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판 밸류체인 총정리: 소부장 병목이 확장되는 이유 | 전략대장 이팀장

AI 서버가 커질수록 GPU만 중요한 게 아니더라고요.

AI기판(패키징기판·고다층 PCB)부터 테스트 소켓, 유리섬유·동박 같은 소재까지 병목이 확장되는 흐름을 한 번에 정리해봅니다.

 

요즘 AI 얘기하면 GPU, HBM, 전력, 데이터센터… 이런 키워드가 먼저 나오죠.

그런데 현업 쪽에서 “진짜로 먼저 막힌다”는 얘기가 나오는 지점은 의외로 기판일 때가 많아요.

 

간단히 말하면, AI 반도체가 커지고 뜨거워지면서 ‘칩만 잘 만들면 끝’이 아니라 AI기판, 소켓, 소재까지 한 세트로 같이 올라와야 하거든요.

오늘은 이 흐름을 “어렵게”가 아니라, 블로그 글답게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감이 오게 정리해볼게요.


기판 싸이클 분석: “주문형 부품”에서 “범용 부품”으로 바뀐 순간

예전에는 기판이 사실상 “정해진 업체에 주문 넣는 부품”에 가까웠어요.

고객사가 단가 협상에서 우위에 있고, 공급사는 단가 올리기가 쉽지 않았던 구조죠.

 

그런데 한 번 큰 쇼티지(물량 부족)를 겪고 나면 게임의 룰이 바뀝니다.
기판도 결국 공장 캐파(생산능력)와 수율이 전부라서, 공급이 타이트해지면 “범용 부품처럼” 가격과 협상력이 움직이는 구간이 생겨요.

 

2020년 전후 ‘빅 싸이클’이 남긴 것

당시 패키지기판 쪽에서 “단가가 2년 사이에 큰 폭으로 오르는” 그림이 나왔던 게 시장에서 꽤 강하게 기억에 남았죠. 보통 기판 단가가 그렇게까지 움직이는 일이 흔한 건 아니니까요.
이 경험 때문에 업계는 이렇게 학습을 했다고 봐요.

  • 호황이 오면, 기판도 쇼티지 부품이 될 수 있다
  • 쇼티지가 오면, 고객사 다변화/제품 다각화한 업체가 가장 강하다
  • 그리고 호황이 끝나도, 다음 사이클의 씨앗(투자·증설)은 남는다

2025~2026의 분위기 반전 포인트

여기서 중요한 건 “기판 전체가 다 좋아진다”가 아니라 기판 종류별로 가동률 편차가 크게 난다는 점이에요.
어떤 건 공급 과잉이고, 어떤 건 여전히 타이트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기판 업황”이라고 뭉뚱그리기보다는, 아래처럼 쪼개서 봐야 이해가 빨라요.

  • MLB(장비용 다층기판)
  • 패키징기판(FCBGA, FCCSP 등)
  • 반도체용 HDI(특히 BVH 공정)
  • 모듈PCB(메모리 모듈 쪽 변화 포함)

이 중에서 AI기판으로 묶이는 영역은 대체로 “기술 난도 + 수율 + 캐파”가 같이 걸리면서, 사이클이 더 극단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큽니다.


AI 기판 패러다임: 대면적, 고다층, 미세회로화

AI가속기 서버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PC/스마트폰처럼 ‘대수’가 폭발하는 시장은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기판 쪽이 뜨거워지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대수”가 아니라 “기판 한 장당 난도와 면적”이 확 바뀌기 때문이에요.
여기서부터가 진짜 AI기판 이야기입니다.

 

1) 대면적화: “패키지가 커지면 기판이 돈이 된다”

AI 반도체는 다이(칩) 수가 늘고, HBM과 인터포저, 배선이 복잡해지면서 패키지 자체가 커지는 방향으로 갑니다.
그러면 기판은 이렇게 변해요.

