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반도체 기사 보면 마음이 좀 복잡하죠.
어떤 날은 “AI 때문에 슈퍼사이클 온다” 하고, 또 어떤 날은 “공급망 리스크가 더 커졌다”는 얘기가 나와요.
일반 독자 입장에서는 “그래서 한국 반도체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거야, 아니면 불안한 거야?”가 제일 궁금할 수밖에요.한국은 분명 세계 2위 반도체 강국인데, 구조를 뜯어보면 메모리에 너무 강하게 쏠린 형태고, 그게 장점이면서 동시에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이요.
그래서 오늘 글은 보고서에서 제시한 K-반도체 레벨업 방안을 바탕으로, “대만은 어떻게 생태계를 만들었고, 우리는 어디를 보완해야 하는지”를 최대한 쉽게 풀어보려고 해요. 너무 어려운 용어는 뒤쪽 용어집에서 한 번 더 정리해둘게요.
1. 글로벌 반도체 지형도
먼저 큰 지도부터 봐야 감이 와요. 반도체는 “어느 나라나 다 하는 산업”이 아니라,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서 몇몇 국가만 강하게 가져가는 산업이잖아요.
정리하면 이렇게 흘러가요.
- 미국: 전 영역에서 강한 “종합 1위” 느낌이에요. 특히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팹리스 설계)에서 압도적이고, 메모리도 적지 않은 비중을 가져가죠.
- 대만: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국가로, 설계(팹리스)부터 후공정(OSAT)까지 밸류체인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어요.
- 한국: 메모리(DRAM/NAND) 쪽은 정말 강해요. 다만 비메모리 쪽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 네덜란드: 장비(특히 EUV) 쪽의 상징 같은 국가고요.
- 일본: 전체 점유율은 줄었어도 소재·부품·장비 영향력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흐름이에요.
- 중국: 세계 최대 소비국이고, 미·중 갈등 이후 자급자족 목표로 산업 육성 중인데, 설계 같은 핵심 기술력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같이 따라붙죠.
여기서 한국 입장에서 제일 뼈아픈 문장이 하나 있어요.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비메모리 비중이 더 큰데(전체의 상당 부분), 한국은 메모리 쏠림이 강하다는 점이에요. AI 시대 들어서 특히 GPU, CPU, AP 같은 시스템반도체 중요도가 커지니까, “비메모리 경쟁력 확보”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숙제로 굳어졌다고 보면 돼요.
그리고 구조 측면에서도 포인트가 있어요.
한국은 전통적으로 IDM(설계~제조를 한 회사가 통으로) 비중이 높아서 대량생산 효율은 좋은데, 반도체 다운사이클 오면 이익 변동폭이 커지고, 설계·후공정·장비·소재 같은 분야의 대외 의존도가 높아 공급망 재편 때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옵니다.
이게 오늘 이야기의 출발점이에요. “메모리 잘하니까 괜찮다”가 아니라, 메모리 강점은 유지하되 생태계를 보강해야 한다는 방향성. 결국 그게 K-반도체 레벨업 방안의 핵심 문제의식이더라고요.

2. 대만 반도체 산업 분석
대만을 보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우리랑 비슷하게 제조에서 강한 나라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생태계 형태가 다르고 안정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거든요. “왜 대만은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지?” 같은 질문에 답이 있어요.
(1) 시장 규모
대만 반도체 산업 생산액이 약 1,360억 달러 수준이고, 대만 GDP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18%까지 올라가 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반면 한국은 글로벌 점유율은 더 큰 편이지만(GDP 내 비중은 약 10% 수준으로 언급), 산업 구조와 정책 우선순위 설정이 대만과 결이 다르다는 비교가 이어져요.
여기서 흥미로운 포인트는, 대만 내부에서 생산액 비중이 파운드리 중심으로 더 커졌다는 흐름이에요. 파운드리 비중이 ‘19년 49%에서 ‘23년 57%로 올라갔다고 정리돼 있거든요.
즉, 대만은 “제조” 안에서도 파운드리 중심으로 엔진을 키웠고, 거기에 설계와 후공정이 같이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라는 거죠.
또 하나. 미·중 갈등 이후 미국의 주요 수입원이 중국에서 대만(그리고 일부 다른 국가)으로 이동하는 흐름에서 대만이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맥락도 같이 언급돼요. 이건 단순히 “운이 좋았다”기보다, 공급망에서 ‘대체 불가능한 포지션’을 잡아놨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로 읽히더라고요.
(2) 성장 과정 및 정부 정책
대만 성장사는 “정부가 초반에 판을 깔고, 민간이 그 위에서 생태계를 자라게 한” 구조로 정리돼요.
