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경기변동의 부침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은 어떤 마인드를 가져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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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변
<출처 : SERI 경영전략실
우리 주변세계는 복잡한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다양한 구성 요소들이 서로 관계를 형성하고 영향을 주고 받음으로써 전체적으로 커다란 질서와 변화를 만들어 내죠. 그런데 우리는 흔히 어떤 현상의 배후에 있는 시스템과 구조에는 미처 눈을 돌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상만을 보고 즉흥적으로 대응을 하다가 문제를 악화시키고 예상치 못한 파국을 맞게 되는 경우가 흔하죠.
경영에서 현상에만 집착하는 것은 대개 수치에 집착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경우 그때 그때의 실적이나 시장규모의 변화에 집착한 나머지 그것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에만 몰두합니다. 혁신적인 신생 기업들이 겪는다는 "Boom & Bust", 즉 급성장 후 몰락이라는 경로가 나타나는 것도 배후의 구조를 보지 못하고 실적에만 집착한 결과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저가 항공사의 원조인 미국 People Express사의 경우일 것입니다.
피플 익스프레스 사는 1981년에 국내항공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저가 항공 서비스 개념을 개발했죠. 기본 항공료는 아주 낮은 가격으로 책정하면서 기내식과 화물 취급에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이었는데요. 사업 초기, 피플 익스프레스의 비행기는 고속버스보다도 저렴하다는 말을 들으며 승승장구 했습니다. 고객이 매년 2배 이상 급증했고, 3년 만에 미국 내 5대 항공사 올랐습니다. 그런데 1984년부터 전혀 다른 형국에 놓입니다. 성장이 정체되더니 고객 수가 줄기 시작했죠. 1986년에는 6개월간 1억 3천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파산 직전까지 몰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텍사스 에어라는 다른 중소 항공사에 합병되고 말았죠.
피플 익스프레스는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왜 이 혁신적인 기업이 하루 아침에 몰락의 길로 빠지게 된 걸까요? 그 시점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1983년, 피플 익스프레스는 고객이 늘어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비행기 운항 편수를 크게 늘렸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대응이었죠. 그런데 이에 맞춘 관리시스템은 손보지 않았습니다. 비행기 운항 편수가 급격히 증가하자 직원들의 부담과 피로도가 가중되었고 당연히 서비스의 질도 떨어졌습니다. 불친절한데다 발매지연, 중복 판매, 운항 지연 및 취소가 속출했습니다. 급기야 “People Express는 People Distress”는 말이 나왔습니다. 즉 타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는 거죠. 피플 익스프레스는 몰락의 길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겠죠. 피플 익스프레스는 고객 수의 증가를 예측하며 편수를 늘리는 대응만 했지, 그 이면에서 성장을 떠받치던 전체 시스템이 취약해지는 것은 예측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수치에 집착해 배후의 구조를 보지 못하는 경우는 여러 기업들에서 나타납니다. 경기 순환에 따라 실적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장치산업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급이 달려 가격이 오르면 업체들은 생산설비를 늘리기 시작합니다. 설비가 가동되는 데는 상당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때까지 기업들의 경쟁적 설비 확장은 지속됩니다. 그런데 막상 이 설비들이 가동되기 시작할 즈음이면 적정수준 이상으로 공급능력이 확장돼 공급 과잉국면이 도래하죠. 그렇게 되면 가격은 폭락하고 투자는 위축되며 다시 공급 부족 국면이 됩니다.
이처럼 수요와 가격, 투자와 공급이 하나의 시스템을 형성하고 있고 이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전체적으로 경기순환이라는 변화를 낳고 있는데요, 그 속의 기업이 그때 그때의 가격 변화에만 집착하고 그에 대응하여 투자 의사 결정을 한다면, 결국 산업의 경기 순환에 따라 기업의 실적도 부침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과도하게 대응하면 산업 침체기에 실적 악화를 견디지 못해 퇴출의 운명을 맞기도 합니다.
자, 그렇다면 이러한 실수를 피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실적과 수치보다는 변화의 패턴에 주목해야 합니다. 당장의 고객 수 증가나 가격 상승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피플 익스프레스 사의 경우 자신의 실적을 변화의 패턴 속에서 보고 그 패턴을 낳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했다면 즉흥적인 대응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전체적인 변화의 패턴에 주목을 하게 되면 그것을 낳는 시스템과 그 구조가 보입니다.
우리는 시스템 속에서 그 속에 매몰된 채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위에서 전체를 조망하며 행동해야 합니다. 변화의 패턴을 파악하고 그것을 낳은, 그리고 그 배후에 존재하는 시스템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럴 때 비로소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대응이 가능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