  • 패키지 1개당 기판 면적 자체가 몇 배로 커짐
  • 한 판(패널)에서 뽑아낼 수 있는 개수가 줄어듦
  • 같은 결함 수(불량 포인트)라도 수율이 급락할 수 있음

솔직히 현업에서 이럴 때 담당자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건 “수율”이에요.
납기야 돈으로라도 땡겨보겠는데, 수율이 안 나오면 답이 없거든요.

 

2) 수율의 함정: “결함은 비슷한데, 양품이 확 줄어든다”

대면적 기판은 판당 생산 개수가 줄어드는 구조라, 불량이 같은 수준으로 나와도 양품률이 더 크게 흔들릴 수 있어요.
이게 AI기판이 단순 증설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예요. “크게 만들수록 더 어려워지는” 구간이 분명히 있습니다.

 

3) 고다층화: 50층을 넘기면 왜 갑자기 어려워지나

기판은 넓어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층수도 같이 올라갑니다.
문제는 특정 층수 이상부터는 공정 난도가 계단식으로 올라가요.

  • 드릴링(구멍), 도금, 적층 정합(정확히 맞추는 작업)
  • 열과 압력 변화
  • 누적되는 미세 오차

그래서 최근엔 “하이브리드 기판” 같은 접근이 같이 나옵니다.
예를 들면, MLB의 일부 층에 더 미세한 HDI 레이어를 섞거나, 상단/하단 블록 스펙을 다르게 가져가는 이종 접합 형태로요.
요지는 하나예요. AI기판은 단일 공정으로 ‘끝까지 밀어붙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겁니다.

 

4) 미세회로화: 선폭이 줄어들수록 소재와 공정이 갈린다

면적을 무작정 키우는 것만이 답이 아니니까, 제한된 면적에 더 많은 회로를 넣기 위해 미세회로화가 진행됩니다.
이 단계로 가면 “기판 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소재(레진/필러/동박/유리섬유)까지 같이 난도가 올라가요.

여기서부터 병목이 “기판 공장”에서 끝나지 않고, 소부장 밸류체인 전체로 확장되는 느낌이 나기 시작합니다.

 

5) SOCAMM 같은 폼팩터 변화가 만드는 ‘기판 수요의 질적 변화’

요즘 메모리 모듈 쪽에서도 폼팩터 변화 얘기가 계속 나오죠.
이런 변화는 단순히 “DRAM이 더 팔린다”보다, 모듈PCB의 구조 자체가 바뀌고 고다층/특수 공정(BVH 등)이 들어가면서 기판 단가와 수요의 성격을 바꿔버릴 수 있어요.

 

결국 메시지는 하나예요.
AI가 커질수록 시장의 병목은 더 “작은 부품”이 아니라, AI기판처럼 난도가 높은 “바닥(기반)”으로 내려옵니다.


테스트 소켓의 고도화: 대면적, 고주파, 내열성 요구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면 “기판 다음 병목”이 보이기 시작해요.
바로 테스트 소켓입니다.

 

테스트 소켓은 반도체 후공정에서 최종 불량을 잡는 단계에서 쓰이는 핵심 부품이에요.
패키지의 솔더볼과 물리적으로 접촉해서 테스트를 하는데, 패키지가 커지고 복잡해질수록 소켓도 같이 진화합니다.

 

1) 핀 수 증가: “I/O가 늘면 소켓이 먼저 힘들어진다”

AI GPU는 대역폭, 인터포저 배선, HBM 연동이 늘면서 I/O 단자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갑니다.
그러면 소켓은 핀 수가 늘고, 구조가 복잡해지고, 단가도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쪽으로 흐르기 쉬워요.

 

2) Warpage(휨): 대면적 패키지가 커질수록 접촉 불량 리스크

패키지가 커지고 적층이 많아지면 “휨”이 커질 수 있어요.
테스트는 정밀 접촉인데, 중앙과 모서리의 가압력 차이가 생기면 접촉 불량이 나기 쉬워집니다.
그래서 “균일한 스트로크, 적은 힘으로 안정 접촉” 같은 요구가 커지고요.

