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력 수급이 타이트한 진짜 이유 | 전략대장 이팀장

“중국은 발전소도 많고 땅도 넓은데 전기가 부족할 리가 있나?”
이 질문, 요즘처럼 AI 얘기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올 때 더 자주 들립니다. 저도 비슷하게 생각한 적이 있어요. 숫자만 보면 중국은 ‘전기가 남아도는 나라’처럼 보이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면 중국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전력망에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붓겠다고 하고, 데이터센터·제조업·도시 전기화까지 겹치면서 전력 이슈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 글은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거예요.
중국은 발전 설비 자체는 거대한데,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지역에, 안정적으로” 보내는 게 아직 어렵고, 그래서 중국 전력 수급이 생각보다 타이트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1) 숫자만 보면 ‘전기 부자’가 맞습니다

먼저 큰 그림부터 잡아볼게요. 중국은 2025년 기준 연간 전력 소비량이 10,400TWh 수준으로 압도적 세계 1위입니다. 미국의 2배 이상이라고 하니 체감이 오죠. 공장도 많고, 도시도 크고, 요즘은 전기차·배터리·반도체·데이터센터까지 늘어나니 “전기를 더 먹는 나라”가 되는 건 당연해 보입니다.

그런데 발전 설비 총량도 만만치 않습니다. 총 설비가 약 3,800GW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고, 이걸 1년 내내 100%로 돌릴 수 있다고 가정하면 이론상 연간 발전량은 33,300TWh까지도 계산이 됩니다. 실제 소비량의 3배가 넘는 숫자죠.

여기까지 보면 결론은 이렇게 나야 정상입니다.
“설비도 많고 이론상 생산능력도 넘치는데, 중국도 전기가 부족할까요? 절대 아닐 듯한데?”

그런데 전력은 ‘설비가 많다’만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우리가 집에서 에어컨 한 번 켜보면 알잖아요. 누진제든 뭐든, 결국 중요한 건 ‘그 순간에 전기가 안정적으로 들어오느냐’입니다. 전력은 재고를 쌓아두는 상품이 아니고, 만들어지는 즉시 소비되거나 저장돼야 하니까요.


2) 중국 전력 수급이 타이트해지는 두 가지 이유

중국 전력 수급이 숫자 대비 타이트해 보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신재생의 간헐성(‘신에너지의 함정’)
(2) 지역 간 수급 미스매칭(‘만드는 곳’과 ‘쓰는 곳’이 다름)

(1) 신재생의 함정: 설치는 폭발, 실제 발전은 아직…

중국은 풍력·태양광 설비를 엄청난 속도로 늘려왔습니다. 2021년 이후 매년 30% 이상씩 급증했고, 2025년에는 설비 비중에서 풍력+태양광이 46% 정도로 화력을 추월한 것으로 알려져요.

여기서 많은 분들이 착각하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설비 비중’이 커졌다고 해서 ‘전기 생산 비중’이 그만큼 따라오는 건 아니라는 점이에요.

태양광은 밤에는 0이고, 풍력은 바람이 없으면 0이죠. 이 간헐성 때문에 실제로는 이용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실제 발전량 구조를 보면 여전히 화력 발전 비중이 64% 수준으로 높게 남아 있습니다. 말하자면 “패널과 터빈은 잔뜩 깔았는데, 베이스로드(기본 전력)는 아직 화력이 잡고 있다”는 상황이죠.

이 대목이 중국 전력 수급을 이해할 때 핵심입니다.
설비가 늘수록 ‘전기가 남는다’가 아니라, 오히려 ‘전력을 안정화하는 장치와 그리드가 더 필요해진다’가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2) 수급 미스매칭: 전기는 서쪽에서 만들고, 동쪽에서 씁니다

중국 지도를 떠올려보면 답이 금방 나옵니다. 서북부 쪽은 태양광·풍력에 유리한 환경이 많고(넓은 땅, 일조량, 바람), 자원도 상대적으로 풍부합니다. 반면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곳은 상하이·장쑤·저장 같은 동부 연해의 산업·도시 벨트죠.

