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술은 크게 색상을 기준으로 홍주(紅酒), 황주(黄酒), 백주(白酒) 세 가지로 구분
홍주는 와인, 즉, 포도주를 의미
중국 자체의 포도 과실주 생산은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유럽 방식의 와인 생산은 청대에 유럽 선교사들이 중국에 들어옴으로써 시작
19세기에 정통 유럽식 와이너리가 건설된 중국은 현재 포도 와인 생산량 기준 세계 5위(2014년 기준)
황주는 노란 빛깔이 도는 쌀과 곡물을 원재료로 하는 발효주
중국 내에서는 주로 쌀주산지에서 즐기는 술로 양쯔강 인근과 그 이남에서 주로 생산
상하이, 홍콩 등지에 가면 흔히 볼 수 있지만 황주 특유의 찝찔한 발효취로 인해 대다수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함
백주는 무색의 술. 양쯔강 이북 지역과 쓰촨(四川)성, 구이저우(貴州)성 등이 주산지
백주는 곡물을 발효한 밑술을 가열 증류해 만든 증류주로 도수가 높음. 대체로 30도에서 70도 사이
백주는 다양한 곡물을 활용해 만드는데 북쪽으로 갈수록 수수(高粱, 고량)를 주원료로 하는 비중이 올라감
특히 백주는 향을 기준으로 농향(浓香)형, 청향(清香)형, 장향(酱香)형 등 크게 세 가지로 세분
중국집에서 탕수육과 먹던 백주에 대한 기억이 세대별로 차이가 나는 이유는 국내에서 음용되는 백주가 유행을 탔기 때문
1980∼1990년대는 대개 50도가 넘던 홍성 이과두주(紅星 二鍋頭酒)로 우리의 증류식 소주와 비슷한 청향형
2000년대 초반 들어 수입되기 시작한 공부가주(孔府家酒)와 연태고양주(烟台古酿酒)는 꽃향기, 혹은 과일향이 느껴지는 농향형의 보급형 저도주
농향형 백주 오량액(五粮液), 수정방(水井坊) >>> 양하대곡(洋河大曲), 검남춘(劍南春), 몽지람(夢之籃, 멍즈란) >>> 공부가주(孔府家酒), 연태고양주(烟台古酿酒)
농향형 백주의 화려하고 복잡한 특유의 향은 주로 아세트산에틸에서 오는 것
농향형 백주는 다른 계열의 백주보다 아세트산에틸 함량이 높은데 보통 달콤하고 꽃향기, 혹은 과일향이 느껴짐. 실제 아세트산에틸은 파인애플 등 과일에서 흔히 발견되는 자연 향미 물질
청향형 백주는 우리의 증류식 소주와 비슷
중국에서는 주로 베이징을 비롯한 동북 3성에서 흔히 음용. 깔끔하게 딱 떨어지고 농향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
가장 대중적인 청향형 백주로 홍성 이과두주. 1949년 마오쩌둥 집권 시절 중국 공산당은 인민에게 좋은 술을 싸게 먹여야 한다는 교시를 바탕으로 베이징 인근에 위치한 12개 양조장을 합쳐서 홍성 양조장으로 명하고 표준 이과두주를 생산
가격은 공산당이 통제해 저렴한 가격으로 보급했는데 당시 대중의 사랑을 받으면서 대중 명주라는 이름을 받게 됐고, 그 술이 1980년대에 우리나라에도 많이 수입돼 전국의 중국집에 유통
이외에 현대 중국인들로부터 가장 사랑받고 있는 우란산 이과두주(牛栏山 二鍋頭酒) 등 다양한 브랜드의 이과두주가 국내에 수입돼 유통
당시 유통된 노백간(老白干, 라오바이간)이라는 술이 있는데, 이 술의 베이징식 발음이 ‘라오빠이갈’이었고, 이 술로 인해 중국 백주의 별칭이 국내에선 ‘빼갈’로 굳어짐
분주(汾酒) >>> 홍성 이과두주, 우란산 이과두주, 노백간
장향형 백주로 국내에 잘 알려진 술은 모태(茅台, 마오타이)주
장향형 술은 주로 성과 그 인근에서 생산
그 지역의 전통 술을 빚는 방식으로 만들어 지는데 효모도 독특하고 증류를 여러 번 한 후 장기간 숙성한 후 술을 출시하기 때문에 가격이 농향형이나 청향형에 비해 대체로 비싼 편
