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점심 한 끼”가 산업을 바꾸는 속도
요즘 점심값 얘기 안 하면 대화가 안 되죠. 회사 근처 식당은 가격이 훌쩍 올랐고, 그래서인지 구내식당이나 단체급식 쪽이 다시 주목을 받는 분위기예요.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하나. 단체급식은 ‘싸게 많이’만 잘하면 되는 시장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제는 맛, 위생, 운영 효율, 데이터, 심지어 ‘경험’까지 한 번에 요구받는 시장이 됐어요.
이 시장을 볼 때 늘 떠오르는 장면이 있어요. 점심시간 12시 5분, 구내식당 앞에서 줄이 두 갈래로 갈립니다. 한쪽은 오늘 메뉴를 보고 표정이 밝아지고, 다른 쪽은 “또 이거야?” 하면서 휴대폰으로 배달앱을 켜죠. 같은 공간, 같은 사람 수인데 ‘만족’과 ‘이탈’이 동시에 벌어지는 거예요. 지금 식자재 유통과 단체급식 시장이 딱 그런 국면입니다.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고객(기업·기관·단지)은 더 까다로워졌습니다.

요즘 시장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식자재 유통 시장은 ‘영세 중심의 거래’에서 ‘대형화·플랫폼화·고부가가치화’로 재편되는 중입니다. 그리고 단체급식은 ‘운영’에서 ‘브랜드 경험’으로 넘어가는 중이고요.
이 변화가 왜 크냐면, 밥 한 끼가 단순히 비용이 아니라 조직의 만족도, 건강, 복지, 채용 경쟁력 같은 것들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10대 트렌드로 읽는 식자재 유통·단체급식 시장
여기부터는 조금 속도감 있게, 하지만 실무적으로 “어떻게 바뀌는지”가 체감되게 풀어볼게요. (특히 식자재 유통–단체급식–식품 제조가 서로 연결되어 움직인다는 걸 염두에 두면 더 잘 보입니다.)
1) 인수·합병(M&A)로 들썩이는 식자재 유통 시장
식자재 유통은 규모의 경제가 굉장히 중요한 업종이에요. 물류센터, 냉장·냉동 콜드체인, 전산, 인력… 고정비가 크거든요. 그래서 한 번 ‘판’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M&A가 연쇄적으로 일어납니다.
요즘은 “유통만 키우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유통-급식-제조를 묶어 밥의 가치사슬 자체를 통째로 가져가려는 전략이 더 강해졌어요. 이 흐름이 이어지면 중소 유통업체는 ‘특화’(지역·품목·서비스)로 살아남거나, ‘연결’(플랫폼·연합)로 길을 찾는 양극화가 더 커질 가능성이 큽니다.
2) 오프라인 넘어 온라인·플랫폼화로
예전에는 전화 주문, 거래처 방문이 기본이었다면 지금은 온라인 주문이 ‘기본값’이 되어가고 있어요. 식자재 유통에서 플랫폼화가 무서운 이유는, 한 번 주문/정산/재고/배송 트래킹이 묶이면 고객이 쉽게 못 떠납니다. 흔히 말하는 락인(lock-in)이죠.
또 하나는 “속도”입니다. 신선식품은 타이밍 싸움이잖아요. 전국 물류거점, 도심형 전진기지, 새벽·익일 배송 같은 서비스가 B2B에서도 자연스러운 기대치가 됐습니다. 이제는 가격만큼 ‘납기’와 ‘가시성(배송/재고가 보이는지)’이 중요해지는 흐름이에요.
3) 외식 솔루션 사업 본격화: 이제는 “재료”가 아니라 “장사”를 판다
여기서부터는 정말 체감이 큽니다. 식자재 유통 기업들이 단순 납품을 넘어 “메뉴/레시피/원가/동선/위생/운영”까지 묶어 솔루션을 제공하기 시작했거든요.