즉, “발전하기 좋은 곳”과 “소비가 폭발하는 곳”이 다릅니다.
중국도 이 문제를 몰랐던 게 아니라서, 2000년대부터 서전동송(서쪽 전기를 동쪽으로) 같은 프로젝트로 전력망 투자를 해왔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필요한 시기에 충분한 전력을 동부로 보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옵니다.

이건 우리 일상으로 바꿔도 이해가 쉬워요.
저렴한 마트가 집에서 50km 떨어져 있으면, 장바구니 값은 싸도 “가는 길”이 문제잖아요. 도로가 막히거나, 물류가 끊기면 가격은 의미가 없어집니다. 전력도 비슷합니다. 발전소가 멀리 있어도, 송배전망이 탄탄하면 문제가 덜하지만, 그 연결이 부족하면 ‘전기가 있는데도 못 쓰는’ 구간이 생깁니다.


3) 앞으로 전기는 더 많이 필요해집니다: AI·제조업·전기화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떨까요? 중국은 이미 전기 소비가 세계 1위인데, 여기서 더 늘어납니다.

2030년 중국의 전력 수요가 연간 14,500~15,000TWh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앞으로 5년 연평균 증가율이 약 6.9% 수준으로, 직전 5년보다도 더 빠르다는 시나리오죠.

수요를 끌어올리는 힘은 크게 세 가지로 많이 언급됩니다.

  • AI 데이터센터: 학습·추론이 커질수록 전기 먹는 하마가 됩니다. “전력=컴퓨팅 비용”이니까요.
  • 수출 지향 제조업: 글로벌 경기 사이클이 흔들려도, 중국 제조업은 전기 많이 쓰는 업종(배터리, 소재, 장비 등) 비중이 큽니다.
  • 전기화 가속: 전기차, 전기 보일러, 산업 공정 전기화가 빠르게 늘면, 에너지원이 석유·가스에서 전기로 이동합니다.

여기에 중국의 ‘3060 탄소 정책’도 변수입니다. 2030년 탄소 배출 피크, 206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한다면 발전 구조를 더 빨리 바꿔야 하니까요. 결론적으로 “전기를 더 쓰는데, 더 친환경적으로, 더 안정적으로”라는 3종 세트를 동시에 달성해야 합니다. 이게 쉽지 않죠.


4) 해결책 ① ESS와 초고압 송배전, 그리고 ‘전력망의 재정의’

그래서 중국이 꺼낸 카드가 전력망 투자입니다. 앞으로 5년(2026~2030) 동안 전력망에 4조 위안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 알려져 있어요. 지난 5년 대비 40% 늘어난 규모라고 하니, ‘현상 유지’가 아니라 ‘판을 갈아엎겠다’에 가깝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중국 전력 수급의 본질이 드러난다고 봅니다.
발전소를 더 짓는 것보다, 전력망을 더 촘촘하고 똑똑하게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이거든요.

투자의 방향은 크게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됩니다.
조절(유연성), 연결(송배전), 지능화(스마트 그리드)

구체적으로는 이런 식으로 나뉩니다.

  • 초고압(UHV) 송전망: 전체의 약 30%
  • 배전망: 약 40%
  • ESS·양수발전: 약 15%
  • 지능형 배전 및 마이크로그리드: 약 15%

여기서 현실적인 포인트는 “배전망 비중이 더 크다”는 점이에요.
대규모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어도, 도시·공장·데이터센터까지 ‘마지막 1km’가 약하면 병목이 생깁니다. 우리가 인터넷도 광케이블이 깔려 있어도 집 안 와이파이가 약하면 끊기듯이요.

ESS는 왜 이렇게 중요해졌을까?

ESS(에너지저장장치)는 쉽게 말해 ‘전기 저수지’입니다. 태양광이 잘 나오는 낮에 남는 전기를 저장해두고, 밤이나 피크 시간에 꺼내 쓰는 거죠. 풍력도 비슷합니다. 바람이 많이 불 때 저장해두면, 안 불 때 버틸 수 있어요.

