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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넓은 이마에 앉은 파리가 일약 ‘스타’가 됐다.  /
대통령 선거를 위해 TV 토론을 하는 펜스의 이마에 2분 3초나 ‘무엄하게’ 앉았기 때문이다. 
초강대국의 부통령도 파리는 어쩌지 못하는 모양이다.
재미있게도 파리의 이 ‘무소불위’는 동물의 왕국에서 제일 가는 천하의 사자에게도 통한다. 
워낙 작은 데다 잽싸다니다 보니 귀찮게 덤벼드는 데도 고개나 꼬리만 휘휘 저을 뿐 참는다. 
화를 낼수록 손해이니 말이다.

사자에게는 이 파리처럼 어쩌지 못하는 의외의 존재가 둘이나 더 있다. 
고슴도치와 타조알이다. 고슴도치와 타조알? 
고슴도치는 가시투성이라 건드렸다간 본전도 못 찾을 수 있다지만, 타조알은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왜 그럴까?
타조알은 세상에서 가장 크다. 알 한 개 무게가 무려 2kg이나 나가기도 한다. 
달걀 20개가 훨씬 넘는 양이니 사자들에게도 사냥이 안 되는 날 대체 식품으로 그만이다. 
그래서 되는 일이 없을 때 타조알이 보이면 많은 사자가 입맛을 다신다.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면서 영양가 높은 알을 공략하려 한다.
하지만 타조알은 데굴데굴 구르기만 할 뿐 멀쩡하다. 
워낙 크다 보니 입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 날카로운 송곳니도 아무런 소용이 없고, 근처에 돌이라도 많으면 굴려 깨뜨릴 수 있을 텐데 대체로 풀만 있는 초원이거나 모래 사막이니 그럴 수도 없다. 
그러니 어쩔 것인가? 한참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침 깨나 흘리다 결국 돌아서고 만다.
 

 

사자들의 능력 부족 탓일까? 
그럴 수도 있지만, 사실 단단한 알에는 우리가 모르는 특별한 기능이 있다. 
특히 알을 보호하는 껍데기가 그렇다. 
새로운 생명을 태어나게 하는 이 생명유지 장치엔 생각할수록 감탄스러운 3가지가 들어있다.
우선 이런 알 껍데기는 너무 강하지도 않고 약하지도 않다. 
사자의 발 차기 같은 외부 충격을 견딜 수 있을 만큼 강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강하지도 않다. 
알 속에서 깨어나는 약한 새끼들이 알을 깨고 나올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밖으로는 강하지만 안으로는 약하다.
강도만이 아니다. 알 안으로 작은 세균도 들어갈 수 없게끔 빈틈 없이 철통 방어를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꽉 막혀 있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알은 2단계 방어막을 갖고 있다. 
세균 침입은 물론 안에 있는 영양분이 마르지 않도록 잘 감싸고 있는 껍데기가 1차 방어막이고, 안에 있는 흰자가 2차 방어막이다. 흰자는 세균으로선 헤엄쳐가야 하는 ‘끝없는 바다’와 같다. 
하지만 안에 있는 생명이 숨을 쉬어야 하기에 껍데기에 수많은 구멍을 뚫어 놓고 있다. 
달걀은 2000개 정도, 타조알은 무려 3만여 개나 말이다. 
물에 잠기기 쉬운 곳에 둥지를 트는 백조 알은 방수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산소는 드나들지만 물은 들어오지 못하는 ‘최첨단’이다.
마지막으로 둥글둥글해서 잘 굴러다닐 수 있지만, 너무 잘 굴러가지는 않는다. 
알이 둥근 건 구(球) 형태로 하면 부피 대비 표면적이 가장 작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최소한의 재료로 가장 단단한 껍데기를 만들 수 있다.
또 이리저리 굴러다니면 햇빛이나 어미의 온기를 골고루 받을 수 있다. 
물론 마냥 굴러가서 좋을 일이 없기에 한쪽을 뾰족하면서도 가볍게, 다른 한쪽을 둥글면서 무겁게 하고 있다. 이리저리 굴러다니긴 해도 둥지를 벗어나지 않도록 말이다.
하나하나의 기능도 대단하지만 놀랍게도 세 가지 모두 상반된 특성을 동시에 충족시키고 있다. 
 
왜 이런 특성을 갖고 있을까? 살아있음이라는 게 상반되는 환경 사이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기업의 생존이 현재 유지와 새로운 미래를 동시에 이루어야 하기에 양손잡이 경영이 요구되듯 말이다.
사실 더 흥미로운 건 이런 조건이 아이를 키우는 부모와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내는 리더들에게 필요한 것과 똑같다는 것이다. 
외부로부터 오는 충격에는 강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강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아이들과 구성원이 온전히 자랄 수 있으니 말이다. 
질서와 규칙을 강조할 수 있지만 숨이 막히게 해서는 안 되고, 모나지 않게 이리저리 굴러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마냥 엇나가지 않게 해야 한다.
경험해 보면 정말이지 뼈저리게 느끼는, 가장 필요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것들이다. 
이걸 알 껍데기가 이미 구현하고 있으니, ‘껍데기처럼만 하면’ 된다고 해도 될 것 같다.

우리는 흔히 껍데기 하면, 버려야 할 쓸모 없는 것을 떠올리지만, 생명의 역사에서 단단한 껍데기를 가진 알의 탄생은 엄청난 혁신이자 새로운 생존전략이었다. 
화석을 보면 3억여 년 전 이런 알이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이후 점점 커져 나중에는 엄청나게 큰 공룡알로 까지 진화한다.
덕분에 파충류는 이전의 양서류를 이기고 세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이런 혁신을 만들지 못한 개구리 같은 양서류들은 지금도 알을 낳을 때 물로 돌아가야 하지만 파충류는 물이 없는 곳에서도 다음 세대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세상의 주인공이 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출처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사자도 못 건드는 타조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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