왜 이렇게 하냐고요? 재료만 납품하면 경쟁은 결국 가격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컨설팅과 레디밀(반조리/간편 조리), 전용 상품 개발까지 들어가면 관계가 길어지고, 수익 구조도 좋아집니다. 업장 입장에서도 “잘 팔리는 메뉴를 안정적으로 굴린다”는 게 꽤 큰 매력이죠.
4) 푸드테크 접목으로 디지털화 가속
푸드테크는 거창한 게 아닙니다. 현장에서는 “사람 손을 얼마나 덜 타게 하느냐”가 핵심이에요. 구내식당 혼잡도 예측, 전처리 자동화, 조리 로봇, 잔반 분석, 개인 맞춤형 식단 관리 같은 것들이죠.
이런 기술이 들어오면 단체급식은 ‘맛’뿐 아니라 ‘오퍼레이션’이 달라집니다. 줄이 줄고, 조리 인력이 덜 지치고, 식재 손실이 줄고, 결과적으로 품질이 일정해져요. 식자재 유통 기업도 데이터가 쌓이면서 발주 예측이 정교해지고요.

5) K-급식 내세워 해외 진출 가속화
K-푸드 인기가 계속되면서 해외에서도 한국식 급식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과거에는 해외 진출이 “한국 기업 따라가기”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현지 기업 고객을 확보하고 현지화까지 시도한다는 거예요.
해외 진출에서 중요한 건 ‘한식 메뉴’만이 아닙니다. 안정적인 공급 인프라, 위생 시스템, 메뉴 개발 역량이 함께 묶여야 합니다. 결국 해외에서도 단체급식은 “안전하게, 꾸준히,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체력이 승부를 가릅니다.
6) 격전지로 떠오른 군 급식 시장
군 급식은 수요 규모가 크고 예측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기업 입장에선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제도 변화로 민간 위탁이 확대되고, 입찰 환경이 바뀌면서 경쟁이 확 뜨거워졌죠.
다만 군 급식은 ‘품질 관리’ 난도가 높습니다. 대량 급식이면서도 위생 기준이 엄격하고, 현장 운영 리스크가 큽니다. 그래서 “가격만 낮춰 따내자”가 아니라 운영 표준화·식단 개발·공급 안정성을 세트로 갖춘 업체가 강해질 가능성이 높아요.
7) 유명 맛집 콜라보 등 프리미엄 급식 경쟁
단체급식도 이제 ‘메뉴 경쟁’입니다. 유명 프랜차이즈나 셰프와 협업해서 평소 구내식당에서 접하기 어려운 메뉴를 제공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어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 단체급식 계약은 보통 2~3년 단위라 계약이 끝나면 재수주 경쟁이 다시 시작됩니다. 결국 직원 만족도가 수주를 좌우하는 구조가 되면서, 프리미엄 메뉴는 락인 효과를 만들어주는 카드가 됩니다.
개인적으로 이 트렌드는 더 커질 거라고 봅니다. “점심 한 끼가 복지”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기업은 인재 확보 차원에서라도 급식 품질을 쉽게 포기 못 하거든요.
8) 아파트 식음 서비스 사업: ‘단지 안에서 해결’이 신성장동력
고물가 시대에 외식 부담이 커지면서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단지 내 식음 서비스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보통 한 끼 7천~1만원대 수준으로, 생각보다 ‘괜찮은 퀄리티’를 제공하면 반응이 좋아요.
다만 함정도 있습니다. 일반 구내식당처럼 “매일 정해진 인원”이 들어오는 구조가 아니라서 수요 예측이 어렵고, 타깃이 다양해 메뉴 설계가 까다롭습니다. 서비스 품질이 한 번 흔들리면 브랜드 이미지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점도요.