중국은 ESS 설치가 이미 크게 늘었고, 2025년 신규 설치가 66GW 수준으로 미국(25GW)이나 유럽(15GW)보다 훨씬 크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그런데도 목표는 더 공격적이에요. 2027년까지 180GW, 2030년까지 300GW를 바라본다고 하니까요.

이 정도면 “신재생 확대의 조건이 ESS 확대”라고 봐도 무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기술도 LFP(리튬인산철) 중심에서 나트륨이온, 전고체 같은 차세대 쪽으로 계속 움직이고 있죠. 솔직히 ‘어느 기술이 최종 승자냐’는 저는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신재생 비중이 커질수록 ESS의 필요성은 구조적으로 커진다는 점입니다.


5) 해결책 ② 원전 확대, SMR, 그리고 핵융합까지

전력망만 강화한다고 모든 게 해결되진 않습니다. 안정적인 전원이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중국이 동시에 밀고 있는 게 원전입니다.

중국은 2035년까지 원전 발전 비중을 현재 5% 미만에서 10%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이 거론됩니다. 신재생을 늘리더라도, ‘항상 돌아가는 전원’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그리드가 흔들리지 않거든요.

여기서 흥미로운 흐름이 하나 있습니다.
기존 대형 원전 확대 → SMR(소형모듈원자로) 상용화 → 핵융합 발전 도전
이런 순서로 스텝을 밟겠다는 그림이에요.

SMR이 왜 자꾸 등장할까?

SMR은 ‘작게, 빠르게, 표준화해서’ 짓는 원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중국은 세계 최초 상업용 육상 SMR로 알려진 ‘링룽 1호’ 같은 사례를 내세우면서 속도를 냅니다. 한 기가 약 12만 가구가 쓸 전기를 만든다는 얘기도 있고요.

핵심은 경제성입니다. 핵심 설비 자급률이 90% 수준이고, 글로벌 경쟁사 대비 건설 단가를 30~50%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 붙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원전은 비싸서 못 한다”는 고정관념을 흔들 수 있죠.

핵융합은 ‘가능성’이지만, 시간표는 길게 봐야 합니다

핵융합은 말 그대로 꿈의 에너지로 불립니다. 중국이 1억 도 초고온 플라즈마를 1,026초(약 17분) 유지하며 기록을 세웠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그리고 2035년 테스트 원자로 완공, 2050년 상업화 같은 목표도 들립니다.

다만 이 부분은 저는 솔직히 “기대는 하되, 일정은 늘 늦어질 수 있다” 쪽에 무게를 둡니다. 핵융합은 전 세계가 도전하는 분야고, 기술적 허들이 워낙 높으니까요. 그래도 분명한 건, 중국이 전력 문제를 ‘10년짜리’가 아니라 ‘수십 년짜리 전략’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6) 전기요금이 싼 나라가 AI 시대에 유리한 이유

여기서부터가 진짜 재밌는 포인트입니다.
중국은 전기를 “충분히 공급하겠다”에서 끝나지 않고, “가능하면 더 싸게 공급하겠다”로 가고 있습니다.

중국 산업용 평균 전력 요금이 MWh당 80~90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고, 고점이었던 2015년(131달러) 대비 30~40% 내려왔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가격이 내려온 배경에는 태양광·풍력 같은 저렴한 발전원을 대거 확보한 점이 큽니다.

발전원가(LCOE)만 봐도 체감이 됩니다. 중국의 태양광 발전원가가 MWh당 30달러 수준으로, 석탄(72달러)의 절반도 안 된다는 수치가 언급됩니다. “전기는 결국 원가 게임”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죠.

데이터센터는 ‘전기요금’이 곧 경쟁력입니다

AI 데이터센터는 서버·냉각·운영까지 전기를 엄청 씁니다. 그래서 전기요금은 곧 AI 비용 구조를 결정합니다. 여기서 중국이 무섭게 나오는 게 ‘보조금’입니다.