- 1960년대: 외국 자본 주도로 값싼 후공정 기지 역할
- 1970년대: 정부가 반도체 투자 시작(안보 목적도 함께) + 연구기관 기반 마련
- 1980년대: 정부 주도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핀오프를 통해 현지 기업 양성
- 1987년 TSMC 설립(세계 최초 위탁생산 전문업체) 같은 굵직한 포인트가 나오고요
- 1990~2010년대: 민영화 추진, 생태계 확장
- 2020년대 이후: 미·중 갈등 속에서 미국과 협력 강화, 공급망 재편 수혜
그리고 “최근 정책” 파트가 개인적으로는 제일 현실적으로 와닿았어요.
대만은 차세대 기술 개발(옹스트롬 계획) 같은 R&D 보조금 지원과 함께, 2024년부터는 이른바 ‘대만판 반도체 지원법’으로 불릴 만큼 공격적인 세제 혜택을 넣고 있다는 흐름이 나오거든요. 연구개발 지출이 일정 기준을 넘는 기업에 법인세 감면(연구비의 최대 25% 수준을 언급) 같은 방식이요. 여기에 EUV 등 첨단 공정을 활용하는 기업의 장비 구매 비용 일부를 추가로 세액공제 대상으로 포함하는 계획도 언급됩니다.
솔직히 이런 정책을 보면 느끼는 게 있죠.
“이 정도로 해주면 기업은 ‘망설일 이유’가 줄어들겠네…” 하는 생각이요. 한국도 지원책이 없진 않지만, 보고서에서는 예산 집행의 구체화와 실행 체계가 더 중요하다고 짚어요. 발표만 있고 현장에서 체감이 약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계획을 오래 끌기 쉽거든요.
(3) 특징
대만의 특징은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거예요.
설계-제조-후공정이 전 단계에 걸쳐 완성된 공급망을 형성했다.
대만은 글로벌 시장에서
- 팹리스(설계) 2위 수준(점유율 약 21%로 언급)
- 파운드리 1위(약 78%로 언급)
- OSAT(패키징·테스트) 1위(약 53%로 언급)
이런 식으로 밸류체인 전체에서 존재감을 잡고 있어요.
또 대만은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낮다고 정리됩니다. 설계기업 262개, 제조기업 15개, 후공정기업 37개가 포진해 있고, 분야별로 글로벌 톱급 기업이 여러 개 존재하는 구조라는 거죠.
그리고 진짜 “운영 관점”에서 중요한 특징이 하나 더 있어요.
대만 기업들이 과학산업단지(사이언스 파크)에 모여 있고, 정부가 인프라를 깔고 운영을 맡으며, 부지를 100% 임대 형태로 운영한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게 무슨 차이를 만들까 생각해보면, 기업 입장에서 부동산 투자로 승부 보려는 유인이 줄고, “생산과 연구에 집중하는 구조”로 유도될 수 있어요. 클러스터 효과는 말할 것도 없고요.
여기에 국책연구기관 역할도 크게 강조됩니다. 대만공업기술연구원(ITRI)이 스핀오프, 기술이전, 협력 등을 통해 중소기업 중심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TSMC/UMC 같은 대표 기업도 그런 흐름에서 나왔다는 맥락이 정리돼요.
여기까지 읽으면 딱 감이 오죠.
대만은 “TSMC 한 회사가 잘해서”만이 아니라, TSMC를 중심으로 생태계가 돌아가게 만드는 구조를 오래 설계해온 느낌이에요. 이게 우리가 말하는 K-반도체 레벨업 방안에서 ‘비교 포인트’로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봅니다.
(4) 주요기업
대만 파트에서 TSMC 이야기를 빼면 안 되죠.
보고서에서는 TSMC가
- 파운드리 점유율 62% 수준(2위 삼성 12%와 큰 격차로 언급)
- 초미세 공정(7nm 이하) 우위를 유지
-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모토(자체 제품 설계/판매를 하지 않아서 이해상충 우려가 적다)
이런 점에서 고객 확보에 유리하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그리고 UMC는 초미세보다는 레거시 노드 비중이 높고, 전략적으로 특정 수요(통신, 디스플레이 등)에 집중한다는 식으로 포지셔닝이 정리돼요.
OSAT 쪽에서는 ASE가 글로벌 1위로 언급되고, 팹리스에서는 미디어텍/리얼텍 같은 기업들이 주요 플레이어로 등장합니다.
이 파트를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하나예요.
“대만은 한 기업이 독주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옆에서 받쳐주는 층이 두껍다.”
그래서 업황이 흔들려도 생태계 전체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3. 결론: 한국 반도체 산업에의 시사점
이제 진짜 중요한 얘기. “그래서 우리는 뭘 해야 하냐”죠.
보고서의 방향을 제 말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한국 반도체는 메모리 초격차를 유지하되, 동시에 팹리스·OSAT·설계 인력·공급망·정보 인프라를 묶어서 생태계를 보강해야 합니다. 이걸 ‘레벨업’이라고 부르는 거고요. 다시 말해, K-반도체 레벨업 방안은 “한 분야를 버리고 다른 분야로 갈아타자”가 아니라 “강점을 지키면서 구조를 균형 있게 만들자”에 가까워요.
