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디자인 경영에 성공한 기업만이 21세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 남는다"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디자인 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디자인 경영은 어떻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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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변
<출처 : SERI 기술산업실 이안재 수석연구원>
국내산업계에 일고 있는 디자인경영 열풍에 대해 살펴볼까 합니다. 가장 활발하게 디자인 경영을 전개하고 있는 분야는 역시 굴지의 대기업들이 포진하고 있는 IT/가전/자동차 업계입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디자인인력을 확충하는 등 지속적인 투자를 확대해왔으며, 최근에는 글로벌 디자인경영 체제를 갖추고 디자인 리더십을 강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죠. 국제 디자인상 수상 등은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건설업계도 디자인경영에 부쩍 열을 올리고 있는데요, 브랜드와 함께 외관, 조경, 인테리어 등 디자인 요소가 소비자의 주된 아파트 선택기준이 되었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경쟁 우위를 점하려는 업체들간 경쟁도 매우 치열합니다. 일례로 지난해에 패션디자이너인 앙드레김에게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겨서 관심을 모은 삼성물산은 최근에는 디자인마스터 제도를 도입해서 라이프스타일 연구, 디자인철학수립, 디자인개발 등 본격적인 디자인경영 체제에 돌입했죠.
한편 기술과 신뢰성이 최우선이던 장비 및 부품소재업계도 디자인경영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데요. 예컨대 LS산전은 금년 3월 디자인센터를 신설해서 제품 설계단계에서부터 디자인이 참여해서 고객지향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있죠. 또 각종 전자소재를 생산하는 제일모직은 디자인 트렌드를 미리 예측해서 제품개발에 활용하는데요, 집적도 향상을 위한 플렉서블 기판, 블루블랙폰의 외장재 등이 바로 그 디자인 경영의 결과물이죠. 또한 최근의 디자인경영 열풍은 서비스업계에도 예외가 아닌데요, 우선 KTF는 `디자인`을 향후 10년 동안의 핵심 경영전략으로 설정했죠. 그리고 디자인전문기업 이노디자인과의 제휴를 통해 임직원의 명함, 유니폼에서부터 고객제공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고객과의 모든 접점에 디자인을 활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신용카드 업계의 경우에도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에서 탈피해 현대 감각에 맞는 독창적인 디자인의 카드를 내놓는 등 디자인 마케팅을 적극 펼치고 있습니다.
자, 지금까지 산업계의 디자인경영 동향을 간략하게 말씀 드렸는데요. 그렇다면 기업들이 이처럼 디자인 경영에 힘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디자인이 제품경쟁력의 핵심요소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죠. 감성만족을 중시하는 요즘 소비자들은 기술이나 품질, 가격보다는 디자인과 브랜드를 보고 구매를 결정합니다. 나아가 디자인이 좋으면 비슷한 성능의 다른 제품보다 가격이 높더라도 소비자들이 더 선호하죠.
또 기술이나 품질의 평준화, 중국산 제품의 공세로 가격 경쟁력마저 상실한 상황에서 디자인은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차별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한편 최근 들어 부쩍 증가한 성공사례들도 디자인경영의 확산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의 아이맥 컴퓨터, 모토로라의 레이저 휴대폰, 레인콤의 아이리버 등 디자인경영의 높은 성과가 알려지면서 디자인이 효과적인 투자 수단임을 확인한 것이죠.
실제로 디자인투자가 R&D 투자에 비해 19배의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도 디자인경영은 필수죠, 일관성 있는 디자인을 통해 고유의 아이덴터티 구축하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데요, '소니 스타일'을 고집하는 소니, 키드니 그릴로 유명한 BMW 등이 좋은 예입니다. 그렇다면 디자인경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디자인 경영에 성공한 기업들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최고경영진이 디자인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 디자인 친화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 그리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속적인 투자를 해 왔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기술에 디자인을 맞추는 시대'가 아니라, '디자인에 기술을 맞추는 시대'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디자인에 보다 많은 힘을 실어주어야 하는데요, 디자인을 변경해 달라는 엔지니어의 요구에 구겨서라도 넣으라고 지시했던 레인콤 CEO의 의지가 없었다면 아이리버 신화는 아마도 탄생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