 

3) 고주파: 수십 GHz 시대엔 신호 손실이 돈이다

AI 가속기는 세대가 바뀔수록 전송 속도와 주파수 요구가 계속 올라갑니다.
이 단계로 가면 소켓도 소재/구조 싸움이 돼요. 신호 경로가 짧고 손실이 적은 구조가 유리해지고, 기존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는 설계가 중요해집니다.

 

4) 내열성: “1kW급 발열” 앞에서 소켓도 냉각의 일부가 된다

요즘 AI GPU는 발열 자체가 시스템 설계의 중심이잖아요.
이게 테스트 단계에서도 그대로 부담이 됩니다. 열 때문에 테스트 안정성이 떨어지면, 결국 생산성과 수율에 영향을 주니까요.
그래서 소켓이 단순한 접촉 부품이 아니라, 히트싱크/히트파이프 같은 구조물과 모듈화되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정리하면, AI기판이 커질수록 테스트 소켓도 같이 “대면적·고주파·내열성”으로 난도가 올라간다는 거예요. 병목이 아래로 내려오는 게 아니라, 옆으로 번지는 느낌이죠.


기판 업황 점검: 수급 정상화의 다음 단계는 “가공비 전쟁”

기판 업황을 보면 “원재료 가격” 얘기가 먼저 나오는데, 실제로 더 무서운 건 가공비입니다.
원재료(금도금, 동박, 레진 등)는 어느 정도 시장가격이 있으니 전가가 되기도 하는데, 가공비는 협상력 싸움이거든요.

 

IT 하드웨어 인플레이션이 만드는 현실

요즘은 세트(완제품) 업체도 마진이 넉넉하지 않은데, 원가 부담이 계속 올라오면 결국 아래로 압박이 내려갑니다.
그러면 공급사는 “더는 못 깎아준다”가 되고, 고객사는 “단가 못 올리면 물량 조절”이 되고… 이 줄다리기가 시작돼요.

이 국면에서 살아남는 쪽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 고객사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돼 있고
  • 기술 난도가 높아 대체가 쉽지 않고
  • 쇼티지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들고 있는 곳

결국 다시 AI기판으로 돌아와요.
AI기판은 “대체가 쉬운 범용품”이 아니라, 한 번 밸류체인에 들어가면 쉽게 바꾸기 어려운 영역이 많거든요.


소재 밸류체인: 기판 고도화의 주역, 그리고 다음 쇼티지

여기서 많은 분들이 놓치는 포인트가 하나 있어요.
“기판이 부족하다”는 말은 사실상 “기판을 만드는 소재/공정이 부족하다”로 이어질 때가 많습니다.

 

1) T-Glass(고급 유리섬유): 기판의 ‘뼈대’가 막히면 전체가 막힌다

고급 유리섬유는 모든 기판에 다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AI 서버처럼 고사양·고다층 쪽에서 수요가 몰릴 수 있어요.
게다가 공급사는 제한적인데, 수요가 급격히 늘면 병목이 되기 쉽죠.
이게 최근에 “소재 쇼티지” 얘기가 자꾸 나오는 이유입니다.

 

2) 동박(회로박): 기판 원가에서 무시 못 하는 비중

동박은 기판에서 “회로 역할”을 하는 핵심 소재예요.
특히 고급 기판용 동박은 요구 스펙이 까다로워서 공급이 특정 업체에 쏠리거나, 탈중국/공급 다변화 이슈가 얹히면 더 민감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기술만”이 아니라, 수요-공급의 타이밍이에요.
AI기판 수요가 커지면서 특정 스펙의 동박/CCL이 타이트해지면, 병목은 정말 빠르게 확대될 수 있어요.

