현실적인 포인트가 하나 더 있어요. 전자장치가 늘어날수록 배선(와이어 하니스)도 늘어나고, 그만큼 무게도 늘고, 공간도 먹습니다. 그런데 요즘 소비자들은 차를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생활 공간’처럼 쓰잖아요. 실내 공간, 수납, 동선, 편의 기능에 민감해졌고요. 통합 제어 구조로 가면 배선을 줄이고 경량화도 가능해서, 결과적으로 공간을 더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SDV가 “기술 멋있다”를 넘어 “사용자 경험을 바꾼다”로 연결되는 지점이 여기예요.
그리고 시장도 움직입니다. SDV 시장은 기관마다 숫자가 다르게 잡히긴 하지만, 공통적으로 성장 속도가 빠르게 나타나요. 대표적인 추정치로는 2019년 약 2,315억 달러에서 2022년 2,578억 달러 수준으로 커졌고, 2023년부터 2028년까지는 연평균 9%대 성장으로 2028년 약 4,197억 달러 수준까지 전망하는 흐름도 있어요. 이쯤 되면 “SDV는 선택이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 감이 오죠.
차량용 OS 시장 현황과 전망
SDV 얘기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게 차량용 OS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OS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커널까지 다 포함한 운영체제’라기보다는, 완성차가 실제로 서비스와 경험을 설계하기 위해 잡으려는 영역, 즉 사용자와 만나는 인터페이스에 가까운 OS(셸 개념)에 더 가깝다고 보는 게 이해에 도움이 돼요.
왜냐하면 SDV에서 중요한 건 “차가 돌아가게 하는 최소 기능”보다 “차가 어떻게 경험되느냐”거든요. 내비게이션, 미디어, 통신, 차량 제어 화면, 음성 비서, 앱 업데이트, 구독 기능… 이런 것들이 결국 운전자가 매일 만나는 ‘제품’이에요.
여기서 빅테크 얘기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 안드로이드 오토와 카플레이는 스마트폰 화면을 차량 디스플레이에 맞게 보여주는 방식(미러링/프로젝션)에 가깝고,
-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Android Automotive)는 아예 자동차 전용으로 만든 인포테인먼트 OS로, 차량 내에서 내비·미디어·통신 같은 기능을 OS가 직접 구동하는 쪽에 더 가깝죠.
- 애플은 카플레이를 계속 확장하면서, 차량 정보까지 통합적으로 보여주는 차세대 카플레이도 공개했습니다.
이 흐름이 무서운 이유는 간단합니다. 스마트폰 생태계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다들 기억하잖아요. 하드웨어만 잘 만들어서는 장기적으로 주도권을 지키기 어렵고, 플랫폼(OS·스토어·서비스)에 힘이 실리면 생태계의 중심이 바뀝니다. 완성차들이 “차량용 OS는 우리가 잡아야 한다”라고 말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어요.
그리고 ‘누가 OS를 잡느냐’의 싸움에 참여하는 주체가 완성차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출시 이후 지원 차량 수가 1억 대 단위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고, 보안에 강점이 있는 QNX는 수억 대 규모의 차량에 탑재된 것으로 발표된 적이 있어요. 또 오픈소스 진영에서는 AGL(Automotive Grade Linux)처럼 인포테인먼트나 ADAS·자율주행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면서, 여러 완성차·부품사와 함께 생태계를 키우기도 합니다. 결국 SDV 시대의 OS 경쟁은 “한 회사가 독주”라기보다는 “각자 강점을 가진 플레이어가 복잡하게 얽히는 구조”에 가깝죠.
시장 전망도 흥미로운데요. 기능별로 보면 2030년까지 엔진 관리·파워트레인 쪽은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반면, 차량 관리·텔레매틱스, 인포테인먼트, 바디 컨트롤, 데이터 매니지먼트, ADAS·자율주행 관련 영역은 9~11%대 성장률이 거론됩니다. 특히 차량 관리·텔레매틱스가 두 자릿수 초반, 인포테인먼트가 10%대, ADAS·AD와 데이터 매니지먼트도 9% 이상 성장으로 확대되는 그림이죠. “차량용 OS는 결국 돈이 되는 쪽으로 확장된다”는 말이 여기서 나옵니다.

