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요즘 대표적인 트렌드 중 한가지가 퓨전이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퓨전과 비슷한 개념으로 크로스 오버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두 용어 외에도 또 다른 용어가 있을 것 같은데,
이처럼 혼합된 문화가 나타나는 현상을 나타내는 용어에는 무엇이 있나요?
〓〓〓〓〓〓〓〓〓〓〓〓〓〓〓〓〓〓〓〓〓〓〓〓〓〓〓〓〓〓〓〓〓〓〓〓〓〓
▶ 답변
우리의 전통 음식인 게장이 뉴욕 맨하튼에서 유명 배우들을 상대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 들어보셨습니까? 그런가 하면, 우리 나라에선 아프리카 전통 문양의 의자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제는 문화에서 국경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죠.
‘멀티 컬쳐’란 바로 이처럼, 세계 각국의 문화를 흥미로운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문화적 조류를 말합니다. 요즘 흔히 쓰는 ‘퓨전(fusion)', '크로스 오버(cross over)'와 비슷한 개념이라 볼 수 있죠.
과거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정적인 동양 문화와, 동적인 서양 문화가 서로 달라서 두 문화가 어울리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부터 글로벌화가 가속화되면서 변화가 일기 시작했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 각국의 문화가 서로 부딪치면서 뒤엉키기도 하고, 전혀 새로운 문화적 양상을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이전에는 절대 혼합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각국의 전통적인 문화가, 이제는 한데 어울려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것이죠.
구체적인 예를 들어볼까요?
멀티 컬쳐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퓨전 음식입니다. 동, 서양의 조리 기법과 재료 중 장점을 모아 우리 입맛에 알맞게 변형시킨 음식! 퓨전음식은 청담동과 신사동 일대에 확산되면서 ‘퓨전벨트’를 형성했고, 최근에는 지방에까지 널리 퍼지고 있는데요, 엄격한 전통 요리법에 얽매이지 않고, 즉흥적인 아이디어와 자연미를 살려 독특한 맛을 내는, 그야말로 창조적인 요리기법입니다.
패션 분야에서도 멀티 컬쳐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명품 업체인 루이비통은 앞서 말씀드린 독특한 아프리카 전통 문양으로 디자인한 의자를 선보여서, 멀티 컬쳐를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이 매우 광범위하다는 것을 시사한 바 있구요, 국내의 유명 디자이너들도 외국의 다양한 색채와 소재를 작품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얼마 전엔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국내 스타 비를 패션쇼에 초청해 화제를 몰고 왔는데요, 멀티 컬쳐에 대한 아르마니의 문화적 감각을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국경을 뛰어넘는 멀티 컬쳐 트렌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실내 인테리어에서도 멀티컬처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요, 아파트에 낯선 아랍풍 거실이 들어서기도 하고, 와인바에 청나라 말기 상하이의 뒷골목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생활 속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멀티 컬쳐 트렌드는, 내년 소비시장을 이끌 4대 트렌드의 하나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현대의 소비자들은 각분야에서 국경을 뛰어넘어 다인종, 다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멀티컬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핵심은, 국적불명의 문화적 요소들이 한데 뒤엉키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완전히 새로운, 제 3의 문화적 가치를 창출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뉴욕에서 게장이 낯설지 않고, 우리 나라에서 아프리카 의자가 자연스러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아르마니가 비를 초청했던 멀티컬처럴 센스(multi-cultural sense)! 그 뛰어난 문화적감각을 우리도 눈여겨봐야 할 때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