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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큰 인기를 얻은 드라마 ‘미생과 원작 웹툰영화 ‘카트’, “미생보다 더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웹툰 ‘송곳’ 등은 모두 소외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불만을 다룬 것이다노사관계 이슈는 이제 새로운 문화적 코드의 소재가 되고 있다또한 학문적으로도 이 같은 비정규직의 팽창은 전통적 노사관계이론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그동안 민간 부문 노사관계는 노사 간의 양면적인 관계(bilateral relationship)로 이론이 정립돼 왔다.그러나 최근 들어 급격히 진행된 비정규직 팽창은 이러한 기존 이론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다면적 노사관계(Multilateral relationship)’의 틀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기존 이론에 의하면 노사는 11의 대립관계를 형성한다협상 테이블에서 노동조합이 얻는 금전적인 이득은 그 액수만큼 사용자의 손해로 나타난다고 한다경쟁시장에서는 임금 인상분을 쉽게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그러나 비정규직의 증가는 이러한 노사 간의 1대응관계를 희석시키고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근로자사용자의 노--사 간의 삼각관계를 등장시켰다협상 테이블에서 정규직 노동조합이 얻는 금전적인 이득은 전액 사용자의 부담으로 남지 않고사용자는 그중의 일부라도 협상력이 약한 비정규직원(혹은 하청업체 직원)의 처우 악화로 전가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임금인상이 하청업체의 수주단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하청업체 직원(혹은 비정규직)의 실질임금 하락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이를 풀어 설명하면 그간 임금 등을 둘러싼 대립적인 협상대상은 ‘분배적인 주제(distributive issues)’로 노조의 이익만큼 사용자의 손해로 나타나는 ‘노사 간 제로섬의 특징을 지니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비정규직의 규모가 커지면서 사용자는 정규직 노조의 임금인상을 비정규직에게 전가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따라서 극단적인 경우 정규직 노조의 이익만큼 비정규직 노조의 손해로 규정되는 ‘노노 간의 제로섬게임의 가능성이 생겨났다.

 

실제 현재 정규직-비정규직의 분절은 1차 노동시장-2차 노동시장의 상황보다 불공정성과 차별성이 훨씬 더 부각되고서로 간의 경쟁관계가 확연히 드러나는 상황이다현재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동일 기업 내에서 유사 업무나 관련 업무를 수행함에 따라 일상적인 작업과정에서 대면하거나 접촉하지만 비정규직 직원은 정규직에 비해 근무조건과 고용안정 측면에서 현격한 차별을 당하고 있다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임금 인상이나 고용안정이라는 파이를 두고 서로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경우도 흔히 벌어진다심지어 정규직 노조는 정규직 직원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비정규직 노조의 결성과 활동을 방해하고 제약하기도 한다.

 

학력과 생산성이 비슷한데도 입직 경로의 차이 때문에 정규직비정규직A(단기계약직), 비정규직B(파견근로자), 비정규직C(인턴), 비정규직D(파트타임근로자등으로 분화되는 현상은 계급사회적인 고용구조의 부조리를 각인시킬 확률이 높고 이는 대중의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현 상태가 개선되지 않고 빈부격차가 완화되지 않으면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그간 눌렸던 노동계 욕구가 대규모 노사분규로 한꺼번에 분출할 가능성도 있다.

 

비정규직의 팽창은 양극화의 주된 원인이기도 하고 사회를 불안정하게 하는 주요 요인이지만한편으로는 노사관계의 전통적인 이론에 대한 도전을 의미하기도 한다비정규직의 팽창과 양극화로의 진행은 우리 사회의 계층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노사관계의 기존 이론을 대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발할 필요성 역시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기업들도 기존 이론에 따라 ‘정규직 노조와의 협상만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하거나 쉽게 비정규직을 통해 손실을 전가하려는 생각을 접고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학장

필자는 고려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뉴욕주립대 교수 등을 거쳐 현재 고려대 경영대 교수로경영대학장과 노동대학원장을 겸임하고 있다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 차기 회장이기도 하다국내 최고의 노사관계/고용문제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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