9) 컨세션(Concession) 사업에서 성장 기회 찾기
공항, 휴게소, 경기장 같은 다중 이용시설의 푸드코트 운영권을 맡거나 프랜차이즈를 입점시켜 수익을 내는 게 컨세션 사업이죠. 식자재 유통·단체급식 기업 입장에서는 이미 구매력과 운영 노하우가 있으니 확장하기 좋은 영역입니다.
최근에는 “그냥 먹을 만한 푸드코트”가 아니라 프리미엄 식음 경험을 원하는 수요가 늘고 있어요. 그래서 메뉴 기획력, 브랜드 믹스, 동선/회전율 관리 같은 운영 역량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10) 케어푸드 시장: 고령화가 만드는 가장 확실한 성장축
케어푸드는 영양 공급이 필요한 노인·환자 등을 위한 맞춤형 식품입니다. 이 시장이 커지는 이유는 간단해요. 고령 인구가 늘고, 건강 관리에 대한 니즈가 커졌기 때문이죠.
수치로 보면 국내 케어푸드 판매액은 2018년 3,704억 원 → 2023년 5,255억 원으로 늘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수요가 고령층에만 머물지 않고, 저염·저당·고단백 같은 ‘관리형 식단’을 찾는 일반 소비자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식단 구독 서비스가 활성화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고요.
실무자 입장에서, 이 흐름을 어떻게 활용할까
트렌드를 봤으면 “그래서 나는 뭘 해야 하나”가 남죠. 여기서부터는 식자재 유통과 단체급식 시장을 바라보는 분들이 바로 써먹을 수 있는 포인트를 정리해볼게요.
- 첫째, ‘가격 경쟁’만으로는 오래 못 갑니다. 온라인 주문/정산/재고/배송 가시성까지 묶어서 고객 운영을 편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 둘째, 콜드체인과 물류 안정성은 이제 기본 스펙입니다. 납기 신뢰가 무너지면 거래는 한 번에 끊겨요.
- 셋째, 급식은 “메뉴”가 브랜드입니다. 프리미엄 메뉴, 콜라보, 건강식(저염·저당) 등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야 재수주를 이깁니다.
- 넷째, 신규 비즈니스(군 급식, 아파트 식음, 컨세션)는 ‘선점’이 중요합니다. 다만 무리한 확장은 품질 리스크로 되돌아오니, 운영 표준화와 인력·시스템을 먼저 갖춘 뒤 들어가는 게 안전합니다.
- 다섯째, 케어푸드는 B2B/B2C를 함께 봐야 합니다. 요양시설/병원 같은 B2B는 안정적이지만, B2C는 제품 기획과 브랜딩이 승부처입니다.
앞으로 1~2년, 어디에 베팅해야 할까
저는 이 시장의 다음 경쟁력을 이렇게 봅니다.
“데이터로 운영 효율을 올리고(디지털화), 맛과 경험으로 선택받고(차별화), 새로운 먹거리로 성장동력을 만든다(신규 비즈니스+해외).”
식자재 유통을 하는 기업이라면 플랫폼화와 물류 고도화가 핵심이고요. 단체급식 기업이라면 프리미엄/건강식/현장 운영 혁신이 승부처가 됩니다. 그리고 식품 제조 영역에서는 케어푸드, 반조리/완조리, 기능성 메뉴가 연결되면서 ‘유통-급식-제조’가 한 덩어리로 움직이는 구조가 더 선명해질 거예요.
마무리: 결국, 밥은 ‘비용’이 아니라 ‘전략’이다
많은 분들이 식자재 유통을 “단가 싸움”이라고만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변화는 훨씬 입체적이에요. 디지털 전환, 플랫폼 경쟁, 프리미엄 메뉴, 군 급식, 아파트 식음, 컨세션, 케어푸드… 결국 밥은 비용이 아니라 전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오늘 정리한 10대 트렌드가 “우리 회사 급식”을 바라보는 시선, 혹은 “우리 업장 식자재”를 운영하는 방식에 작은 힌트를 줬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