 

3) 금도금, 레진, 필러: “눈에 안 보여서 더 무섭다”

금도금 같은 건 뉴스에 잘 안 나오지만, 가격이 오르면 원가에 바로 ضرب(임팩트)이 들어갑니다.
레진/필러도 마찬가지예요. “조금씩 오르는 것”이 누적되면, 결국 가공비와 합쳐져서 공급망 전체에 압박을 줍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AI 하드웨어를 볼 때 이렇게 생각해요.
병목은 한 군데에서 끝나지 않는다. AI기판 → 테스트 소켓 → 소재로 ‘확장’될 준비를 항상 한다.


개별기업을 볼 때의 관점: “어디에 걸려 있나”부터 보자

기업 이름을 나열하는 건 쉽지만, 솔직히 그건 블로그 글로는 재미가 없죠.
대신 관점을 하나만 잡으면 훨씬 이해가 빨라져요.

 

“이 회사는 밸류체인에서 어디 병목에 걸려 있나?”
이 질문으로 보면 정리가 됩니다.

  • MLB/하이브리드 기판 쪽인가? (고다층, 수율, 캐파)
  • FCBGA 같은 패키징기판 쪽인가? (대면적화, 수율, 공정)
  • BVH 같은 공정 병목을 가진 HDI인가?
  • 테스트 소켓처럼 후공정 핵심부품인가?
  • 동박/유리섬유/레진 같은 소재 쪽인가?

이렇게 보면 “AI기판 밸류체인”이 단순히 유행어가 아니라, 진짜로 병목이 이동하고 확장되는 구조라는 게 보여요.

 

실무자 관점에서 바로 써먹는 대응전략 5가지

현업 담당자들이 자주 부딪히는 포인트를 기준으로, 현실적인 대응을 적어보면 이렇습니다.

  1. 기판/소재는 ‘멀티 소싱’이 말처럼 쉽지 않다 → 설계 단계에서부터 공급망을 열어둬야 함
  2. 수율 리스크는 계약서 한 줄로 해결이 안 된다 → 양산 전 인증/파일럿 기간을 넉넉히 잡아야 함
  3. Warpage/고주파/내열은 서로 충돌할 수 있음 → 한 가지 성능만 극단으로 밀면 다른 문제가 터짐
  4. 가공비 협상은 쇼티지 구간에서만 힘이 생긴다 → 쇼티지 제품군/공정 포지션이 전략의 핵심
  5. “AI 서버 수요가 늘면 다 좋다”가 아니라, AI기판에 연결된 구간이 좋다가 더 정확함

결론: AI는 결국 “기판 위에서” 크고, 뜨겁게 돌아간다

AI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시장은 계속 “더 큰 패키지”, “더 많은 층”, “더 미세한 회로”, “더 높은 주파수”, “더 뜨거운 열”로 갑니다.
이게 다 어디로 모이냐면… 결국 AI기판입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흐름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거예요.

  • AI가 커질수록 병목은 기판에서 시작해,
  • 테스트 소켓을 거쳐,
  • 소재(유리섬유·동박·레진)까지 확장된다.

투자든, 사업전략이든, 구매/개발이든 간에 이 큰 흐름을 먼저 잡아두면 판단이 훨씬 편해집니다.
다만 이 글은 어디까지나 산업 흐름을 정리한 것이고, 개별 투자 판단은 본인 상황과 리스크 성향에 맞춰서 하셔야 합니다.

 

 

별첨: 더 깊게 읽어볼 만한 공개 자료

  • SOCAMM(저전력 DRAM 모듈) 제품/개념 참고: Micron SOCAMM2
  • AI 서버/플랫폼 관점 참고: NVIDIA DGX B200
  • 패키징이 병목으로 부각되는 흐름 참고: TSMC의 AI 확장 및 패키징 투자 언급 기사(WSJ)
  • T-Glass(유리섬유) 병목 이슈 배경 참고: TrendForce 심층 글
  • 유리섬유/글라스 클로스 병목 이슈의 대중적 정리: Tom’s Hardware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