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영환경의 변화속도가 매우 빨라지면서 조직이나 개인 모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이처럼 빠른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고 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의 여부이다.
변화가 빠르다는 것은 그만큼 종전과 다른 많은 스트레스를 감수하면서 새로운 도전과 자기학습을 해야 하며 또한 업무량이 그만큼 더 늘어남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조직도 변화와 혁신 프로그램의 활용, 신규인력의 유입 등을 통해 새롭게 생기를 불
어넣어야 변화에 순발력있게 대응할 수 있고 지속적인 성과향상을 도모할 수 있듯이 개인도 새로운 변화와 충전의 기회를 경험함으로써 더욱 더 나은 삶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일찍이 구미나 일본 등 선진기업에서는 조직구성원의 활력을 되찾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제도로 각종 휴가제도를 비롯한 리프레시 제도를 활용해 왔다.
서구의 많은 기업들이 조직의 활력회복과 구성원의 사기진작을 위해 리프레시 제도를 활용한 이유는 날이 갈수록 높아가는 업무강도와 과중한 업무로 인해 몸과 마음이 완전히 녹초가 되어버리는 증상, 즉 탈진 증후군(burnout syndrome)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탈진 증후군은 기업의 중간관리층이나 일에만 열중하는 사람에게 발생하기 쉬운 병이다.
이상이나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사람이 자신의 한계나 현실의 벽을 느껴 마치 다 타버린 것 같아 우울상태에 빠지는 증상을 가리킨다.
최근 기업간에 극심한 생존경쟁을 벌이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주된 원인은 리스트럭처링, 리엔지니어링, 다운사이징 등 생존을 위한 변혁이 빈번히 추진되는 과정에서 비롯된 긴장과 활력상실 등 업무환경의 급변에서 초래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깊은 우물물도 계속 길어내기만 하면 언젠가는 바닥을 드러내고 만다.
이러한 현상을 극복 또는 치유하기 위해서는 일을 떠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심리적·육체적으로 재충전할 기회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리프레시먼트(refreshment)가 필요한 것이다.
최근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기업내에서도 직원들의 삶의 질에 대한 다양한 요구가 표출되고 있다.
특히 기업환경 및 직원들의 사고의 변화로 말미암아 과중한 업무에 대한 금전적 보상보다는 생산적인 재충전을 통한 자기계발을 선호하고 있는 추세여서 다양하게 실시되는 리프레시 제도는 더욱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1. 리프레시 제도의 유형과 운영방식
리프레시 제도(refreshment plan)는 단순히 업무를 떠나 휴식을 취하게 하는 것에서부터 새로운 학습의 기회를 갖게 하거나 새로운 환경에서 근무하게 하는 등 그 유형도 다양하다.
선진국의 경우 매년 1주일 또는 15일~30일 정도까지 주어지는 정기휴가를 일종의 리프레시 휴가로 여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과거 여름철에 일시 사용하던 휴가를 리프레시 휴가로 바꿔 부르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안식휴가제도는 ‘안식년(安息年)’이라는 고대 유대인의 관습에서 유래되어 미국대학의 교수들에게 약 5~6년에 한번씩 새로운 학문을 습득하고 더욱 성숙된 학문탐구를 위한 재충전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국내의 일부 기업에서도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 제도는 기업내에서 중간관리자나 임원에게 일정기간 동안 업무로부터 완전히 해방시켜 충분한 휴식을 취하게 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기업의 여건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1년 이상 장기간 휴식을 보장하는 것에서 15~30일 정도의 단기 안식휴가제도가 있다.
이러한 안식년 휴가제는 과거 장기근속이 일반화되어 왔던 우리나라나 일본의 경우 그 기간이 길지는 않지만 이미 유사한 휴가제로 활용되어 왔던 제도이다.
예를 들면 장기근속 포상휴가제도가 여기에 해당된다.
10년 이상 장기근속자에 대해서는 장기간 근속하면서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여 일정기간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포상금과 휴가를 부여해 왔고 지금도 많은 기업에서 이러한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휴가를 사용하는 분위기가 충분히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경우 사실상 휴가를 받고도 제대로 쉬지 못하거나 그 기간이 짧아 리프레시 제도로서의 취지를 살리지 못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이는 회사가 일정한 주제나 휴가사용의 조건을 전제로 일정기간 동안 여행이나 학습을 수행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예를 들면 국내외 배낭여행, 유적지 탐사여행, 봉사활동휴가 등과 같은 ‘주제가 있는 여행’으로 자기계발 계획서를 제출한 후 교육이나 학습을 수행하는 동안 회사가 인정하는 유급휴가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직원들의 복지증진을 위해 휴가 뿐 아니라 경제적인 지원을 하는 제도가 있다.
