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사 위기와 부동산 시장 정상화 방안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동산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가시화 되었던 건설기업들의 위기는 정부의 다양한 재정확대정책, 저금리, 미분양 해소대책 등에 힘입어 진정 기미를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부동산 및 민간건축경기의 회복이 지연되고 정부의 출구전략 시행이 임박해 지면서 건설업은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을 요구받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대형 건설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해외건설수주실적에 힘입어 나름대로 경기 침체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주로 관급공사 수주에 의존하고 있는 중소기업들도 4대강 등 정부의 건설공사에 대한 재정투자가 확대되면서 오히려 부동산 경기 호황시기보다 사업참여기회가 확대되었다.
그러나 민간 건축경기의 비중이 높은 중견기업들은 해외공사 및 관급공사의 참여기회를 갖지 못한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자 구조조정의 최우선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2011년부터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른 건설사들의 재무이슈 역시 신규 사업추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중견 건설기업의 미약한 위기관리 능력이 오늘날의 결과를 초래한 것은 사실이나, 잦은 정책변화와 과도한 기업의 채무보증을 요구하는 금융기관들의 대출관행 등의 시장 환경이 미친 영향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최근 건설산업의 위기요인에는 경기적 요인 이외에 정책적 요인 중첩된 효과가 크다.
특히 변동성이 높고 시장조절 성격이 강한 부동산 관련 정책은 시장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확대시켜 산업기반을 취약하게 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우려해 취해졌던 DTI 등 금융규제와 양도세 한시면제 혜택의 종료 등 성급한 부동산 시장의 출구 전략시행도 민간 경기의 회복세를 꺾는 역효과를 초래하였다. 또한 시장경제에 위배되는 분양가 상한제 등의 규제폐지가 지연되는 가운데 공공의 주택투자가 민간투자를 대체(보금자리 등 공공주택투자 확대)하는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의 부작용까지 초래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뿐만 아니라 공공공사의 입낙찰 제도 변화도 한 몫을 하고 있다. 2004년 이후 확대된 최저가 낙찰제는 공공공사의 물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계속 누적되는 효과를 낳고 있다. 건설산업의 미루어 둔 부실처리와 구조조정은 건전한 산업기반 형성을 위해서도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거시경제의 회복을 저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시장친화적인 방법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위축된 부동산 경기에 편향한 과도한 금융기관들의 리스크 관리 강화, 시장 선순환을 저해하는 광범위한 대출규제로 정상 기업마저 위기로 내모는 상황은 피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제도적 요인에 의한 공공공사의 수익성 악화 누적, 공공부문의 민간주택시장 대체 등의 정책방향은 공공주도의 경기회복에서 민간주도의 경기회복으로 전환되어야 하는 현시점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성장과 활력을 제고하고 경제위기 이후 세계 신산업질서 형성에 대응할 주역으로 중견기업을 세계적 전문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발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정책과 상관없이 건설산업의 경우에는 중견기업들이 구조조정 대상의 최우선순위에 놓여 있어 오히려 경제위기 이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위기에 놓여 있다. 즉 구조조정이 완료되더라도 산업의 중추가 사라질뿐 부적격 업체의 퇴출이라는 정책적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중견기업 육성정책과 공공주도의 경기회복을 민간시장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시장의 정상화도 함께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미분양 해소를 위한 정책지원이 절실하다. 최근의 미분양 주택문제는 양적 규모가 크다는 문제도 있으나 준공 후 미분양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으며 수도권 마저도 미분양이 증가하는 등 주택시장의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현 상태에서 시장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근본적으로 거시 및 부동산 경기 회복이 이루어져 시장에서 미분양주택이 해소될 수 있도록 해야 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중기적으로는 주택시장 및 주택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선진화를 위한 제도 정비가 요구된다. 분양가 상한제, 주택공급규칙 등은 과거 주택의 절대적인 양적 부족시대에 만들어진 제도이다. 이미 우리 경제․사회 환경은 경제성장률 둔화, 인구구조의 변화 등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 공급부족시기에 형성된 주택공급 관련 제도의 개선은 경기상황과 관계없이 재검토 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보금자리 주택 공급확대로 정부의 공공주택기능이 크게 확대된 이 시점이야 말로 민간 주택시장은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경쟁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된다.
출처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김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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