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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사내 조직 문화에 대해서 관심이 많습니다.
의사소통이 원활하면 일의 능률이 오르고 성과도 좋아질 텐데요.
좋은 사례가 있다면 알려주시고 설명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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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변

<출처 : SERI 경영전략실 채승병 연구원>

 

조직내 네트워크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열린 협력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열린 협력이란 느슨하게 고리를 맺고 있다가 필요에 따라서 다양한 구조로 재구성이 가능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조직들이 작은 성공을 하면서 점점 폐쇄적으로 변해가고 관계는 경직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처럼 닫힌 네트워크는 오히려 발 빠른 변화와 적응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이런 조짐이 겉으로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닫힌 네트워크로 빠지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롤스로이스(Rolls-Royce)의 변신과정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롤스로이스는 고급차의 명가죠. 그뿐만 아니라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손꼽히는 방위산업체였습니다. 따라서 수익구조도 매우 안정적이었죠. 하지만 1970년대에 항공기 엔진 개발에 연이어 실패했고, 국유화의 후유증, 자동차 산업에서의 경쟁력 상실 등으로 위기에 몰립니다.

 

롤스로이스는 결국 1987년 민영화를 계기로 항공기와 선박 엔진, 발전기 분야를 중심으로 재기에 나서는데요. 선박엔진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롤스로이스 마린(Rolls-Royce Marine)도 이때 재편된 자회사 중의 하나였습니다.

 

원래 롤스로이스 마린의 주력 사업부문은 원자력잠수함의 원자로 같은 군함용 엔진인데요. 그러다 보니 상대하는 고객도 각국 해군을 중심으로 한 소수의 거대 고객에 국한되었죠. 하지만 민영화 이후 민간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하다 보니 상대해야 할 고객이 다양해졌습니다. 예전의 시스템으로는 늘어난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기가 힘들었죠. 롤스로이스는 북유럽의 관련 중소업체들을 적극적으로 인수, 합병함으로써 이를 돌파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경영진의 기대와 달리 문제는 더욱 불거졌습니다.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식구가 된 비 영국계 직원들은 롤스로이스 마린의 관료적이고 배타적인 사내 네트워크에 제대로 융화되지 못했고, 기대했던 시너지는 발휘되지 못했습니다. 비 영국계 직원들을 본사로 발령하여 순환인사를 도모했지만 이 효과도 그리 좋지 않았지요.

 

이럴 때 배타적인 사내 네트워크가 변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어렴풋이 느끼더라도, 그 구체적인 규모와 폐해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는 서로의 문화와 사고방식의 차이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문제를 덮어 버리려 하지요. 따라서 변화를 가로막고 있는 폐쇄적 네트워크의 전모를 드러내는 과정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인데요.

 

롤스로이스 마린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내 네트워크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을 시작했습니다. 경영진은 첫째, 사내 통신망에서의 메시지 교환 패턴 등 다양한 정보를 분석하여 조직 이면의 네트워크 구조를 그려냈습니다. 둘째, 이렇게 얻어낸 네트워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구성원들을 가려냈습니다. 그리고 셋째, 관리자들이 이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이면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결책을 모색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통념과 다른 사실들이 밝혀졌는데요. 흔히 경영진은 중간 관리자들이 조직의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핵심이라 생각하고 이들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간 관리자들은 의외로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네트워크의 핵심 역할도 아닌 경우가 많았죠.

 

반면 직급은 낮지만, 다양한 부서에 걸쳐 정보를 매개해주는 다리 역할을 해주는 정보통 직원이나, 주변 직원들로부터 광범위한 신뢰를 받는 현자(賢者) 같은 직원들이 오히려 네트워크의 핵심역할을 맡고 있었습니다.

 

롤스로이스 마린은 중간 관리자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기존 네트워크에서 폐쇄적으로 결속된 직원들을 떼어내 좀더 자유로운 기율 하에서 협업을 할 수 있는 팀을 만들어줬습니다. 그리고 고위경영진들은 이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새로운 네트워크 구조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게 지속적으로 도왔습니다.

 

결국 과학적 조사를 바탕으로 경직된 네트워크를 느슨한 관계로 풀어내면서 롤스로이스 마린은 사내 네트워크를 열린 협력이 가능한 구조로 변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과거 방위산업에 초점을 맞춘 폐쇄적 네트워크의 틀을 깬 것이죠. 현재 롤스로이스 마린은 직원의 절반 이상이 비 영국계 직원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새로운 글로벌 멤버들의 역동성을 바탕으로 민간부문에서도 성공적으로 활약하는 기업으로 변신했습니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지식을 갖춘 인력들은 창조의 원천입니다. 하지만 기업이 급성장하는 시기를 지나 안정 궤도에 접어들 무렵이면 조직의 네트워크가 경직되게 마련입니다. 창조성을 발하던 수평적 관계는 사라지고 무사 안일과 생존을 보장받으려는 수직적 관리 사다리가 점점 늘게 되죠. 롤스로이스가 직면했던 문제는 우리 기업에게도 닥칠 가능성이 큽니다.

 

새로운 구성원들의 장점을 받아들여 빠르게 일체화시킬 수 있는 느슨하고 유연한 네트워크 상태를 유지하는 것, 이것이 급변하는 글로벌 시대를 헤쳐나가는 경영자가 항상 고민해야 할 방향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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