그 유형으로는 다양한 교양강좌 수강비의 보조, 공연 등 문화활동비 지원, 레포츠 수강료 및 장비구입 비용지원 등이 있다.
예를 들면 스키 또는 보드의 구입비용을 회사에서 지원하고 일주일 정도의 리프레시 휴가를 통해 레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현재 각 기업에 휴가제도가 존재하지만 생산이나 산업의 여건상 연중 휴가로 사용하기 쉽지 않거나 다양한 이유로 인해 그 시행효과가 그리 크지 않은 경우에 활용되는 제도이다.
그러나 이 휴가를 현실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제도는 국내외 대학원 석·박사과정, 경영대학원(MBA코스)에 진학할 경우 교육비를 지원하거나 일정기간 유·무급 휴직을 인정하는 형태이다.
여기서 말하는 교육은 업무와 관련하여 회사에서 지정하거나 인정하는 경우에 한해 실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자신의 업무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재충전이라는 본래 취지를 훼손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 제도는 직원이 국내외 교육기관(대학, 대학원)의 입학허가를 통해 최장 2년 정도의 시간을 부여함으로써 직원에게는 자기계발과 성취를 느끼게 하고, 회사입장에서도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공존한다.
특히 이 기간동안 수학하는 교육이 굳이 회사업무와의 관련성이 없더라도 휴가를 인정해주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 제도는 본래 세계화된 인력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만 직원에게는 다양하고 폭넓은 경험을 하게 함으로써 리프레시 측면과 자기계발 측면을 동시에 충족시키면서 어느 정도의 보상적인(참가대상자를 선정함에 있어서의) 성격이 강한 제도이다.
주로 연구개발분야 등에서 활용되는 제도로 특정한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성과가 탁월한 개인 혹은 팀에게 최대 일주일 범위에서 국내외 가족동반 휴가를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휴가비도 지급되며 가족에 대한 배려가 있는 만큼 만족도가 높은 보상제도라고 할 수 있다.
2. 미국기업과 일본기업의 리프레시 도입현황
미국기업들은 우수한 직원의 확보와 유지 그리고 기존 직원의 재충전과 자기계발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안식년제(sabbaticals plan)라 할 수 있다.
2000년에 휴잇(Hewitt Associates LLC)에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100대 우수기업 중 46%가 안식년제나 이와 유사한 휴가제도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안식년제를 다수 활용하고 있는 기업은 금융·보험업종이다.
100대 우수기업 중 29%는 관리자와 전문직종 종사자에게 유급 안식휴가를 부여하고 있으며 일반직원에 대해서는 18% 정도이다.
유급 안식휴가 부여대상을 결정할 때 고려하는 기준은 근속기간, 정규직 여부, 역할
과 책임, 성과 등의 순이다.
근속기간은 보통 5~10년 정도 근무한 직원에게 자격을 부여한다.
그러나 100대 우수기업 중 31%는 무급 안식휴가제도를 시행하고 있기도 한다.
이러한 기업에서는 대상을 특별히 제한하지는 않으나 주로 특별한 경우나 근속포상적 성격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안식휴가 기간은 3개월에서 1년이 대부분이며 특별한 경우 2~3년 정도까지 혜택을 주는 기업도 있다.
1990년대 후반 이후에는 이러한 안식휴가제도가 재충전의 기회라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구조조정을 앞두고 구성원의 새로운 직장탐색 및 능력개발을 위한 기회로 활용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안식휴가 기간을 이용, 다양한 정보수집과 시장전망 분석 등을 거쳐 자신의 회사를 창업하거나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사례도 많다.
일본의 경우 리프레시 휴가는 본래 근속포상 휴가와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근속포상과 달리 구성원의 동기부여와 재충전 기회로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본노무행정연구소에서 2002년에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전체 336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48%의 기업에서 리프레시 제도가 운영되고 있고 이러한 제도를 기존의 장기근속 포상휴가와 별도로 운영하는 사례가 과반수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기업의 경우 리프레시 휴가를 부여하는 기준은 근속에 따라 실시하는 경우가 58%, 연령과 근속을 동시에 고려하는 경우가 15.2%, 연1회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경우가 14.1%, 연령에 따라 결정하는 경우가 7.1% 등으로 나타났다.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기업의 경우 리프레시 휴가를 부여하는 대상은 근속 20년과 30년이 60% 이상을 차지하여 장기근속자에 대해 재충전과 새로운 지식의 습득을 위한 기회로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근속 20년 62.1%, 25년 48.3%, 30년 60.3%)
휴가를 부여하는 기준은 미국기업에 비해 짧은 편이다.