간쑤성, 구이저우성, 네이멍구 같은 데이터센터 허브 지역에서, 자국산 AI 반도체를 쓰는 기업에 전기요금을 최대 50% 감면해준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AI 데이터센터의 실질 전기요금이 MWh당 2.5~4.0달러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합니다. 미국 평균 요금(9~15달러)과 비교하면 1/3 수준이죠.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AI 경쟁은 “누가 더 좋은 모델을 만들었나”도 중요하지만, 결국 “누가 더 싸게, 더 오래, 더 많이 돌릴 수 있나”의 싸움이기도 하거든요. 전기가 싸면, 실험을 더 많이 하고, 서버를 더 오래 돌리고, 같은 성능을 더 낮은 비용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결국 중국 전력 수급을 단순히 “전기가 부족하다/안 부족하다”로 보면 핵심을 놓칠 수 있어요. “전기가 싸고 안정적이면, 그 자체가 산업정책이 된다”는 게 더 본질에 가깝습니다.


7) 단기 인프라 vs 최종 승자: 저는 ‘빅테크’ 쪽에 한 표

여기서 독자분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질문이 나옵니다.
“그래서 누가 돈을 벌까?”

짧게 보면, 전력망 투자와 함께 초고압 송전, 변압기, 배전망, ESS 같은 인프라 쪽이 수혜를 받는 그림이 맞습니다. 공사가 많아지면 장비·자재·시공 물량이 늘 테니까요.

하지만 길게 보면 저는 최종 승자는 ‘전기를 쓰는 쪽’이라고 봅니다. 특히 빅테크요.

왜냐하면 사회주의 국가 특성상 인프라 투자의 수익률이 낮아지기 쉽고, 전기요금이 정책적으로 눌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인프라 기업은 “일은 크게 하는데 마진이 얇을 수 있는” 구조가 되기 쉽습니다. 반면 전기요금이 내려가면, 그 혜택은 제조업·데이터센터·플랫폼 기업 같은 수요자에게 쌓입니다.

이게 바로 중국 전력 수급 논쟁이 결국 AI 패권과 연결되는 이유입니다.
전력이 AI의 병목이 될수록, 전력을 싸게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쪽이 장기전에서 유리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8) 결론: 중국은 ‘전기가 없는 나라’가 아니라 ‘전기가 더 필요해지는 나라’입니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볼게요.
중국도 전기가 부족할까요?

제 답은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 중국은 설비 숫자만 보면 부족해 보이지 않습니다.
  • 하지만 신재생 확대(간헐성)와 지역 미스매칭 때문에, 실제 체감 중국 전력 수급은 타이트해질 수 있습니다.
  • 그래서 전력망(송배전·배전), ESS, 원전 같은 “안정화 장치”에 돈이 몰립니다.
  • 그리고 이 구조의 최종 수혜는 전기를 싸게 쓰는 산업, 특히 AI·데이터센터·빅테크로 이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개인적으로는 요즘 “전력은 인프라가 아니라 전략 자산”이라는 말이 점점 더 실감납니다. 칩, 데이터, 인재도 중요하지만, 그 모든 걸 돌리는 건 결국 전기니까요. 우리가 생활에서 느끼는 전기요금 스트레스가, 국가 단위로는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변수로 커지고 있는 셈입니다.

혹시 여기까지 읽고 “그럼 앞으로 뭘 봐야 해요?”라고 묻는다면, 저는 딱 세 가지를 권하고 싶어요.

  1. 중국 전력망 투자 속도가 실제로 얼마나 빨리 실행되는지
  2. ESS 확대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얼마나 뒷받침하는지
  3. 데이터센터 전기요금 우위가 AI 산업의 비용 구조를 얼마나 바꿔놓는지

이 세 가지가 연결되는 지점에서, 앞으로 5년의 중국 전력 수급 그림이 꽤 선명해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