여기서 저는 특히 공감된 포인트를 “숙제 7가지”로 풀어볼게요.
1) 메모리 반도체는 초격차 유지가 기본값
AI 시대에도 메모리는 산업의 근간이고 주요 수입원이라는 정리가 나옵니다. 동시에 중국 등 경쟁의 압력도 커질 수 있으니, 제조 기반과 생태계를 강화하는 정책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방향성이죠.
2) ‘지원책 발표’보다 ‘집행 설계’가 더 중요
한국도 세제·투자·클러스터 등 지원책이 이미 제시돼 있는데, 문제는 “이게 현장에서 얼마나 빠르고 체계적으로 집행되느냐”예요.
보고서에서는 품목·대상·집행시기까지 정할 수 있는 전문가 조직을 구성하고, 자원배분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저는 이 부분이 현실적으로 진짜 중요하다고 봐요. 실행이 늦으면 기업의 투자 타이밍이 밀리거든요.
3) 중소기업 지원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반도체가 대기업 중심 산업처럼 보이지만, 소재·장비·패키징 같은 영역에서 중소기업이 버텨줘야 생태계가 탄탄해져요. 보고서에서도 중소기업에 실질적 지원이 미치도록 정책 전개가 필요하다는 흐름이 강하게 잡혀 있습니다.
한마디로 “대기업 잘하면 알아서 따라간다”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거죠.
4) 수입 의존 높은 장비·소재 분야는 ‘국산화/대체’ 전략이 필요
장비와 소재 중 일부 품목은 특정 국가 의존도가 매우 높게 언급됩니다. 이런 영역은 공급망 리스크가 커질 때 바로 타격이 오니까, 기술개발 지원과 해외 기업 투자유치 등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와요.
이건 당장 눈에 띄는 매출보다 “산업 체력”에 가까운 부분이라서, 꾸준히 해줘야 하는 숙제입니다.
5) 비메모리, 특히 ‘설계 경쟁력’은 중장기 과제
AI 확산으로 설계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디자인하우스 같은 “설계와 생산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를 육성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비메모리는 주문형 구조라서 기술이 좋아도 고객이 안 찾으면 성장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단순히 팹리스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설계 생태계가 실제 수요와 연결되게 만드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6) 팹리스 ‘수요 기업’도 키워야 한다
이 부분이 저는 되게 현실적이라고 느꼈어요.
팹리스가 성장하려면 “사줄 기업”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글로벌 전기·전자 기업의 공장/연구소/HQ 유치, 해외로 나간 국내 IT 기업의 리쇼어링 추진, 시스템반도체 수요 육성 기업 선별 지원 같은 제언이 이어집니다.
결국 “만드는 쪽”만 키우는 게 아니라 “사 쓰는 쪽”까지 같이 커야 합니다.
7) 인력과 정보 서비스가 생각보다 치명적인 병목
단기적으로는 해외 인력 스카우트, 전문가 조직 구성 같은 속도전이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전문대학 확대 등으로 체계적인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정리됩니다.
또 한국은 반도체 강국이지만 산업 정보서비스(리서치/컨설팅 등)는 열악하고, 특히 중견·중소기업이 글로벌 정보 취득에서 열위라는 지적도 나와요. 이건 실제로 “기술은 되는데 시장을 못 읽어서” 기회를 놓치는 상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중요하죠.
여기까지가 보고서가 말하는 큰 방향이고요.
정리하면 이런 느낌이에요.
- 메모리 초격차는 유지(기본기)
- 비메모리는 설계·연결·수요·인력·정보까지 묶어서 생태계 강화(레벨업)
- 실행 체계와 중소기업 참여가 성패를 가른다
이 관점에서 보면, K-반도체 레벨업 방안은 “한두 개 정책 더 얹자”가 아니라 “생태계의 빈칸을 실제로 메우자”에 더 가깝습니다.

4. Appendix: 용어집
마지막으로, 글 읽다가 헷갈릴 수 있는 용어만 아주 간단히 정리할게요. (이 정도만 알아도 기사 읽을 때 훨씬 편해요.)
-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CPU, GPU, AP처럼 ‘연산하고 제어하는 두뇌’ 역할
- 메모리: DRAM/SRAM 같은 RAM(휘발성), NAND/NOR 같은 플래시(비휘발성)
- IDM: 설계도 하고 제조도 하는 종합 반도체 업체
- 팹리스: 설계만 하고 생산은 파운드리에 맡기는 회사
- 파운드리: 설계를 위탁받아 대신 생산해주는 회사
- OSAT: 패키징과 테스트를 전문으로 하는 외주 업체
- EDA: 반도체 설계를 자동화/검증하는 소프트웨어 도구
- EUV: 초미세 회로를 그리는 극자외선 공정 기술
- 레거시 노드: 최신보다 이전 세대 공정(상대적으로 큰 트랜지스터)
- HBM: 고대역폭 메모리(여러 DRAM을 쌓아서 고성능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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