완성차 기업별 OS 기반 SDV 시장 대응 동향
완성차들이 SDV로 가는 길은 한 가지가 아니에요. 크게 3가지 선택지가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 자체 OS 개발
- 자체 OS + 외부 OS 혼합(하이브리드)
- 외부 OS 채택(필요하면 커스터마이징)
이걸 보면 “정답이 없네?”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맞아요. 기업의 규모, 개발 역량, 출시 속도, 브랜드 철학, 보안·안전 기준, 파트너십 네트워크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흐름은 분명해요. 테슬라가 보여준 ‘무선 업데이트(OTA)로 기능과 성능을 계속 개선하는 방식’이 업계를 한 번 흔들어놨고, 그 이후로 전통 완성차들도 속도를 올렸죠.
- 폭스바겐은 그룹 내 소프트웨어 조직을 통합하기 위해 전문 조직을 세우고, 중장기적으로 소프트웨어 내재화 비중을 큰 폭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어요.
- 토요타도 “Software First”를 내세우며 소프트웨어 조직을 별도로 키우는 방향성을 잡았고요.
- 현대자동차그룹은 SDV 전환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SDV 전용 OS 개발을 추진하고 소프트웨어 투자를 대규모로 발표했죠.
- 메르세데스-벤츠는 전용 OS 도입 계획을 내놓고 R&D에서 소프트웨어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힌 흐름이 있고,
- GM은 자체 플랫폼을 탑재하면서 B2B 마켓플레이스 같은 확장 전략도 고민합니다.
이런 사례들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거예요.
완성차가 ‘차를 팔고 끝’이 아니라, ‘차를 팔고 나서부터 수익이 시작’되는 구조를 진짜로 만들고 싶어 한다.
SDV가 결국 구독, 기능 온디맨드(FoD), 데이터 기반 서비스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SDV가 촉발한 완성차 업계 이슈
SDV가 단순히 “차에 소프트웨어가 많아진다”가 아니라, 업계에 꽤 큰 숙제를 던져요. 대표적으로 3가지가 반복됩니다.
1) 차량 내 경험 다양성·최신성 요구 증대 → 앱 생태계 구축 필요
스마트폰 쓰면서 ‘앱 업데이트’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차량에서도 똑같이 기대합니다.
내비가 최신 지도와 기능을 유지하고, 음성 인식이 좋아지고, ADAS 기능도 개선되고, UI도 불편한 부분이 다듬어지길 바라죠.
다만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게 있어요. 차량 앱이 스마트폰처럼 “수만 개 앱을 막 깔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자동차는 안전이라는 본질이 있어서, 검증 안 된 앱을 무작정 올리기 어렵거든요. 대신 중요한 건 “필요한 기능은 빠짐없이 제공되고, 그 기능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는가”예요.
2) 빅테크의 차량용 SW 진입 → 인포테인먼트 중심 영향력 확대
안드로이드 오토, 카플레이로 들어오던 빅테크가 이제는 인포테인먼트 OS 영역으로 더 깊게 들어옵니다. 이때부터는 ‘차량 디스플레이에서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수준’이 아니라, 차 안의 경험 자체를 누가 설계하느냐의 문제로 바뀌어요.
3) SDV 구현에 OS 내재화 핵심적 → 자체 OS 내재화 인력 부족
솔직히 이게 제일 현실적인 벽입니다. SDV 전환기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AI/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UI/UX 인력 수요가 폭발해요. 그런데 자동차 산업은 전통적으로 하드웨어 중심 인력이 두텁고, 소프트웨어 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구조였죠. 그래서 “만들고 싶다”와 “만들 수 있다” 사이의 간격이 꽤 큽니다. 국내에서도 중장기적으로 미래차 기술 인력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보는 전망이 있어요.