장향은 말 그대로 장의 향이 난다는 것인데 된장 향이 나기도 하고 흙 향이 느껴지기도 해 한국 소비자에겐 호불호가 갈리는 술
모태주의 산지인 구이저우성 인회는 중원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
중국 내전 당시 국민당에 쫓겨 대장정을 떠난 마오쩌둥이 피폐해진 상태에서 1935년 구이저우성에 도달했을 때 맛을 보고 발을 씻었던 술이 바로 이 모태주였고, 이 일 이후 모태주는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의 ‘최애술’이 됨
심지어 저우언라이는 몸이 아프면 약을 먹지 않고 모태주로 치료하려고 했다는 후문
모태주의 비싼 가격은 대단히 많은 가짜 술을 만들냄
농향형 백주 오량액, 장향형 백주 모태주는 모든 중국 술을 통틀어 ‘투톱’ 명주
그래도 장향을 느끼고 싶다면 훨씬 저렴한 가격의 시주(习酒)를 시도해볼 만함. 국내에서 중저가로 즐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향형 술
시주는 시진핑(習(习)近平)의 술로 알려져 있는데 시진핑의 성과 한자가 같다는 것 말고는 그 어떤 연관성도 없음
실제 시진핑이 즐기며 건배주로 자주 쓰는 술은 농향형 백주인 몽지람(夢之籃, 멍즈란). 시진핑 정부에서 가장 많이 쓰는 표어가 ‘중국몽(中國夢)’인데 이 술의 브랜드명과 일맥상통
공식적으로는 4대(1952년 선정), 8대(1963년 선정), 8대(1979년 선정), 13대(1984년 선정), 17대(1989년 선정) 명주로 총 다섯 개의 명주 리스트가 존재
이 명주 리스트는 중국 공산당이 개최한 다섯 번의 전국평주회(全國評酒會)에서 선정한 수상 리스트를 의미. 1989년 이후에는 전국평주회를 개최한 적이 없음
1952년 베이징에서 열린 첫 대회에서는 중국 전역에서 출품한 총 103종의 술이 경쟁. 백주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술 대상
결과적으로 명주로 선정된 것은 백주 4종, 황주 1종, 과실주와 기타 주류 3종
이 중 백주 4종만 따로 빼서 흔히 4대 명주라고 이야기 함
산시(山西)성 분주(汾酒), 섬서(陝西)성 서봉주(西鳳酒), 구이저우성 모태주, 쓰촨성 노주대국(瀘州大麴)
2차 대회는 1963년에 베이징
지방 예선을 거친 196종이 본선에 올라왔고 18종이 최종 선정됐으며 그중 백주는 8종
산시성 분주, 섬서성 서봉주, 구이저우성 모태주, 쓰촨성 노주노교특국(瀘州老窖特麴), 쓰촨성 오량액(五粮液), 안후이(安徽)성 고정공주(古井貢酒), 쓰촨성 전흥대곡(全興大曲), 구이저우성 동주(董酒)
이 2차 대회에서 드디어 오량액이 등장했고, 전흥대곡은 후에 수정방(水井坊)이 그 맥을 이어받게 됨
1979년 다롄에서 열린 3차 대회
1963년의 8대 명주와 1979년의 8대 명주는 같은 리스트가 아님
기존의 전흥대곡과 서봉주가 탈락하고 검남춘과 양하대곡이 선정
산시성 분주, 구이저우성 모태주, 쓰촨성 노주노교특국, 쓰촨성 오량액, 안후이성 고정공주, 구이저우성 동주, 쓰촨(四川)성 검남춘, 강소(江蘇)성 양하대곡
1984년에 4차 대회 13대 명주, 1989년에 5차 대회 17대 명주
백주 마시는 방법
백주는 도수가 높은 증류주로 와인과 마시는 방식이 다름
증류주는 작은 양을 입에 넣고 바로 삼킨 후 숨을 코로 내뿜으며 잔향을 즐기는 술. 이와 더불어 백주가 흘러내려 간 내 장기(臟器)가 타 들어가는 느낌을 확인해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