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붉은 여왕 효과라는 것이 있다고 하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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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변
<출처 : SERI 경영전략실 채승병 연구원>
끊임없이 혁신하고 환경변화에 잘 적응하는 조직을 만들고 싶으실 겁니다.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조직도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스스로 변화해가는 조직이겠지요. 하지만 우리 기업이 변화하더라도 다른 기업이 우리 기업보다 더 빠른 혁신을 한다면, 상대적으로 경쟁에서 뒤쳐지게 됩니다. 이러한 원리를 '붉은 여왕 효과(Red Queen Effect)'라고 합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속편에 나오는 붉은 여왕은, "항상 제 자리에 머물러 있으려면 있는 힘껏 계속 달려야 해"라고 말합니다. 붉은 여왕의 나라 자체가 앞으로 계속 나가고 있기 때문이죠. 마치 움직이는 러닝머신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달려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조직의 변화와 적응은 매우 어려운 숙제입니다. 러닝머신의 벨트처럼 세상이 일정한 속도로 움직인다면 페이스를 유지하기가 비교적 쉽겠지만, 현실의 러닝머신 벨트는 제멋대로 움직입니다. 때로는 굉장히 느릿느릿 움직이다가 갑자기 빨라지곤 합니다.
경영환경은 따라잡기 어려운 스피드로 변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의 대형 우량기업들이 손쓸 여유도 없이 도산하고 말았던 이유도 채 준비하기 전에 갑작스럽게 외환위기라는 변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한편, 환경이 너무 천천히 변화해도 문제입니다. 이 경우에는 조직원들에게 변화를 독려하기가 힘들죠. 특별한 유인이 없는 상황에서 천천히 장기간에 걸쳐 변화하는 것은 오히려 피곤한 일입니다. 변화에 대한 피로와 혐오만 불러일으킬 수 있죠.
그런데 만약 미래의 거시환경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면 모든 문제에 대해 미리 대응할 수 있을까요? 여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바로 의외의 곳에서 변화가 늘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앞으로 중국과 인도경제가 급성장하고 현지 기업들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는 점은 대략 예견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정확히 어떤 기업이 언제 부상하여 순식간에 글로벌 경쟁자로 나설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인도계 미탈 스틸이 연이은 인수합병으로 순식간에 세계 최대의 철강업체로 부상하리라고 누가 예측했겠습니까?
모든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럼 변화에 맞춰 계속 뛸 수 있는 기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복잡계 경영에서는 첫째, 끊임없는 옵션을 창출하는 것, 둘째 그것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옵션을 창출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변화와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것입니다. 왜 대부분의 고등 생물들은 암컷과 수컷의 양성으로 나뉘어져 있을까요? 양성이 아니라면 짝짓기를 위한 노력이나 후손을 키우고 늘이는 수고를 굳이 할 필요가 없을 텐데 말입니다. 그 이유는 암수의 유전자를 섞는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생존에 유익한 변화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플루엔자는 해마다 변종이 끊임없이 발생하며 인류의 생명을 위협합니다. 인간은 그동안 인플루엔자로 혹독한 피해를 입었지만 계속 생존했습니다. 오랜 세월 유전자를 섞어오며 다양한 대응 능력을 축적해왔기 때문입니다. 달걀이나 고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획일적으로 키워진 닭들이 조류 인플루엔자 때문에 괴멸되는 것과는 대조적이죠.
가장 흔하게 범하는 오류는 "소수의 최고 인재를 갖추고 그들에게 최고의 보상을 하며 그들의 방식을 따라가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최고의 두뇌만이 모인다는 NASA도 관료화되었고 그 결과, 1986년 챌린저호 폭발사고 등 잇따른 실패를 겪으며 위상이 급추락하고 말았습니다. 다양한 옵션창충을 위해 다양한 범재들에게 투자하는 것은 낭비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입니다.
진정 훌륭한 조직의 핵심은 경계를 넘나드는 교류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잠재적 성공의 유전자를 끊임없이 창출하고 이를 미래의 옵션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에 있습니다.
기업은 다양한 범재들을 활용하여 다양한 옵션을 창출해야 합니다. 다른 기업과의 인수, 합병이나 합작사 설립, 지분 참여 등의 방법을 통한 옵션의 마련도 매우 중요합니다.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지 말고 외부의 성공 요인을 조직 내로 끌어들이는 것이 필요하죠.
이때 경영자의 역할은 "옵션의 종합관리"를 하는 것입니다. 옵션을 창출하는 하급자들에게 충분한 재량을 주어야 하며, 어느 시점에서 선택과 집중의 묘를 발휘해야 할지 결정하는데 신경을 집중해야 합니다.
오늘날의 기업 환경에서 달콤하고 황홀한 순간은 한철이고, 나락으로 몰리는 시간은 찰나입니다. 혹시 오늘의 성공에 도취되어 계시지는 않습니까? 지금 자신의 예측이 완벽한 것이며 내 방식대로라면 미래는 무난히 적응해나갈 수 있다고 믿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지속할 수 있는 기업은 미래에 대한 고민과 다양한 옵션의 창조에서 나온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