SDV 이슈별 완성차 업계의 대응 전략
그럼 이 숙제를 어떻게 풀려고 하느냐. 여기서도 큰 줄기는 3가지로 정리됩니다.
(1) 고객의 차량 내 애플리케이션 이용 편의성·다양성·최신성 충족
SDV에서 고객 경험은 말 그대로 ‘제품’입니다. 그래서 핵심은 세 가지예요.
- 필요한 시점에 앱을 구매/다운로드할 수 있는 환경
- 기능 자체의 다양성(안전·보안 기준 안에서, 꼭 필요한 기능을 빠짐없이)
- 업데이트를 통한 최신성 유지
실제로 무선 업데이트로 기능을 개선하는 사례는 이제 꽤 익숙해졌죠.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능에서 지적된 부분을 업데이트로 개선한 적이 있고, 월 구독 형태로 기능을 제공하는 모델도 운영합니다. 현대차그룹도 일부 차종에 FoD 서비스를 적용하며 흐름을 만들고 있고요. 또 국내에서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고객 경험 개선 차원에서 국내 내비게이션 앱을 탑재한 사례도 언급됩니다. 이런 움직임이 쌓이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차를 샀는데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아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게 SDV의 매력이죠.
(2) 완성차 중심의 협업 비즈니스 모델 다각적 수립
SDV는 한 회사가 다 하기 어렵습니다. 소프트웨어, 콘텐츠, 통신, 지도, 결제, 보안, 반도체… 다 엮이거든요. 그래서 완성차 중심으로 협업 모델을 짜는 게 중요해져요.
투자(지분 인수)로 소프트웨어 역량을 끌어오는 사례도 있고, 합작법인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또 흥미로운 방식으로는 ‘전용 스마트폰’처럼 차량과 스마트폰 연계를 강화해서 생태계를 넓히는 시도도 나오죠. 요점은 하나예요. 차 안의 경험을 남에게 통째로 넘기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역량은 빠르게 가져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3) 사내 역량 확보·사외 역량 활용에 대한 방안 수립
마지막은 결국 사람입니다. SDV로 전환하려면 소프트웨어 인재가 필요하고, 그 인재를 확보하는 방식은 ‘기존 방식 + 더 공격적인 방식’을 동시에 써야 한다는 결론으로 모입니다.
- 내부 조직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하고
- 개발 문화를 ‘하드웨어 개발 방식’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으로 바꾸고
- 필요하면 외부 파트너, 오픈소스 생태계, 전문 기업과의 협업도 적극적으로 가져가야 합니다.
특히 SDV 전용 OS 개발에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해서 개발하고, 표준 아키텍처 위에서 소프트웨어를 축적·개선·업데이트하는 방식이 강조됩니다. 쉽게 말해 스마트폰에서 하드웨어(기기)와 OS가 분리돼 발전해온 흐름을, 자동차에도 가져오려는 거죠.
마무리: SDV는 “자동차의 옵션”이 아니라 “자동차의 정체성”이 된다
정리하면, SDV는 자동차에 소프트웨어가 좀 더 들어가는 정도가 아니에요.
차량용 OS, OTA 업데이트, 앱 생태계, 구독 모델, 데이터 기반 서비스까지 한 덩어리로 엮이면서 “자동차라는 제품의 정체성”을 바꾸는 흐름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앞으로 차를 살 때 이런 질문이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 업데이트는 얼마나 자주 되는지
- 업데이트가 ‘버그 수정’만 있는지, 아니면 ‘기능 개선’까지 이어지는지
- 인포테인먼트와 내비, 음성 기능이 내 생활 패턴에 맞는지
- 데이터와 보안은 어떻게 관리되는지
그리고 기업 입장에서는 더 냉정해요. SDV 시대에는 ‘차를 잘 만드는 회사’만으로는 부족하고,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가 되지 않으면 주도권을 놓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완성차들이 지금 차량용 OS와 SDV에 이렇게 집요하게 매달리는 거고요.
긴 글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SDV가 실제로 소비자 가격(구독/옵션)과 중고차 가치에 어떤 영향을 줄지, 더 현실적인 얘기도 풀어볼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