짧게는 5일 전후에서 길게는 15일 전후로 부여하며 이러한 휴가도 특별휴가로 부여하는 경우가 약 49%, 특별휴가와 개인의 연간 휴가를 연결해 사용하는 경우가 32.9%로 나타나고 있다.
리프레시 휴가시 비용을 지급하는 기업이 절반정도이며(49.4%), 그 비용은 5만~20만엔 정도로 근속기간이나 대상자에 따라 차이가 있다.
3. 국내기업의 리프레시 제도 운영현황
국내기업의 경우 2000년을 전후하여 전 직원의 동기부여 차원에서 다양한 리프레시 제도를 도입, 운영하기 시작했다.
최근 경기가 악화되면서 일부 기업의 경우 제도가 없어지거나 활용도가 낮아지기도 했지만 조직구성원의 동기부여를 위한 비금전적 보상차원 또는 우수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계속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패션·유통 전문기업인 E기업은 근무경력 만 6년 이상 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안식년 휴가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장기근속 유공포상의 취지에 따라 여름휴가와는 별도로 7년차 15일, 14년차 30일간의 유급휴가를 부여하며 직급에 따라 60~120만원까지 별도의 휴가비를 지급하고 있다.
이 회사의 경우 올해 안식년휴가 대상자는 632명으로 전체 임직원의 약 1/3에 달한다.
국내 A증권의 경우 2000년부터 리프레시 휴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이 체력단련휴가(6일)와 연차휴가(입사 1년차 기본 10일, 1년에 하루씩 증가)를 붙여서 5일 이상 장기휴가를 1년에 한차례 이상 사용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휴가일수에는 제한이 없다.
즉 입사 1년차인 신참도 1년에 최대 16일의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더욱이 리프레시 휴가 활용시 사용한 연차휴가일수의 50%에 해당하는 연차수당을 휴가비로 지원한다.
따라서 휴가일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휴가비도 늘어나게 된다.
C전자의 경우 올해부터 최장 14일까지 연속해서 휴가를 낼 수 있는 ‘디지털 리프레시 휴가’를 실시하고 있다.
일요일을 포함해 보통 7~8일에 불과했던 여름휴가를 10일에서 14일까지 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여유있게 휴식을 취하고 자기계발의 기회도 갖게 하겠다는 것이다.
N기업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여름휴가 일주일 외에 재충전휴가 일주일을 별도로 주고 있다.
또 휴가기간에 해외배낭여행을 가거나 외국에서 열리는 세미나·전시회 등에 참가할 경우 200만원의 경비를 지원한다.
치열한 아이디어 경쟁이 생활화되어 있는 광고업계의 경우 일찍이 임직원의 재충전을 위한 안식휴가제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많다.
유급 또는 무급 안식월을 통해 국내외에서 머리도 식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는 취지이다.
4 리프레시 제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
리프레시 제도의 대표적인 유형인 리프레시 휴가제도는 근속년수가 오래된 사원에게 일정기간의 휴가를 주어 심신의 리프레시와 휴양을 도모하도록 하는 제도로서 출발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근속년수와 관계없이 ‘일상에서 벗어나 노동력 재충전을 위해 활용하는 일정기간 동안의 휴식과 학습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는 것으로 그 의미와 대상이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제도들이 단순한 휴가나 휴일을 즐기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의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노동시장에서의 가치향상을 위한 투자로 보다 생산적인 시간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매우 긍정적인 것이지만 이 변화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중간간부 이상의 관리자들의 의식전환과 솔선수범이 필요하며 효율적인 시행을 위해서는 일정한 휴가기간이 확실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가장 중요하고 우선되는 것은 제도를 사용하는 조직구성원이 새로운 경험과 학습, 자기계발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려는 의지와 자세가 필요하다.
리프레시 제도는 조직과 개인의 활력을 회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자는 의미가 크다.
따라서 조직은 리프레시 제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제도의 도입목적을 명확히 하고, 제도 실시기준을 구체화해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조직구성원은 리프레시 제도를 활용하기 위한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통해 단순한 휴식이 아닌 재충전과 새 출발의 계기로 삼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얼마만큼 일을 잘 하느냐는 이제 어떻게 잘 쉬느냐의 문제와 별반 차이가 없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휴식은 보다 창조적인 일을 위한 준비과정이므로 새로운 경험과 학습을 통해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나아가 새로운 지식과 사고를 갖출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